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별로 특별한 유래가 있는 유명한 와인들이 있는데 헝가리에서도 좋은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병 걸린 포도로 세계 최고급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좋은 포도로 만들어야지 왜 병 걸린 포도로 만드느냐? 먹는 걸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이 제일 나쁜 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좀 의아하게 여길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병 걸린 포도로 만든 와인이 세계 최고급 와인이라는 것이. 문제는 아무 병이나 걸린 포도가 아니고, 귀부병(botrytis)이라는 병에 걸린 포도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도가 이 병에 걸리기를 기다렸는데 만일 엉뚱하게 다른 병에 걸리게 되면 그해 농사는 망치게 되는 것이다.   병든 것이 다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은 생각을 좀 바꾸는 너그러움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우황청심환, 하면 아마 여러분이 잘 아는 한약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우황청심환은 소의 쓸개로 만드는데 건강한 소의 쓸개가 아니고 결석인가 뭔가 생긴, 병든 쓸개로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병 걸린 포도로 최고급 와인을 만들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신체적 장애를 딛고서 뛰어난 과학자, 예술가, 철학자, 기업인이 된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병에 걸린 포도는 정상적인 포도와는 다르게 포도 껍질이 엷어지고 또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게 되는데 이때 포도의 껍질이 짓무르고 터져서 과육이 쏟아지는 등으로 대부분의 포도는 못 쓰게 되고 쓸 수 있는 포도는 겨우 10 % 밖에 되지 않는다. 터지지 않고 남은 포도 알은 건조하여 수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남은 포도의 주스는 정말로 완전 농축 주스가 된다. 포도의 주스의 당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효모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발효하는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발효가 끝나도 알코올은 별로 높지 않고 단맛은 아주 많고 신맛도 상당히 있는 와인이 된다. 또 귀부병에 걸렸기 때문에 이 병에서 오는 독특하고도 기가 막힌 향으로 대단한 와인이 된다.      이렇게 귀한 와인이다 보니 이 와인에 대하여 별별 이야기가 전래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 와인을 마시면 남자들의 정력이 좋아진다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은 멀리 제정 러시아의 황궁에도 전파되어, 왕족이나 귀족의 부인들이 귀가 솔깃하여서 이 와인을 찾게 되었다. 아마도 당시의 왕족이나 귀족 중에서는 잠자리에서 부인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던 모양이다. 시원찮은 남편 때문에 늘 불만이었던 귀부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 명약을 구하려 했는데, 가히 필사적이었다. 그래서 한 병이라도 구하게 되면 이 와인을 침대 맡에 두고서 남편들이 이 와인을 마시도록 하였다고 한다. 어떤 부인들은 남편에게 매일 밤 이 약(?)을 반 강제적으로 먹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중세판 비아그라였던 셈이다. 잠자리에서 능력이 없는 남편은 이 귀부 와인이라도 제대로 구해야 집에서  압박과 설움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와인의 생산량이 워낙 많지 않기 때문에 와인을 구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귀부 와인 때문에 신하들이 집에서 들들 볶이고 산다는 보고에 접한 러시아 황제는 드디어 신하들을 위하여 헝가리에서 이 와인을 대량으로 구입하라고 지시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귀부 와인을 헝가리에서 모스크바로 운반하게 되었는데 이 시대에는 치안이 그렇게 좋지 못하여서 곳곳에서 강도들이 출몰하였고 또 산적 떼들도 있던 때라 초기에는 운반해 오던 귀부 와인을 그만 산적들에게 강탈당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귀부인들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산적들의 부인들이 이 명약의 효험을 보게 되는 웃기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사실 산적들이야 이 비아그라를 먹지 않아도 힘을 잘 쓸 터인데...   이 보고를 받은 러시아 황제는 특명을 내려서 이 와인의 운송 작전에 용맹하기로 소문난 코자크 기병대들을 동원하게 하였다. 그 이후에는 이 와인이 큰 차질 없이 공급되고 잘 사용되어 귀족들의 가정에 평화가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독자들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헝가리의 `토카이`가 과연 그렇게 탁월한  효험이 있는 지를 시험해 보기 바란다. 결과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토카이와 같이 귀부병이 걸린 포도로 만든 최고의 와인은 헝가리 이외의 나라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와 프랑스의 쇼떼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 등이 있다. 이런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은 초가을에 오전에는 안개가 끼고 오후에는 개는 기후인 곳으로, 대체로 강가나 계곡이다. 또 포도 품종도 귀부병에 잘 견디는 품종으로 한정되어 있다. 특히 헝가리와 독일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생산량이 소량이어서 보통 와인 병에 담지 않고 작은 사이즈의 병에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 소개: 연세대 화공과 졸업, 미국 포도주 공장 연수(캘리포니아, 뉴욕 주), 독일 가이젠하임 포도주 대학에서 양조학 수학, 프랑스 보르도 소재 CAFA 와인스쿨 정규 소믈리에 과정 수료, 국산 와인 마주앙 개발 주역으로 중앙대, 세종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단국대, 기업체 등에서 와인 특강, 저서로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세종서적)`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세종서적)`, `와인 가이드(중앙북스)` 등 다수.    
최종편집: 2025-05-02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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