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정신과전문의) http://blog.naver.com/artppper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 중에는 정치가 직업인 분도 있다. 누군가의 비서로 평생의 대부분을 정치와 선거와 관련이 되어서 지낸 이들은 가장 잘하고 익숙한 것이 정치다. 국회의원의 보좌관 생활을 길게 한 경우도 정치 자체가 하나의 직업이 된다. 그런 경우 언젠가는 당의 공천을 받아서 본인이 출마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정치 자체가 수입을 얻는 하나의 직업이다. 나라에서 받는 세비와 후원금이 수입의 원천이 된다. 대기업에 다니거나 공직에 있다가 은퇴한 경우도 어떤 점에서는 정치가 직업인 경우다. 재직 중의 민간기업 경험 혹은 공직 경험을 살려서 선출직으로 기여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퇴직 후의 직업으로 정치를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과거에 가졌던 존중과 신망을 정치판에서 한 순간에 잃어버리고 낙선을 하는 수도 있다. 반면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히는 이들도 있다. 과거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그들이 자신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입장을 즐기면서 소위 정치의 묘미를 즐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정치에 중독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나름 견실한 기업을 운영하던 분이 정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이 되거나 단체장이 된다고 기업을 할 때보다 사람들이 그를 더 존경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항상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치인에게 별것도 아닌 것에 대해서 부탁하고 굽실거리다 보면 나중에 나도 한번 저 자리에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사실 지금 하는 기업이 매출이 두 배, 열배, 백배가 되어 성장한다면 아무도 그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은 한 없이 먼 것만 같고 정치에 뛰어들어서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되면 단번에 목표가 이루어질 것 같다. 대기업의 대주주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고, 견실한 중소기업의 사장도 단체장에 출마하고, 나름 잘 되는 마트 주인도 기초의원에 출마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에게 왜 정치를 하느냐고 설문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모두 다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번지르르한 대답을 할 테니 말이다.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질 리 없다. 그래서 머리에 떠오른 이 생각 저 생각을 한번 적어본다.   권력, 이권과 같이 눈에 보이는 이익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방에 인생을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부자가 되려면 꾸준히 돈을 모아야 한다. 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구를 해야 한다. 회사에서 경영진이 되기 위해서는 계속 실적을 내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거나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지 않는 이상 이러한 외면적 의미에서의 인생역전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 있어서 고시폐인도 인생역전에 중독된 사례다. 뭔가 확실하게 자기 힘으로 이루어 놓은 것은 없는 상태에서, 이미지만 잘 만들고 운만 좋으면 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도전하는 이들은 선거폐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옆에서 볼 때는 당선이 희박한데도 막상 본인은 인정하지 못한다.    선출직 당선을 통한 신분상승도 한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 예로 정부의 규제, 관의 무시 때문에 항상 당하는 입장이었던 이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 되어서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정주영 회장도 어쩌면 이런 심리였을 것이다. 판검사 변호사 같은 엘리트 중에서도 본인이 가진 열등감을 국회의원이 되면서 보상받고자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자신보다 돈 많고 집안 배경이 좋은 이들 중 출세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운 나머지 자신이 출세하지 못하는 이유가 돈이 없고 배경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굴욕감에 사로잡힌다. 최근에 불거져 나온  스폰서 검사 파문도 그런 조직 분위기의 일환이다. 성공하고 싶고, 출세하고 싶고, 능력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다만 줄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윗사람에게 줄을 대고 아랫사람들을 자기사람으로 만들어 세력을 키우고자 하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폰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는 국회의원 출마도 어떤 점에서 신분상승의 한 도구다. 그러기에 공천과 당선에 목을 매는 이들이 있다. 다 출세하지 못했다 성공하지 못했다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하지만 그 열등감이 과연 당선으로 해결될 지, 혹은 출세로 해결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 지위를 누리는 동안에는 현재의 지위가 마음속 열등감을 감추겠지만, 그 지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가슴을 덮쳐오는 허탈감을 피할 수는 없다.   그 외에도 선거에는 몇 가지의 매력이 당사자들에게 존재한다. 지금은 뒤쳐져 있어도 운이 좋으면 당선이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지금은 약세더라도 갑자기 유리한 사건이 생기면서 바람이 불면 상황이 확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약자들도 역전을 기대하면서 선거에 뛰어든다. 여론조사가 점점 정확해지면서 당락을 예상하는 능력이 커졌다고 하지만 모든 출마자는 개표가 진행이 되면서 당락이 결정될 때까지 혹시나 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복권이나 도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곳에는 흥분과 짜릿함이 존재한다. 선거에 뛰어들어서 접전을 펼칠 때는 다시는 내 생애에 선거는 없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사서하는 고생이기에 선거전에 돌입하면 흥분하게 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하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하면서도 극도의 흥분감에 사로잡힌다. 탈락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허탈감에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그 다음에는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평소의 지루한 일상과는 다른 선거전의 흥분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거는 어떤 점에서 인기투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의 사랑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다. 불특정 다수의 지지표는 자신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무조건 당선이 되는 지역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당선이 되었더라도 당선자는 지지자들이 자신을 좋아해서 선택했다고 믿는다.    이렇게 기술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열등감이 심하고, 신분상승 욕구가 강하며, 굴욕에 취약하며, 인생역전을 꿈꾸고, 불확실성을 즐기는 이로 기술해버렸다. 물론 이렇지 않은 훌륭한 정치가도 있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 중에서는 본인이 알건 모르건 이러한 욕망에 사로잡혀버린 선거폐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선거를 하게 되면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지지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다. 앞서 기술했듯이 제대로 된 사람일수록 선거에는 잘 안 나오려고 하고,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일수록 뭔가 문제가 있을 확률이 크다는 역설적 상황도 마음에 걸린다. 나는 그 사람들의 꾸며진 모습만 볼 뿐 그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특정 후보에 대한 찬성 반대 이전에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표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러다 보니 모두 다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환멸에 따른 기권도 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선거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의 표를 선거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간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후보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선거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누구를 뽑을 지를 결정하기 전에 선거를 받아들일 지부터 국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후보자들 모두가 믿을만하다고 국민이 납득을 할 때까지 선거자체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라고 하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들만 공천을 한 것이 지금의 한국정치의 현실이 아닐까?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중 개중 나은 한 사람을 어렵게 골라 뽑도록 강요하기 이전에, 후보를 받아들일 아닐지 자체부터 국민이 결정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후보가 되려면 리얼리티 프로처럼 1년 전부터 24시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도록 하면 어떨까? 그러면 그나마 제대로 된 후보들이 정치를 더욱 기피하게 될까? 옛날에 주위의 아는 분이 선거에서 낙선을 하고 속이 쓰렸다고 한다. 본인은 신경을 많이 써서 그랬다고 생각을 했는데 검사를 하고 나니 위암 말기였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우울증에 빠졌다.  제대로 된 인생역전은 선출직 당선과 같은 어느 한 방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방에 이루어진 인생역전은 또 한방으로 무너지게 마련이다. 수없이 많은 찰나와 순간이 모이다 보면 인생은 역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한 욕망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변화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인생역전일 수도 있다.    *필자 소개:  부여다사랑병원 원장,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보건학과에서 병원경영 강의, 저서는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등. 
최종편집: 2025-05-02 01: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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