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정신과 전문의) http://blog.naver.com/artppper
꿈, 목표, 야망은 서로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 다르다. 목표는 뭔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야망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있고 미래지향적이다. 꿈은 과거, 현재, 미래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다. 내면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다. 오늘은 꿈, 목표, 야망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살펴보면서 인생의 가치에 대해서 돌이켜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제일 먼저 목표부터 시작을 하자. 목표는 구체적이다. 꿈이나 야망을 이루기 위한 보다 하위단계의 의미도 내포한다. 막연한 꿈이 노력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목표의 형태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야망, 꿈과 분리되어서 목표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맹목적이다.
예를 들어서 한때 유행했던 3억원 만들기 주식형 펀드를 생각해보자. 구체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3억 만들기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3억이 있으면 좋겠다, 3억만 모으면 마음이 편하겠다는, 돈에 대한 막연한 목표 때문에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있다. 목표자체가 목표가 된 맹목적인 경우다.
최고경영자(CEO)라는 가장 높은 목표가 있는 직장인에게 있어서 과장, 부장, 팀장, 이사는 CEO가 되기 위한 단계별 목표다. 하지만 CEO라는 목표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서 자신의 진정한 꿈과의 연결점을 찾지 못한다면 CEO도 그 맹목적인 목표일 따름이다.
야망은 목표를 개인의 감정과 연결시키는 고리가 된다. 흔히 야망은 조직내에서의 지위나 금전적인 성공과 연관이 된다. 야망은 중독성이 있다. 야망은 미래만을 바라본다. 사람이 야망에 사로잡히면 과거는 잊고 앞만 보고 나아간다. 야망과 연관된 목표가 달성될 때마다 허탈감이 밀려오고 그 다음 목표로 가게 된다.
모든 정치인의 마음 속 야망은 대통령이다. 모든 기업인의 마음 속 야망은 대한민국 최고 매출, 최고 수익의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야망을 가진 이들은 가게 하나가 성공을 하면 2개를 생각하고, 2개가 성공을 하면 10개를 생각한다. 10개를 추진하면서 100개를 생각한다. 목표가 달성될 때마다 야망은 더욱 커져간다.
꿈과 야망은 현재의 고통을 참아내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힘을 준다. 꿈이 나만의 내면적인 의미를 갖는 반면, 야망은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할 것인가에 주된 관심이 가게 된다. 야망은 사회와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에 기초한다. 야망은 타인을 지배하고 싶고, 세상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라는 감정에 기반을 둔다. 야망이 나쁜 꿈과 만날 때 파괴적인 영향을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에 끼친다.
꿈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야망은 미래만을 향해서 달려가고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야망은 불 같이 타오르지만 일단 식어버리면 삭막한 어둠 속에 빠지게 한다. 꿈은 인간의 마음 깊숙히 내재되어 있다. 세상이 힘들고 일상사에 바쁘면 잊혀진 듯하지만, 조금만 세상의 압력이 줄어들면 다시 고개를 쳐든다.
꿈은 우리가 인격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어린 시절부터 간직하게 된다. 꿈은 구체적인 형태도 가지지만 어떤 인간이 되고 싶다, 어떤 인격을 갖추고 싶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야망은 사람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졌든, 이루어지지 못했든 간에 마지막 순간에 우리의 삶을 어루만져준다. 야망은 한번 꺾이게 되면 되돌아볼수록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꿈은 설혹 이루지 못하더라도 아쉬움 이상의 흔적을 남긴다. 꿈을 꾸고 노력하던 순간과 감정들이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우리가 힘들 때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위로 받는다.
하지만 꿈에도 이런 좋은 꿈이 있는 반면 악몽도 있다. 악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배와 소유의 악몽이다. 소유의 악몽을 꾸는 이에게 있어서 돈은 물건을 사는 도구가 아니라, 권력과 지위의 상징이다. 어려서부터 악몽을 가졌던 이들이 교수가 되면 학생과 조교를 착취한다. 기업가가 되면 자신이 잘 되는 것에 못지않게 경쟁자를 몰락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악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남에게 고통을 준다. 자신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특혜를 요구하고 뇌물을 요구하고, 법위에 있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려고 한다. 지배와 소유의 악몽을 사회에서 실현시킬 능력이 없는 이들은 가정에서 그것을 실현하려고 한다. 여자와 아이들을 죽도록 때리고 괴롭혀서 가족이 자신의 소유물, 장식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악몽을 실현하는 이들은 세상을 파괴하고 지옥과 같은 곳으로 만들어간다.
어려서부터 만들어진 좋은 꿈을 적절한 야망과 결부시켜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실현한다면 그것은 최선의 인생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악몽을 사회에 실현시키려는 이들에 맞서서 세상을 지켜나갈 때 이 세상은 조금씩 더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필자 소개: 부여다사랑병원 원장,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보건학과에서 병원경영 강의, 저서는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