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정신과전문의) http://blog.naver.com/artppper
성공이라고 하면 흔히 돈이 많거나 명예를 얻는 것 두가지 중 하나를 생각한다. 사업가는 대표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다. 회사를 크게 하다가 보면 사람들도 주위에 모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는 명예도 얻는다. 하지만 사업가는 역시 돈이 가장 기본이 된다.
반면 돈을 많이 벌어도 명예가 덜 따르는 직업도 있다. 세일즈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돈도 많이 벌고 세일즈를 하다가 보니 아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항상 고개를 숙여야 한다. 식당도 그렇다. 여러군데 분점을 차리게 되는 큰 규모가 되면 모르겠지만 항상 손님들에게 고개 숙이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남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기에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비해서는 무시당한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명예를 대표하는 직업이 선출직이다.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의원, 군수, 구청장, 도의원 등에 출마할 때는 어느 정도 명예욕이 동반된다. 물론 좋은 의지와 생각을 펼치기 위해서 국회의원, 시의원, 도의원 등에 출마하는 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명예가 중요하다. 굳이 이렇게 직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임의 회장도 명예를 중요시하는 분들이 출마한다. 전경련회장, 로터리 클럽회장, 라이온스 클럽회장, 중소기업회장, 경총 회장등 다양하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전국노총 민주노총 산업별 단위사업장 노조위원장 등 다양하다. 의사 사회도 학회마다 학회장이 있고, 시도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장, 병원협회장 등에 출마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그리고 선거는 선거여서 알게 모르게 많은 비용이 든다.
앞서 세일즈 맨이 돈을 버는 것에 비해서 명예가 덜 따른다고 했다. 항상 자신이 낮은 사람이 되어야지 고객에게 물건을 팔 수 있다. 반면에 연예인이나 프로운동선수들은 같은 돈을 버는 다른 직업에 비해서 명예 혹은 유명세가 따라다닌다. 억대 연봉인 은행원은 아무도 못 알아보지만 억대연봉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대개 누구나 알아본다. 연예인의 경우 이름은 알려져도 막상 그 수입은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연예인은 유명할 때는 어디에 가나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이 부담된다. 하지만 막상 인기가 떨어지면 돈이 덜 벌린다는 것도 스트레스 받지만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것도 스트레스 받는다.
대개의 경우 돈과 명예는 함께 따라간다. 어느 정도 살다가 보면 밸런스가 맞는다. 유명하게 되면 이유를 막론하고 돈이 따라온다. 돈을 벌다가 보면 아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나름 유명해진다. 그런데 때로는 어거지로 일을 벌리는 경우가 있다.
옛날에 꽤 커다란 중소기업의 2세 경영자가 지방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이 말씀하기를 아무리 지금부터 회사를 키워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에 종업원이 그 정도 수가 되고 굴리는 돈이 그 정도 된다면 대단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나름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는 방법은 국회의원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100대 기업은 못돼도 대한민국에서 훌륭한 국회의원 100등안에는 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명예를 얻는 이유라고 봤을 때 국회의원이 되면 스스로 명예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역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는데 유리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리가 있다.
반대로 명예가 높은 사람들 중에는 위로 올라갈수록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고위공무원이나 정치가 중에는 젊어서는 나름대로 이상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금품수수의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 많다. 특히 젊어서 최소한도의 경제적 생활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명예를 위해서 금전적인 부분을 등한시했다가 나이가 들어서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수도 있다. 너무 경제적 측면을 등한시하지 않고 나름대로 젊어서부터 부업도 하고, 투자도 했다면 나이가 들어서 목돈이 들어갈 때 혼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경제적인 부분을 등한시 하고 명예만 좇다가 보면 나중에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 오는 수도 있다.
너무 힘들고 어쩔 수 없이 한번 유혹에 빠지면 그 다음에는 오히려 자신이 먼저 뇌물을 요구할 정도로 파렴치 하게 바뀐다. 명예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어진다. 자신은 젊었을 때 나름 이상을 추구하고, 청렴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도 안되는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만약에 돈을 버는 것이 주된 목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돈을 열심히 벌고 명예가 저절로 따라오기를 바래야 한다. 명예가 주된 목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명예와 연관된 권력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하다가 보면 패가망신한다. 차라리 잠시 명예를 중단하고 제대로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 낫다. 타협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살아온 고위공무원, 판검사, 정치인 중에서도 막상 나이가 들면 유혹을 더 크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 차라리 이 쯤에서 한번 공직을 그만두고 민간회사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 삶의 균형을 맞추고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더 넓은 시각으로 더 크게 나중에 공익을 위해 봉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을 벌어서 성공을 하건 명예를 얻어서 성공을 하던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 존경이다. 존경을 얻는 법은 간단하다. 조금만 손해를 보면 된다. 만약에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하는 것보다 직원을 조금 더 배려하고 하청업자를 조금만 더 배려하면 존경을 얻는다. 만약에 고위공직자라면 관리감독대상인 민간단체나 회사의 담당자의 입장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면 된다. 만약에 국회의원이라면 각행정부처의 피감자들이나 자신들 밑의 보좌관을 비롯한 직원들을 조금더 배려해 주면 된다. 잘난 체 하지 않고 겸손하고 작은 것에 손해를 감수하면 사람들이 존경을 해준다. 그러한 존경은 부와 명예가 위기에 처했을 때 뜻을 잃지 않고 꿈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흔히들 이미 부자인데 추하도록 돈에 사로잡혀서 지내는 이들이 있다. 이미 돈을 많이 가졌건만 지독스럽게 돈을 더 불리고 싶은 사람들은 진정 원하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사람들은 돈독만 오른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다 . 그 사람이 돈을 벌려고 기를 쓰고 돈을 더 많이 벌수록 추하다고 생각하고 뒤에서 욕만한다. 조금만 손해를 감수하면 존경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조금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계속 탐욕만 부린다.
국회의원, 장관, 연예인 중에 거만한 사람들이 있다.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들을 부려먹으려고만 한다. 그렇게 남을 부려먹고 거드름피우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굽신거리는 것을 확인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국회의원에서 떨어지면, 정치판에서 밀려나면, 테레비에 나가지 못하면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도 없고 굽신거리는 사람도 없게 된다. 그러한 추락이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에 선거비용을 대느라 뇌물을 받는다. 사장을 연임하려고 연줄도 쓰고 뇌물도 쓴다. 일부 배우들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명해서 이름 석자만 대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가 겸손하고 개인적인 일을 절대로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한다면 존경을 얻을 수 있다. 존경을 받는 정치인에게는 언젠가는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온다. 신인배우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 패배를 인정하면 존경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을 따르는 배우들이 생기게 되면 나중에 중견배우가 되었을 때는 그 때의 신인배우들이 자신을 도와주게 된다.
존경을 얻는 사람이 어쩌면 인생에서는 최고의 승자일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이가 들어서 병이 걸리면 쓸 수 없다. 자식들은 유산을 놓고서 서로 소송을 하면서 부모가 빨리 죽기만 바란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도 말년에는 잊혀진다. 한 때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주위에 드글드글했기에 말년의 외로움은 더 크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마음이 부자다. 괴로울 때나 힘들 때나 가난할 때나 그의 마음을 덥혀주는 따사로운 추억이 많다. 힘든 순간에도 그는 외롭지 않다. 그리고 그를 진정 따르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옆을 지켜준다.
어쩌면 우리가 돈을 벌고, 권력을 얻고, 명예를 드높이려는 이유는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를 얻고 싶어서일 것이다. 돈, 명예, 권력이 있으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인정 받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끼리 마음으로만 통할 수 있는 형태로 인정을 받는 것이 존경이다.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돈을 벌고, 필요 이상으로 지위를 쌓고,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지고자 할 때 그래서 가족과 멀어지고 주위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을 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자. 내 마음 속에서 진정 원하는것은 혹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보자. 아까 돈을 벌고 싶으면 돈에 충실하고, 명예를 얻고 싶으면 명예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듯이 존경을 받고 싶으면 존경받을 만한 행동과 일을 해야 한다.
*필자 소개: 부여다사랑병원 원장,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보건학과에서 병원경영 강의, 저서는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