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근(편집장)
‘성격이 운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성격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사람의 성격을 알면 그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해서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일본의 관상가 미즈노 난보쿠는 ‘食은 운명을 좌우한다’ 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그는 조식(粗食)하는 사람은 관상이 나빠도 행운을 거머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반일채(一飯一菜=밥 하나에 반찬 한 가지), 반삼구채일구(飯三口菜一口=밥 세 입에 반찬 한 입)를 권했다.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 (You are what you eat). 이 말은 1940년 미국의 영양학자인 빅터 린들라가 사용한 것으로 그가 이 말을 자신의 책 표제로 쓰면서, 구미에서 유행어가 됐다. 그는 “음식이 건강을 통제한다”며 건강식과 다이어트 운동을 주창한 인물이다. 그는 1920년대부터 “인간의 질병 90%는 저질 식품 때문이다”며 음식을 가려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826년 프랑스의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맛의 생리학’이란 책에서 “네가 먹는 것을 말해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 라고 말했다. 1863년에는 철학자 루드비히 포이엘바하가 ‘유심론과 유물론’이란 책에서 ”인간은, 자기가 먹는 것이다“ (Der Mensch ist, was er ißt.)라고 말했다.
미즈노와 린들라, 사바랭, 포이엘바하의 말은 “사람이 먹는 음식은 그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다, 즉 인생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나쁜 음식을 먹으면 아프고 실패한 삶을 살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40~50년전까지 봄철이면 곡식이 떨어져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던 ‘보릿고개’에서 벗어나 음식에 관한 한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음식을 먹고 있는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고기 소비가 늘어나고 각종 조미료와 첨가물을 사용한 인스턴트 식품이 음식점은 물론 가정의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테이크는 300~400g. 한식집에서 먹는 불고기 등 고기 1인분은 200g. 영양학자들이 권장하는 1일 고기 섭취량은 50g 정도니까, 적정 섭취량의 무려 4~8배를 먹는 셈이다. 뷔페는 어떤가. 온갖 종류의 음식을 한 가지씩만 맛봐도 필요 열량의 몇배를 먹게 된다.
그 결과는? 한국인 10명중 3명이 비만(2008년 국민영양조사 결과). 국민적 음식 과소비 성향 때문에 매년 음식 쓰레기가 530만t, 금액으로 8조원 어치나 발생하고 있다. 굶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부끄러운일이 아닐 수 없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퇴행성관절염 암 등 각종 생활습관병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의학계에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무절제한 식생활이 비만을 낳고, 음식 낭비에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까지 불러오고 있다.
‘과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쓴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데이비드 케슬러 박사는 현대인들에게 과식 중독과 비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설탕과 지방, 소금을 지목한다. `과식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의 뇌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고당분 고지방 음식을 찾도록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절식(節食)과 소식(小食)이 필요하다. 옛말에 복팔분무의(腹八分無醫)란 말이 있다. 밥 먹을 때 위의 8할 정도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뜻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먹이를 실컷 먹은 쥐보다 30% 덜 먹은 쥐가 수명이 30%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간의 노화 연구에서 손발이 차고(체온이 낮고), 인슐린 분비량이 적으며, DHEA황산염 분비량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같은 장수의 3가지 특성은 먹이를 줄인 쥐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절식(節食)이 체질 변화를 일으켜 장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당한 단식은 질병에 강하게 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발터 롱고 박사는 매우 공격적인 소아암세포가 주입된 쥐들을 48시간 굶긴 뒤 암환자라면 최고투여단위의 3~4배에 해당될 강력한 항암제를 주사했다. 그러나 굶은 쥐들은 전혀 통증이나 스트레스를 보이지 않고 돌아다녔다. 암세포가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굶지 않고 암치료를 받은 보통 쥐들보다 무려 2배나 오래 생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