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오래 보관하면 다 좋은 와인이 됩니까?”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와인은 오래 두면 맛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으므로 독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거의 모든 식품은 유통기간이란 것이 있다. 포장지나 상표에 적혀있는 유통 기간들을 살펴보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개월 등으로 적혀있다. 품질 관리상 그 기간 후에는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기간 안에 소비되기를 바라고, 또 그 안에 품질 이상이 생기면 제조회사가 책임을 지도록 해서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와인의 경우에는 유통 기간을 상표에 표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상적으로 보관되면, 품질이 변질되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서 건강을 해치는 현상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오래 보관하면 그 품질이 점점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좋은 품질의 레드 와인의 경우 맛이 좋아지는데 10~15년 정도가 걸리고 그 이후 30~40년 동안은 그 맛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에는 세월이 지날수록 맛이 점점 약해진다. 좌우간 와인은 힘이 약해지는 기간이 다른 식품에 비해 무척 길다.   와인을 집에 한, 두병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와인은 오래 두면 맛이 더 좋아진다.” 라는 말을 기억하고 “그래 지금 마시지 말고 일단 보관해 보자.” 하고 마음속으로 “나도 집에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고 은근히 흐뭇해하고 있지나 않을까 짐작된다. 여러분은 가지고 있는 와인이 어느 정도 보관 가능한 와인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와인은 일반적으로 오래 보관하면 품질이 좋아진다. 모든 와인은 발효가 끝나면서부터 숙성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부드러워지면서 품질이 좋아진다. 그러나 와인은 종류가 아주 많고 또 종류별로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을 정상적으로 보관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숙성 기간이 다 달라진다. 어떤 와인은 아직 숙성이 되지도 못한 시기인데, 어떤 와인은 숙성이 너무 오래되어서 마시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와인의 발효 기간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숙성기간은 와인의 종류에 따라서 다 다르다. 즉 숙성 기간이 짧은 와인은 2~3 년밖에 안 되는 것도 있고 어떤 와인은 수십 년 또는 그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4~5 년 밖에 품질이 유지되지 않는 와인이라면 10년 이상 보관해 봐야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오래 보관한 와인이 다 좋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오래 보관하면 좋아진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면 와인의 종류에 따라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과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와인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와인을 크게 종류 별로 구별하고 그 와인의 보관 기간을 설명할까 한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와인은 어떤 부류에 속하는 지를 알아보고 보관 기간을 참고하기 바란다.   아주 잘 익은 포도는 컬러도 진하고 당도도 높고 산도도 상당히 있으므로 포도의 가격이 높다. 이런 포도로 만든 와인은 당연히 컬러도 진하고 알코올도 높아서 바디가 많은 와인이 될 것이다. 이런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등 양조도 잘 하여서 고급 와인을 만들게 된다. 아주 잘 익은 포도로 만든 최고급 와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보르도 고급 레드 와인과 신대륙 와인 중에서 오크통에서 숙성한 고급 까베르네 쇼비뇽의 경우 약 50 년, 셍떼밀리옹과 뽀므롤 레드 와인과 신대륙 와인 중에서 메를로로 만든 고급 와인은 20~50 년, 부르고뉴 고급 레드 와인과 신대륙에서 만든 고급 삐노 누아는 15~30 년, 론느 레드와 신대륙의 고급 쉬라즈 등의 와인은 10~25 년 정도 보관 가능하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기간이고, 구체적으로 개별 와인의 경우에는 와인의 등급, 상태와 보관 조건에 따라서 기간이 좀 다를 수도 있다. 그 이외 중급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대체로 5~10 년 정도 보관 가능하고, 저급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대체로 5 년 정도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보졸레 같은 와인은 고급이라도 5년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여기서 고급, 중급, 저급으로 구분하는 것은 상당히 모호한 기준이다. 조금 자세히 설명해보면 대체로 최고급 와인은 아주 잘 익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새 오크통에서 약 2년 정도 숙성시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고급 와인은 잘 익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서 오크통에서 1 년 내외 숙성한 것이고, 중급 와인은 보통으로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하지 않거나 아주 짧은 기간 오크 숙성하고 주로 탱크 숙성만 한 것이다. 저급 와인은 제대로 익지 않은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짧은 기간 탱크에서 숙성된 것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집에 와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한번 확인해 보고, 기간이 지났다고 생각하면 바로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래도 더 두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본인 마음이고.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끄뤼 와인이나 부르고뉴 그랑 끄뤼 와인, 신대륙 와인 중에서 최고급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혹은 블렌딩한 와인 중에서 최고급 레드 등은 오래 보관이 가능한 와인이다. 이들 레드 와인도 100 년 이상은 가기가 어렵다. 시중에 이런 최고급 와인은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은 빨리 마시는 것이 좋은 와인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백년 이상 보관 가능한 와인은 따로 있는데, 귀부 와인이나 아이스 와인 같은 화이트 와인이다. 이런 와인들은 몇 백 년을 보관할 수 있다.   와인을 보관할 때에 아주 아주 중요한 점은 보관 조건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관 조건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금방 와인을 버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혹시 최고급의 그랑 끄뤼 와인을 거실 진열장에 양주들 옆에 세워서 보관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와인 병을 눕혀 놓아야 한다. 만약 그 상태로 둔 지 여러 달 혹은 1년 이상 되었거들랑 갖다 버리기 바란다. 아까우면 마셔도 되나 그 뒤는 내가 책임 질 수 없다.    무작정 오래 보관한다고 다 좋은 와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은 따로 있다.   *필자 소개: 연세대 화공과 졸업, 미국 포도주 공장 연수(캘리포니아, 뉴욕 주), 독일 가이젠하임 포도주 대학에서 양조학 수학, 프랑스 보르도 소재 CAFA 와인스쿨 정규 소믈리에 과정 수료, 국산 와인 마주앙 개발 주역으로 중앙대, 세종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단국대, 기업체 등에서 와인 특강, 저서로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세종서적)`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세종서적)`, `와인 가이드(중앙북스)` 등 다수.    
최종편집: 2025-05-02 0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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