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외과 전문의) http://isineclinic.com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노화연구소에서 1천500명을 대상으로 1972~1987년 사이에 5년마다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를 조사하고 1998년까지 이들을 지켜 본 결과,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의 걷기와 자전거 타기 운동을 꾸준히 1주일에 최소한 2번 이상 운동을 하면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약 60% 낮아졌다. 운동이 뇌에 대한 혈류를 개선하는 등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이 1984년부터 20여 년간 일주일에 여러 번 달리기를 하는 50세 이상의 성인 538명과 같은 조건에서 달리기를 하지 않는 그룹을 비교 연구한 결과, 19년 후에 달리기를 하지 않는 그룹에서는 34%가 사망한 반면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한 그룹에서는 사망률이 15%에 그쳤다. 달리기를 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일찍 사망할 확률이 50%나 감소했으며, 신체장애 없이 더 오래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며, 이런 차이는 90세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미국 예시바 대학의 `아인슈타인 노화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건망성(amnestic) 경도 인지기능장애 노인 54명, 비건망성 경도 인지기능장애 노인 62명,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295명에게 센서가 내장된 보행분석기를 달고 다니게 해 보행속도, 보행리듬, 보폭을 분석했더니, 보행이상 발생률은 기억력 저하를 수반하는 건망성 경도 인지기능장애 그룹이 31.5%로 비건망성 경도 인지기능장애 그룹의 19.4%, 대조군의 16.3%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보행이 뇌기능을 나타내는 창(窓)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행 자극을 통해 역으로 인지기능의 강화가 가능하다는 추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타이완 국립성공대학교에서 젊은 쥐, 중년의 쥐, 나이든 쥐를 대상으로 하루 1시간씩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시켰다. 정상적으로는 중년 쥐는 뇌의 습득 및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에서 뇌 신경세포의 전 단계인 신경전구세포와 분열세포의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그러나 매일 1시간씩 달린 중년 쥐의 신경 줄기세포 생산은 가만히 있는 중년 쥐에 비해 2배로 증가했을 뿐 아니라, 뇌 신경세포의 생성과 생존력도 더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기의 이런 효능은 나이든 상태에서보다 젊은 상태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며, 젊어서 달리기를 시작할수록 뇌 신경세포가 더 많이 생겨나고 더 잘 자란다는 결론이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연구에서 해마가 큰 사람은 노인성 치매의 특징적 증상인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신경섬유 농축이 심하게 나타나도 치매에 걸리지 않고 예민한 사고력과 맑은 기억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마란 뇌의 측두엽에 있는 부위로 기억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뇌의 오른쪽과 왼쪽에 하나씩 모두 2개가 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신경섬유 농축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예리한 판단력과 깨끗한 기억력을 유지하고 있는 12명과 치매환자 24명의 뇌를 비교한 결과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치매환자보다 평균 10% 정도 크고 전체적인 뇌의 용적도 약 5% 큰 것으로 밝혀졌다. 노인성 치매와 관련된 뇌의 변화는 해마에서 시작되며 뇌조직의 수축이 제일 먼저 시작되는 곳도 이 부위이다.
달리기가 뇌 기능을 좋게 하는 것은 적당한 달리기는 뇌에서 나오는 신경세포의 성장 요소와 그것의 수용체인 ‘TrkB’의 농도를 증가시키면서 뇌 신경세포의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뇌 신경세포를 생산하는 기능이 감퇴해가지만 적당한 달리기는 새로운 뇌 신경세포의 생산과 성숙, 생존율을 향상시킨다. 달리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육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좋다.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65세 이상의 노인 1천740명을 2년 단위로 6년 간 추적한 결과, 1천185명이 치매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77%가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이 치매 예방에 특별히 좋은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걷기같은 가벼운 운동을 단지 15분 간만 해도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의 수준이 낮아져서 치매 예방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바게닝겐 대학의 연구보고서는 노인 2천257명(71~93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매일 걷는 거리가 400m 이하인 노인은 매일 3km 이상 걷는 노인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사 건강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70~81세 여성 1만6천46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편안한 걸음으로 일주일에 1시간30분 정도 걷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인식기능 테스트 성적이 훨씬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특징적 증상인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감소시키고 또 신경세포 생산에 필요한 호르몬 분비와 뇌혈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포함한 유산소 운동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 소개: 이동윤 외과의원 원장, 대한 외과 개원의 협의회 보험부회장,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마라톤 대회장, 카톨릭 의대-성균관의대 외래교수, 소아암 환우돕기 분홍빛 꿈 후원회 대표. 저서로 `달리기 SOS` `죽지않고 달리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