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외과 전문의) http://isineclinic.com
아침 저녁으로 더욱 쌀쌀해진 날씨와, 환기가 되지 않고 밀폐되어 탁해진 실내공기, 그리고 부족한 운동량 때문에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거리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매일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은 아니지만 가벼운 감기나 전신 피로감,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든다면 운동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갈등을 겪게 된다.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고 스트레스, 과로나 과음, 흡연 등을 피함으로써 몸의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 앞서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음으로써 독감에 대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운동과 관련하여 미국스포츠의학회에서는 일상 생활 속 꾸준한 운동이 감기 발병률을 크게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거의 매일, 최소한 45분간 걷기와 같은 중강도의 운동을 한 사람들은 감기 발병률이 25~50% 정도 낮게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또한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전 중강도의 운동을 하면 백신의 체내 반응이 향상되어 면역력이 상승되기 때문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감기에 걸렸다면 몸 상태에 따라 운동 여부를 조절해야 한다. 콧물, 재채기, 인후통, 마른 기침 등 열이 나지 않는 단순 감기 증상이 목 위에만 국한되어 나타날 때는 평소보다 가벼운 강도와 적은 시간의 운동을 너무 과하지 않게 하면 무방하다. 그 밖에 새로운 운동이나 강도 높은 운동 이후에 발생한 지연성 근육통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감 등의 경우에도 쉬기보다는 오히려 간단한 운동을 함으로써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반면에 몸살 기운이 있거나 춥고 떨리는 오한, 열이나 목이 붓는 등 목 아래로 확산된 전신 증상들이 있을 때는 편하게 쉬어서 우리 몸이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잘 먹고 푹 쉬는 것이 좋다. 열이 내려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3일간은 전염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운동을 쉬고, 감기나 독감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이후에도 적어도 2주간은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하며 서서히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첫째, 열이 난다는 것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으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열이 체온을 더 상승시켜 심하면 열사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 있으며, 운동으로 인한 피로감이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정상 체온이 돌아온 후에도 3일간은 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둘째, 계속되는 기침은 폐활량을 떨어뜨리고 호흡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운동으로 인해 유발되는 잦은 호흡에 기침이 계속 되거나 가래가 난다는 것은 기관지 등의 호흡기계 감염을 의미할 수 있고, 좁아진 기관지가 운동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빨라진 호흡을 감당할 수없기 때문에 운동을 쉬어야 한다.
셋째, 탈수 증상은 체내의 수분부족을 의미한다. 잘 먹지 못하여 체내에 수분이나 전해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메스꺼움, 구토, 설사, 심하면 발열이나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탈수 증상이 사라지고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운동을 피하도록 한다.
넷째, 만성질환이나 위험한 질병이 있으면, 의학적인 증상이 운동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을 위해 건강이 볼모가 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활달함과 건강을 즐길 수 있다.
*필자 소개: 이동윤 외과의원 원장, 대한 외과 개원의 협의회 보험부회장,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마라톤 대회장, 카톨릭 의대-성균관의대 외래교수, 소아암 환우돕기 분홍빛 꿈 후원회 대표. 저서로 `달리기 SOS` `죽지않고 달리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