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발포성 와인)을 샴페인(champagne)이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발포성 와인도 모두 샴페인이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프랑스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은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에서도 샹파뉴가 아닌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도 샴페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샹파뉴 지방에서는 옛날에는 거품이 없는 일반 와인을 만들었다. (지금은 대부분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다.) 가을에 포도를 수확하여 터트리고 이를 압착해서 나온 주스를 발효하면 와인이 되고, 이 와인을 숙성하였다가 병에 담아서 상표나 캡슐이 없는 알 병 상태로 지하실에 저장하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상표를 붙여서 판매하는 식으로 와인 사업을 하고 있었다.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겨울 내내 앙금분리 등을 하면서 침전물과 부유물질 등을 제거하고 또 약간 와인이 숙성되는 이듬해 봄이 되면 그 전 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병에 담아 지하실에 보관해 놓고, 직원들은 포도밭에 나가서 포도나무를 손보면서 잡초도 뽑고 열심히 일을 하다가 가을이 되면 포도를 수확하여 공장으로 가지고 오게 되고 직원들은 그 후부터는 포도주 공장에서 일을 하였다. 포도원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가끔씩 지하의 와인 저장실을 들여다보고 점검을 하곤 하였다. 그런데 봄철이 지나고 여름철이 되면서 지하실에서 뭔가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것이 아닌가? 지하실 바닥에서부터 여러 층으로 가지런히 쌓아둔 와인 병 속에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거 참 이상도하다" 하고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보니 코르크 마개가“뻥”날아가 없어지고 와인도 쏟아져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와인 양조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었다.
무슨 문제인가 하면 지하 와인 저장실에는 좁은 면적에 와인 병을 많이 쌓아 두게 되는데 중간쯤 층에 있는 병에서 마개가 튀어 나가면 쏟아진 와인이 아래에 있는 와인 병의 외부에 묻게 되고 이렇게 묻은 와인에 곰팡이가 시커멓게 번식하게 되는 것이었다.
특히 병 주둥이의 코르크 부분에 묻은 와인은 코르크 외부를 썩게 만들어 나중에는 와인을 변질시키기 때문에 와인이 묻은 병을 물로 씻어주어야 하였으며 이런 작업은 정말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쏟아버려야 하는 병 속에 남아 있던 와인의 맛을 한번 보니 쌉쌀한 게 맛이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이것으로 신제품을 만들어보자” 해서 태어난 것이 바로 샴페인이다.
와인에 기포가 생기고 거품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샹파뉴 지방은 파리의 동쪽에 있어 프랑스에서도 상당히 북쪽에 위치하는 꽤 추운 지방이다. 따라서 남쪽 지방보다는 겨울이 빨리 오고 또 춥다. 그 해에도 포도를 수확하여 발효를 시키고 있었는데 그 해는 특별히 추위가 빨리 오게 되어 갑자기 포도 주스의 온도가 내려갔다. 열심히 발효하던 효모가 온도의 쇼크를 받게 되고 발효는 중단되었다. 이렇게 발효가 중단되었는데 사람들은 발효가 제대로 끝난 와인으로 착각하고, 겨울철 동안 여러 가지 처리를 하고 봄철 쯤에 병에 담아 지하실에 두었던 것이다.
와인에는 효모도 들어있고 또 당분도 많이 남아 있었는데 봄, 여름철에 들어서면서 지하실의 온도가 약간 상승하게 되니 쇼크를 먹었던 효모가 다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효모는 와인 속에 남아 있는 당분을 먹고 활동하면서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하면서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2차 발효로 발생한 탄산가스가 코르크 마개 때문에 병 속에 갇혀있게 되고, 이 탄산가스의 압력이 점점 세어져서 코르크를 밀고 나가서 와인이 쏟아지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와인 속에 당분과 효모가 남아있게 되는 등 양조 관리를 잘못하여 생긴 일이기 때문에 와인으로는 불량품이다. 제대로 발효를 했었다면 일반 와인이 되었지 샴페인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독자들께서도 뭘 잘 못 만들어서 나온 불량품이 있거든, 버리지 말고 다른 용도로, 즉 신제품으로 만드는 생각을 해보시기 바란다. 이렇게 불량품이 신제품이 된 예는 수 없이 많다.
미국 3M 회사의 수세미, 포스트잇 등도 다 이런 불량품들이었다.
수세미는 공업용 연마제를 만들기 위하여 부직포를 가지고 나무와 금속의 표면을 연마하는 실험을 하던 중 태어났다. 연구원이 어떤 샘플은 연마능력이 부족하고 어떤 샘플은 너무 세어서 원하는 수준이 되지 못하므로 이런 불량 샘플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이웃에서 다른 연구를 하던 연구원이 실험실의 그릇들을 물로 씻기 위하여 행주 같은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마침 버린 수세미 조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어다가 그릇을 씻어보니 기가 막히게 깨끗하게 씻어졌다. “야 요것 봐라, 요거 부엌에서 그릇 닦기에 최고다”하고 신제품으로 개발해서 미국의 가정주부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는 대박을 터트렸다. 그 동안에도 연마제를 개발하던 친구는 실험실에서 계속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수세미를 만들고 있었다.
포스트잇을 만들게 된 것도 비슷하다. 접착제를 만드는 실험을 하던 연구원이 접착제를 만들어서 종이에 묻혀서 접착력 테스트를 해보았으나 원하는 만큼의 접착력이 나오지 않으므로 샘플을 버리고 원료의 비율을 달리하여서 또 접착제를 만들어서 접착력을 테스트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옆방에서 다른 연구를 하던 직원이 쓰레기통에 접착제가 묻은 종이 같은 것이 보여서 가져다가 사무실 벽에다 붙여놓고 메모지로 활용했었는데 뗄 때도 잘 떨어지고 붙일 때에도 잘 붙고 또 몇 번을 사용할 수도 있고 기가 막히게 편리한 것이었다.“옳다구나.”하면서 신제품으로 회사에 신청하였고 회사에서는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서 `사무실의 혁명`을 가져오는 대박을 터트리게 되었다. 다시 샴페인으로 돌아가서, 요즘에는 발효가 끝났는지, 아직 진행중인지는 실험실에서 당도를 점검하여 완전히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담으므로 이렇게 코르크 마개가 도망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현재에는 샴페인을 만드는 방법은, 일단 정상적인 와인을 만들게 된다. 이 와인은 발효가 끝났으므로 와인 속에는 당분이 거의 없고 효모도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런 베이스 와인에 설탕과 효모를 적정량 첨가하여 병에 담은 후 마개를 막아두면, 와인이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하게 된다.
이렇게 2차 발효를 하면서 발생하는 탄산가스가 병 속에 가득 포화되도록 특수 마개를 사용한다. 발효가 완전히 끝나면 와인 속에 있는 효모를 제거하고 다시 제대로 된 샴페인 코르크로 마개를 하고 철사로 된 와이어 후드로 마개를 병에 묶어주고 캡슐과 상표를 붙여서 완제품을 만든다. 샴페인의 거품은 크기가 작은 것이 좋고 또 오랫동안 이어져 올라오는 것이 좋은 것이다. 샴페인은 와인을 만든 후에 다시 발효하는 과정 등을 거치므로 와인보다 비싸다. `정상 제품`이던 와인보다 `불량품`이었던 샴페인의 가격이 더 비싸다. 일반적으로....
*필자 소개: 연세대 화공과 졸업, 미국 포도주 공장 연수(캘리포니아, 뉴욕 주), 독일 가이젠하임 포도주 대학에서 양조학 수학, 프랑스 보르도 소재 CAFA 와인스쿨 정규 소믈리에 과정 수료, 국산 와인 마주앙 개발 주역으로중앙대, 세종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단국대, 기업체 등에서 와인 특강, 저서로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세종서적)`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세종서적)`, `와인 가이드(중앙북스)`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