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스캔들`이라고 해서 와인의 역사에서 남녀 간에 무슨 기가 막힌 불륜의 정사가 있었는가, 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와인에 얽힌 사건과 사고들을 이야기할까 한다.   가장 오래된 것은 아무래도 이집트와 로마시대에 있었던 `와인에 물 타기` 사건들일 것이다. 당시에는 알코올 도수를 잴 수도 없던 시대라 물을 타서 양을 늘려도 소비자들이 눈치를 챌 수가 없었다. 또 당시에는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물을 타서 마시던 시대이니 `물 타기 사건`이 많았을 것이다. 또 요즘같이 고객이 보는 앞에서 와인 병을 따는 것이 아니었다. 와인 병이 요즘보다는 아주 커서 여러 사람에게 따라주는 것이 일반적이라 손님들 모르는 곳에서 주인이 몰래 물을 탈 수 있었을 것으로 상상된다.   옛날에 군대생활 할 때의 일이다. 부대 PX 에 막걸리 차가 왔다 가면 PX 에 근무하는 사병이 몰래 막걸리 단지에 양동이로 물을 부어넣고 휘휘 젓는 것을 나 말고도 여러분들이 보았을 것이다. 자고로 특히 술과 관련해서는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이러한 소규모의 장난이 아니고 좀 큰 사건들의 경우 국제적인 비난을 받게 된다. 그 중에서 최근에 터진 사건을 몇가지 알아보기로 한다. 관련된 국가들로서는 기분 좋지 못한 기억을 떠 올리게 된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으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 알려진 사실들이니 우리도 알 것은 알고 넘어가는 것이 앞으로 와인 문화의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1985년 오스트리아에서 와인에 사용될 수 없는 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 이란 물질을 첨가하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 전 유럽과 세계를 경악케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일기가 좋은 해에는 잘 익어서 품질이 좋은 포도가 생산되고 작황이 나쁜 해에는 잘 익지 않은 포도가 생산되는 등 매년 포도의 작황이 다르다. 포도가 잘 익지 않고 품질이 떨어지면 이런 포도로 만든 와인은 당연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황이 나쁜 해여서 주변 국가들에서는 낮은 등급의 와인을 많이 생산하였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그 해에도 좋은 와인을 생산하니 이웃 나라의 포도 재배 농민들이 "거 참 이상하다. 우리나라와 바로 이웃에 있고 또 우리하고 기후도 비슷하였는데 어떻게 오스트리아에서는 저렇게 향이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가 있었을까?" 하고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국제 와인 시장에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주변 국가들의 와인 회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와인 분석을 해보니 놀랍게도 와인에는 당연히 있을 수 없는 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 이란 물질이 검출되었다. 디에틸렌글리콜은 자동차 등에서 부동액으로 겨울철에 많이 사용하는 냉매다. 약간 단맛이 있으며 특히 상당히 감미로운 향이 있는 물질이다.   포도가 잘 익지 못하여 양조한 와인의 향과 맛이 별로였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와인 공장들이 비밀리에 디에틸렌글리콜을 약간 섞어서 향이 좋고 맛이 부드러운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는, 말도 안되는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이 사실이 공표되니 그동안 오스트리아 와인을 수입한 세계 각국들에서는 문제의 와인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와인 전체를 믿지 못하겠으니 모든 오스트리아 와인을 반품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여 세계 와인 사회를 발칵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으로 변했다. 이렇게 하여 와인의 판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오스트리아 회사와 업계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일부 와인 공장에서만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하고 사과하는 등 사건 무마에 전력을 다 하였으나, 오스트리아 와인이 세계의 와인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데 여러 해가 걸렸다. 이웃 일본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이런 와인을 수입, 판매하였던 유명 와인 수입회사가 일본의 와인 소비자들의 거친 항의와 손해배상 등의 문제로 문을 닫기도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와인을 수입하지 못하던 때라 알려지지 않고 지나간 일이었다. 이 오스트리아 와인 스캔들은 세월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고 와인 업계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다시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었다.   1986년 에는 이탈리아에서 사건이 터졌다. 이탈리아 북부 와인 산지에서 생산되는 저가의 `바르베라` 와인이 문제였다. 법적으로는 0.3% 이하 정도로 아주 미량만 검출돼야 하는 `메틸알코올`이 무려 5.7% 나 포함된 와인을 판매하여, 이 와인을 마신 사람 중에서 22 명이 죽고 90명이 병원에 입원한 대형 사건이었다. (와인이 발효하면 에틸알코올이 생성되는데 정상적인 발효에서도 100%  에틸알코올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아주 미량의 메틸알코올, 알데하이드 등도 생긴다. 발효는 미생물인 여러 종류의 효모가 하는 것이라 이놈들이 부산물로 이런 저런 물질도 만들기 때문에 와인과 맥주를 포함한 모든 발효주에는 미량의 메틸알코올이 들어 있다.) 이때에도 전 세계에 판매된 이탈리아 와인들이 반품되는 등 대소동이 있었다. 이 메틸알코올을 물에 타서 술이라고 마셔서 사고가 나는 것은 후진국들에서 가끔 있었던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 시골의 잔치 때에 손님들에게 술을 대접하려니 돈이 많이 들고 해서 걱정을 하던 사람이 “알코올을 물에 타면 그것이 바로 소주고 술이 된다.” 고 하는 소문을 듣고 정확한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고 화공 약품상에 가서 가장 싼 알코올을 샀는데 그것이 공업용 메틸알코올이었다. 큰 단지에 물을 담고 여기에 메틸알코올을 대충 갖다 부어서 막대기로 휘휘 저어 주전자에 담아서 손님들에게 갖다 주었다. 이것을 마신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입원도 하는 등의 사건이 있었으나, 와인의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메틸알코올은 미량은 아무런 해가 없으나 많이 마시면 실명이 되고 더 많이 마시면 생명을 잃게 되는 물질이다.)    1986년 4월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독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고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 등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당시의 동유럽은 물론이고 서유럽까지 날아갔다. 도시는 물론이고 산림과 경작지, 목초 등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하여 온 유럽에 비상이 걸린 일이 있었다. 만약의 경우 곡류와 채소는 물론이고 우유 제품 등 거의 모든 식품이 해당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당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수치가 대부분 미미하였고 일부 수치가 높은 지역의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판매되어 식품 대란 없이 지나갔던 일이 있다. 각 나라의 와인 수입회사들은 이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도 방사능 오염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여 유럽 전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수입할 경우 관련 분석 자료를 요청하는 등 까다롭게 굴었다. 다행히 당시 유럽 각국의 연구기관에서 분석한 결과 와인은 이상이 없었다고 발표하였고, 개별 와인 수출 회사들도 성실하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여 수입회사들을 안심시켰다. 당시 생산된 독일 와인을 수입한 동양맥주 회사의 마주앙 공장에서도 해당 빈티지 와인의 분석 자료를 요구하였고 독립적인 연구소에서 분석하여 아무 이상이 없다는 자료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2007년 11월 이탈리아에서는 토스카나에서 생산되는 이탈리아 최고급 등급(D.O.C.G.) 와인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100% 산지 오베제 포도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다른 품종의 포도를 일부 섞었다는 제보를 사직 당국이 입수했다. 당국이 토스카나 지방의 대형 와인 공장 몇 곳을 대상으로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일부 회사들이 제보와 같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와인들이 고급 등급의 아래 등급인 I.G.T.(중급)로 강등되는 조치를 당했다. 이때도 전 세계에 수출되었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은 반품 소동이 있었고 각국으로부터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등의 망신스런 일이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가끔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인 그랑끄뤼 와인 중에서도 3 등급 샤또 와인인 샤또 지스쿠르는 빈티지 간에 와인을 섞어서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기고 좋은 빈티지인 1988년 와인에 썩 좋은 빈티지가 아닌 다른 빈티지 와인을 섞어서 판매한 사실이 밝혀져 말썽을 빚었다. 이 일로 이 샤또의 명성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이런 일이 아니라도 품질과 이미지 등의 관리를 잘 못 하면 샤또의 밸류가 떨어지는데 이런 사건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최근에는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규정 이상으로 많은 설탕을 사용하여서 조사를 받았고 또 다른 빈티지의 와인을 섞은 일로 조사를 받고 처벌 당한 일도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법정 수준으로 가당하여서 발효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일 수 있으나 그 이상으로 가당하면 위법이다.)  올해는 프랑스 남부 지역인 랑그독 루시용 지방에서 와인을 미국의 가장 큰 와인 회사인 E&J Gallo 에 수출하였는데 표기와 다른 동네의 삐노 누아를 섞어서 무려 1천만 병 정도를 비싼 가격에 판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하였다.   2002년 중국에서도 사건이 터졌다.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끄뤼 샤또 중에서도 1 등급으로 세계 최고급 와인인 샤또 라피테 로칠드 와인으로 사고를 쳤다. 별로 좋지 않은 빈티지인 1991년 샤또 라피테 로칠드를 수입하여 상표를 떼어내고 자체적으로 아주 정교하게 만든 1982년 상표를 붙여서 엄청 고가로 팔았다가 들통이 났다. 1982년 빈티지는 1980년대 중 작황이 가장 좋았던 빈티지로 가격이 아주 높게 판매되고 있는 와인이다. 중국에서는 몇 년 전에도 포도 주스는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색소, 향 등을 넣어 와인을 만들어 판 사건이 터져 매스컴에서 한 동안 시끄러웠다. 약 2천 년전에 예수가 물을 와인으로 변하게 한 `기적` 이후 발생한, 세계 와인 역사상 또 하나 기적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한국에도 룸살롱 등에서 손님이 취하기 전에는 정품인 양주를 내어 놓다가, 취했다고 생각이 되면 그 후부터는 양주병에 다른 싼 양주를 담아 갖다 준다고 하고, 또 어떤 업자들은 아예 싼 양주의 상표를 떼어버리고 비싼 양주의 상표를 붙여서 팔다 적발된 사건을 가끔 신문에서 보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가짜 와인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와인이 대중화되면 이런 상표 바꾸기와 같은 류의 사건이 터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앞으로 와인을 수입하는 회사들과  와인 생산회사들은 이런 스캔들의 폭발력을 감안하고 국내 와인 애호가들과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또 국내 와인 산업과 사업의 성공을 위하여, 국제적인 와인 시장의 정보들을 수집하고 참고가 되는 정보들은 와인 시장에 알리기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연세대 화공과 졸업, 미국 포도주 공장 연수(캘리포니아, 뉴욕 주), 독일 가이젠하임 포도주 대학에서 양조학 수학, 프랑스 보르도 소재 CAFA 와인스쿨 정규 소믈리에 과정 수료, 국산 와인 마주앙 개발 주역으로 중앙대, 세종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단국대, 기업체 등에서 와인 특강, 저서로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세종서적)`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세종서적)`, `와인 가이드(중앙북스)` 등 다수.    
최종편집: 2025-05-02 00: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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