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경구용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대한산부인과협회는 29일 ‘경구피임약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현재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오남용의 위험이 있는 경구용피임약을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식약청에서 피임약에 대한 의약품 재분류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올바로 사용하면 뛰어난 효과와 안정성을 보이는 경구용 피임약이지만, 잘못 사용했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에 전문의의 소견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시키자는 의견이었다.

경구용피임약은 올바르게 사용할 경우 효과성과 안정성이 높은 피임 방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복용률은 1~2.5%에 그칠 정도로 서구 유럽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형편이다.

실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임에도 불구하고 경구용피임약은 낮은 복용율과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많은 오남용 및 부작용 등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고 있으며, 저출산 및 인공임신중절률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정호진 재무이사는 “상당히 많은 금기증과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는 경구용피임약은 전문의와 상담 및 진료를 통해서만 복용되야 한다”며, “계획적인 피임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경구용피임약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유지된다면 여성 건강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순천향대학교 이임순 교수는 “경구용피임약은 태아나 임신부에게 여향을 줄 수 있는 약제임에도 사후 피임의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며, “피임약 복용 중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태아 기형을 우려해 불법 낙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올바른 진단과 복용을 위해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경구용 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될 경우 미혼여성들에게는 접근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 나왔다. 보수적 사회인식 하에서 전문의와의 상담은 성관계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쉽게 의사를 찾을 수 있는 미혼여성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은 “경구용피임약은 접근성의 문제가 중요하다. 생리통이 심해도 산부인과 가지 못하는 것이 미혼 여성들의 현실인데, 섹스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런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사회적인 인식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약국에서도 경구용 피임약을 구할 수 없다면, 그 아이들은 어디서 피임약을 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