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정신과전문의) http://blog.naver.com/artppper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주위에서 물어보면 사람들은 흔히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짚신도 제짝이 있다고 하면서 언젠가는 내 마음에 드는 괜찮은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다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음식 맛이 좋다고 생각하는 식당은 다른 사람들도 음식 맛이 좋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식당은 남들도 대게 형편없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내가 아주 맛있다고 생각하는 식당에 대해서 남들은 그렇게 대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는 수는 있다.
내가 맛이 없다고 생각한 식당에 대해서 남들은 참을 만하다고 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남들이 아주 맛있다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내가 아주 맛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 남들이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대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들도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들도 싫어한다.
남녀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남들도 다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호감을 가진다. 내가 저 남자는 영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 대개 다른 여자들도 그 남자에 대해서는 영 아니야, 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평가하듯이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 즉 나의 좋은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나를 그 사람의 좋은 상대방으로 여겨주어야 한다. 그런데 보다 좋은 대상으로 변화하고자 할 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대개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여성의 경우는 외모, 남성의 경우는 지위, 부, 학벌, 직장 등이다. 자신의 인간됨에 대해서 관심을 주는 경우는 남녀를 불문하고 별로 없다.
여성이 외모에 신경을 쓰고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가 단지 남자 때문은 아니다. 외모가 나아진다고 느끼면 본인의 자기만족감도 나아진다. 그리고 여성의 경우는 다른 여성들로부터 옷, 액세서리, 구두 등에 대해서 예쁘다고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좋은 남성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뭐가 바뀌어야 할 지 생각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외모다.
연예인들이 성형수술을 하고 전문가의 메이크업을 받고 나서 완전히 얼굴이 바뀌어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성형수술을 하고 진한 화장을 하고 나서 더 이상해 보이는 수도 있다. 주위를 볼 때 성형수술을 하고 나니까 그 때부터 좋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남성들의 경우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흔히 학벌, 재산, 좋은 직업을 떠올린다. 좋은 결혼상대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가진 것도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틀리지는 않다.
그렇지만 좋은 학교를 나오고, 집에 돈이 많고, 좋은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그 남자들이 모두 자신에게 맞는 여성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이런 좋은 조건을 갖추었지만 마음에 남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소위 1등 신랑감 중에서도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 혼자 사는 사람도 있고, 이혼 재혼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레벨의 용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는데 누구는 좋은 남성을 만나고 누구는 좋은 남성을 만나지 못한다. 같은 정도의 학교를 나오고 직장을 다니지만 누구는 좋은 여성을 만나고 누구는 좋은 여성을 만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바로 텔레비전 드라마에 있다. 착하고 선한 사람, 즉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에 의해서 선택받는다. 삶도 그러할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 있어서 융의 `아니마 아니무스`는 아주 흥미로운 개념이다. `아니무스`는 여성 속의 무의식적인 남자 마음에 해당되고, `아니마`는 남성 속의 무의식적인 여성 마음에 해당이 된다.
어떤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4자매의 막내다. 부모님은 아들을 낳으려다가 마지막으로 그녀를 낳았다.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생각해서 부모님은 남자 이름을 마련해두었다. 그녀가 태어나고 어머니는 불임수술을 받았다. 부모님은 아쉬움 때문에 남자 이름을 그녀 이름으로 사용했다. 어려서부터 주위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그녀의 이름에 대해서 묻고는 했다. 학교 때도 남자 아이들이 이름을 가지고 많이 놀렸다. 어른이 되고 그녀는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남자친구와 사소한 마찰이 있으면 며칠 씩 전화를 받지 않는다.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사소한 절차문제 때문에 파혼을 한 경우도 있다. 외모도 단정하고 일도 똑부러지게 하는데 유독 남자 문제에 있어서만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다.
융의 표현을 빌면 그녀 안의 남자의 마음에 해당되는 아니무스 때문에 일이 자꾸 틀어지는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유독 여자를 사귈 때 문제가 많고 틀어지는 경우 그 남자의 마음속에 있는 여성의 마음에 해당되는 아니마가 사단을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성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신뢰할 수 있고 나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좋은 상대방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부터 좋은 성격을 갖추어야 한다. 때로는 못된 남자가 착한 여자를 이용하기도 하고, 못된 여자가 착한 남자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성품이 착한 사람은 성품이 착한 사람들에게 끌리고, 성품이 이상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들에게 끌리고, 성품이 무미건조한 사람은 무미건조한 사람들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이렇게 잘 대해주는 상대방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기 전에 남을 그렇게 잘 대해주는 내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그렇게 내가 바뀌게 된다면 내 주위에는 그 동안에 눈에 띄지 않았던 좋은 남자, 여자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가끔씩 디자인은 아주 예쁘지만 색깔이 영 아닌 옷이 있다. 아무리 장식을 더 많이 붙여도 별 효과가 없다. 색깔을 조금만 바꾸면 그 효과는 크다. 성격이 아주 착한데 영 꾸미지를 못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외모에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상당해서 거의 스타일리스트나 코디 수준이지만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가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외모에 투자하기 보다는 사람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바꾸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한계에 부닥친 측면을 더 낫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관심을 두지 않고 방치한 취약한 측면을 보상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다.
흔히 성형중독이라고 표현되는 사람들이 있다. 반복적으로 성형수술을 받는 그 분들이 진정 쟁취하고 싶은 것은 자신감이다. 그런데 자꾸 얼굴에 손을 대서 마음의 자신감을 획득하고 싶어 한다. 그 정성과 노력으로 마음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데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내적인 성숙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이들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 고려하면서 남에게 보이는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나이가 들고 성숙하게 되면 과거에 보이지 않았던 상대방의 장점이 보이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도 한다. 결국은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져야만 상대방의 장점도 더 많이 보이고 좋은 상대방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부여다사랑병원 원장,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보건학과에서 병원경영 강의, 저서는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