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정신과 전문의) http://blog.naver.com/artppper
어른 들을 뵙다가 보면 자식농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다가 보니까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농사도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다. 옛날에는 자식이 출세하면 그 자식이 어떻게 자신을 대하느냐에 상관없이 부모는 무조건 자식을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이 경제적인 혜택보다는 감성적인 것을 부모에게 원하듯이, 신세대 부모는 출세한 자식보다는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와 부모를 생각해주는 자녀들을 더욱 원하는 것 같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부모를 완전히 부양해주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잊지않고 전화해주고 자주 찾아와 주면서 감성적인 지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성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자식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자식들에게 사랑 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사랑 받는 부모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한다. 특히 아버지의 경우가 그러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간을 많이 같이 보내고 놀아 주어야 감정적인 면에 있어서 상호유대감이 생겨서,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어색하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들이 자신들이 활동적인 연령에는 외부의 일에만 신경을 쓰다가, 나이가 들게 되면서 비로소 자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이들이 부모와 단둘이 있게 되면 피하려고만 하는 듯하다고 서럽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의미 있는 관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같이 시간을 보낼 때도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서 아이들의 놀이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마음이 되어야만 한다. 아이가 원하면 그림도 그리고, 아이가 원하면 함께 줄넘기도 하면서, 함께 즐겁게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즐겁게 같이 밥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때때로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밥을 안 먹는지 모르겠다고 병원에 와서 이야기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기 보다는, 아이들 혼자서 밥을 먹게 하면서 자기들은 옆에서 밥을 먹으라고 계속 보채는 경우가 있다. 다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저녁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맛있게 밥을 먹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부모도 진정 즐기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생활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버지 본인은 매일 술을 많이 마시면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 자녀에게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은 매일 줄담배를 피우면서 아이들에게는 건강에 나쁘니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야단을 친다. 나이 어린 자녀가 아직 이른 나이에 술담배를 하는 것이 걱정이 된다면, 부모가 먼저 술담배를 끊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을 가도록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점점 더 사이를 멀게 한다.
그리고 사랑 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 자신이 우선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가장 상처 받는 것 중 하나가 부모가 싸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견디는 힘은 부모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다투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특히 아이들이 실수를 했을 때 그것을 서로 네 탓이라고 비난하면서 부부가 다투면, 아이들은 근거 없는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도 부모를 더욱더 자랑스러워 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부모님을 찾게 된다.
요사이 사회가 점점 물질주의화 되고 공부제일 주의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도 함께 보낼 시간이 없다. 서로가 소원해지는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관계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부모의 입장에서도 많이 외롭고 힘들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도 힘들고 괴로울 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줄 디딤대를 잃어버리는 꼴이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시간을 서로 함께 즐겁게 보내야 아이가 청소년이 되어서도 부모가 좋은 길을 제시해 주는 방향대가 될 수가 있다. 그래야 아이들이 이제 장성해서 각자의 가정을 지녔을 때도,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항상 자녀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