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상당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와인은 오래 두면 숙성되어서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하니 수십 년씩 보관한 와인의 맛은 어떨까? 그동안 오래된 와인은 마셔보지도 못하였고 또 생산 연도보다는 가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대부분인 사람들에게는 사실 10년 이상 된 와인을 마셔볼 기회도 별로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오래된 와인의 맛은 짐작이 잘 안되지만 아마도 상당히 좋을 것이다, 하고 대강 생각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물며 수십 년도 아니고 100 년 이상 숙성된 와인은 맛이 얼마나 좋을까?   보관 기간에 따른 와인 맛의 변화에 대해서 좀 알아보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오래 숙성될수록 향과 맛이 더 좋아진다. 또한 종류에 따라서 숙성되는 기간이 다르다. 대체로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의 숙성과 보관 기간이 길고, 같은 레드 와인 중에서는 알코올, 쓴맛과 신맛이 많은 와인이 바디가 가벼운 와인보다 숙성 기간이 길다.  와인은 다른 식품과는 다르게 유통 기간이라는 것이 없다. 즉 와인은 오래 될수록 맛이 좋아지므로 상표에 유통 기간을 적지 않는다. 일반 식품은 유통 기간이 썩 길지는 못하다. 따라서 유통 중에 변질될 수 있으므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기간을 표기하고 그 이상 오래된 상품은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와인의 맛이 일반적으로 오래 될수록 좋아지기는 하나, 와인의 품질이 좋은 상태로 무한정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와인의 품질은 초기에는 점점 좋아지다가, 그 다음에는 일정 기간 그 수준을 유지하다가, 그 후에는 와인의 맛이 점점 약하여진다.   와인은 보관 기간 중에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합하는 산화 반응과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화학 반응으로 생기는 환원 반응 또 여러 가지의 에스테르화 반응 등과 물리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숙성이 되며 이러한 숙성이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면 최고 수준 때의 맛에서 점점 약해지게 된다. 아주 오랜 기간이 지나면 와인의 컬러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갈색으로 변하고, 레드 와인은 검은 색으로 변하게 된다. 신맛과 쓴맛은 점점 약하여져서 갈수록 힘이 없는 와인이 된다.   와인의 일생은 사람의 일생과 상당히 비슷하다. 사람은 어릴 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어서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미완성 상태이다. 청년기에는 육체적으로는 강하나 정신적으로는 성숙함이 부족하며, 장년기에는 육체적으로는 강한 시기는 지나지만 정신적으로는 원만하여 전체적으로 인생의 절정기가가 되며, 노년기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하여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와인도 발효가 시작되면서 알코올이 생성되고 와인이 되기는 하나 포도의 특징을 많이 가지는 상태이다. 발효가 끝나서 와인이 된 후에도 어릴 때에는 신맛, 쓴맛 등이 너무 강하여 거칠게 느끼게 되므로 맛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닌 시기이다. 숙성이 됨에 따라서 이런 신맛, 쓴맛들이 서서히 약하여지고 조화를 이루어 마시기 좋은 부드러운 맛을 가지게 된다. 한 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이들 각각의 맛이 줄어드는데 다른 비율로 줄어들어서 조화를 잃게 된다. 더 오래 보관하면 점점 특징이 없고 힘이 약한 와인이 되고 만다. 아주 좋은 와인의 경우 맛이 좋아지는데 대략 10~15년이 걸리고, 그 다음에 그런 맛을 30~40년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점점 맛이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대단한 레드 와인이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100 년 이상 보관하면 와인의 맛은 상당히 약하게 되어 힘이 없는 상태의 와인이 된다.   와인 자체로도 맛이 변하기도 하지만 코르크 마개도 변질될 수가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와인의 품질이 또한 나빠질 수 있다. 대체로 코르크도 약 20~30 년 정도면 변질되어 밀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그 정도의 기간이 되면 코르크를 새것으로 바꾸어 주어야 숙성이 계속될 수 있다. 물론 특별한 경우 오래 보관하였는데도 코르크 상태가 훌륭한 와인도 있을 수는 있다.   일반적으로는 100년 이상 오래된 레드 와인은,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맛이 엄청나게 또 기가 막히게 좋은 와인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100 년 이상 되어 맛이 별로인 와인의 가격은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으로 엄청나게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가끔 오래된 와인이 경매에서 엄청난 고가에 팔렸다는 기사들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맛도 별로인 오래된 레드 와인의 가격은 왜 그렇게 비싼가? 그것은 희소가치 때문이다.   이조백자와 고려청자 등은 값이 엄청나게 비싸게 거래되는 것을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도자기들이 요즘에 음식을 담아 먹기에 편리해서 비싼 것이 아니다. 사실 음식을 담아 먹기에는 최근에 만들어진 그릇이 훨씬 더 편리할 것이다. 이런 골동품들은 예술성과 얼마나 오래되었냐는 기간과 또 희소가치 때문에 비싸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아마도 희소가치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와인의 가치는 품질이 최고 수준일 때에 가장 높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오래되어서 골동품으로의 가치가 있을 때에는 품질보다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도 이해하시기 바란다.   혹시 오래된 와인을 소장하고 계신 분이 있으면 계속 잘 보관하시기를 바란다. 앞으로 백년 혹은 이백년이 지나면 후손들에게 대단한 유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연세대 화공과 졸업, 미국 포도주 공장 연수(캘리포니아, 뉴욕 주), 독일 가이젠하임 포도주 대학에서 양조학 수학, 프랑스 보르도 소재 CAFA 와인스쿨 정규 소믈리에 과정 수료, 국산 와인 마주앙 개발 주역으로 중앙대, 세종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단국대, 기업체 등에서 와인 특강, 저서로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세종서적)`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세종서적)`, `와인 가이드(중앙북스)` 등 다수.   와인스쿨(www.jcwine.com) 원장/소믈리에김 준철 제공 위의 와인 이야기는 회사 사이트 등 다른 사이트나 홈피로 퍼 옮기셔도 가합니다.단, 저에게 알려는 주시기 바랍니다.  
최종편집: 2025-05-02 0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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