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정신과 전문의)   http://blog.naver.com/artppper   사랑을 할 때 서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제 1영역: 내가 좋아하고 상대방도 좋아한다. 제 2영역: 내가 좋아하는데 상대방은 싫어한다. 제 3영역: 상대방은 좋아하는데 나는 싫어한다.  제 4영역: 나도 싫어하고 상대방도 싫어한다. 제 1영역과 제 4영역은 별문제가 아니다.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아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에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 있을 때 사랑하는 이들은 행복하다. 마치 꿈속에서 바라던 행복을 얻은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마냥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사랑의 어려움이다. 서로가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있던 부분을 깨닫게 되면서 나도 좋아하고 상대방도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차 있던 천국의 상태도 언젠가는 끝나게 된다. 나도 싫어하고 상대방도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로는 나도 괴롭지만 상대방이 더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순전히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서 나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소위 `막장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상대방의 배신을 알고 나서 이혼을 하지 않고 살면서 괴롭히는 것과 같은 경우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대부분 갈등은 제 2영역과 제 3영역에서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데 상대방은 원치 않는 것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자신은 이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신호를 보내도 무시한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신은 별로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때는 기분이 매우 상한다. 어떤 경우는 사실 상대방은 별로 원하지도 않는 것을 잔뜩 해주고 나서, 그 대가를 은근히 바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비싼 선물을 사주고는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원하는 것이다. 사실 연인 사이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다. 아이는 원치 않았지만 부모가 일방적으로 고액과외를 시키고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아무리 상대방이 좋아하더라도 내가 싫어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은 여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야구중계만 하루 종일 트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드라마를 보는 여인을 한심하다고 여기고, 여자들은 스포츠 중계만 좋아하는 남자를 한심하다고 여긴다.   상대방이 간섭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간섭을 하고 의존을 하게 만들려는 이가 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좋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먼저 다가서고 진정 사랑한다고 한마디를 건네주기를 상대방이 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닭살이 돋는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상대방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내가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순간 “나는 나”라는 주체성이 말살당하는 듯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장점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쉽다. 장점이라는 것은 사실 그다지 독특하지는 않다. 대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상대방의 장점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점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돈이 많고, 아름답고, 지위가 높고, 건강할 때 우리 모두 좋다. 장점을 사랑하기는 너무 쉽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의 장점을 사랑한다고 생각을 할 때 그것은 진정한 상대방의 인간적 측면이 아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욕망의 측면인 경우가 많다.   우리들은 상대방의 장점 때문에 약점을 참고 사는 경우도 있다. 아름다운 여성이기에 까다로운 성격을 참고 사귀기도 하고, 돈이 많은 남성이기에 자기 멋대로 잘난 척하는 것을 참기도 한다. 그의 장점만 사랑하고 약점은 겨우 참아내는 것은 진정한 사랑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그에 반해 누군가의 약점은 모두 개성과 관련이 된다. 우리 모두가 다른 것은 약점 때문이다. 약점은 한 인간이 세상과 다른 면이다. 장점은 모두 비슷하지만 약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상대방이 나의 장점을 사랑할 때 우리는 우쭐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의 단점을 사랑할 때 나는 진정 한 사람의 인간이 된 듯하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의 단점마저 사랑할 때 우리는 진정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아주 의가 좋은 부부가 사별하게 되었을 때 생각이 나는 것은 의외로 아주 우스운 부분들이라고 한다. 영화 `굿윌 헌팅`(Goodwill Hunting) 을 보면 수학천재인 맷 데이먼을 치료하게 된 로빈 윌리엄스가 사별한 부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로빈 윌리엄스는 자기 방귀 소리에 잠이 깬 부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부인을 추억한다. 부인이나 자식의 뭔가 독특한 약점을 떠올리면서 흐뭇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부모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장인장모님과 같은 어르신들에게도 해당된다. 우리는 아이들의 약점은 사랑하면서도 부모님의 약점은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진다. 육체적 건강도 안 좋아지고 기억력도 떨어지면서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도 줄고 활동영역도 준다.   앞서 말했듯이 장점은 대개 세상의 욕망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 따라서 나이가 들고 늙게 되면 장점은 점점 줄어든다. 반면에 젊어서부터 가지고 있던 단점은 점점 두드러진다. 자식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은 그 단점을 피하고 싶어진다. 어르신들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이 짓을 하면 귀여워 하지만 어르신들이 아이 같이 되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 늙는다. 어르신들의 단점도 사랑해드리자. 그러다 보면 나의 마음도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부여다사랑병원 원장,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보건학과에서 병원경영 강의, 저서는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등.
최종편집: 2025-05-02 03:43:36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제호 : 왓처데일리본사 :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로 68길 82 강서IT밸리 704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267 등록(발행)일자 : 2010년 06월 16일
발행인 : 전태강 편집인 : 김태수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현구 청탁방지담당관 : 김태수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태수 Tel : 02-2643-428e-mail : watcher@watcherdaily.com
Copyright 왓처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