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외과 전문의) http://isineclinic.com
소설(小雪)이 지나면서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철에는 낮의 길이는 짧아지고 저녁은 빨리 어두워지고 아침은 늦게 밝아지며, 찬바람이 강해지고 기온이 떨어져 날씨가 추워지게 된다. 이렇게 날씨가 추어지면 나부터도 아침에 잠자리에서 여러 가지 핑계꺼리를 만들어 보다가 할 수 없이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 이제 갓 달리기에 재미가 붙기 시작한 신참 주자들에게는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의 달리기가 건강에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우세하기 때문에 운동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동상에 걸릴 만큼 기온이 낮지 않는 한 체온은 달리다 보면 점점 더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동상에 걸릴 위험이 낮다고 하더라도 천천히 달리는 주자가 특히 오후에 달리다가 걷거나 멈추거나, 바람이 불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적절한 보온대책을 취해야만 매일의 달리기나 산책을 즐겁게 할 수가 있다.
겨울철 달리는 동안에 차가운 공기에 의한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아무리 추워도 폐는 얼지 않는다.
"너무 추워서 속이 다 얼었다"고 추위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절대로 우리의 폐나 기관지는 얼지 않는다. 우리가 호흡을 할 때 몸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코와 목을 지나면서 따뜻하게 데워지기 때문이다. 아직 고수가 되지 못한 분들은 아주 추운 공기에 노출되면 목이나 가슴에 약간의 타는 듯한 불편감을 느낄 수가 있기도 하지만, 이때는 스키 마스크나 스카프 같은 것으로 입을 덮거나 막으면 더 많은 공기를 데울 수가 있어서 그런 불편감을 없앨 수 있다.
만약 지금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찬 공기가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때도 만약 감기가 목 아래 부위, 즉 기관지염이나 인후통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달리기로 인한 외부의 공기가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지만, 목 위의 감기, 즉 두통, 코막힘 등의 가벼운 감기는 과 아드레날린이라는 비상호르몬이 달리는 동안 분비되어 증상을 오히려 깨끗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즉 몸살기와 같은 전신적인 증상이 심하면 일상적인 달리기는, 증상이 가벼워질 때까지 2~3일간은 쉬어야 하겠지만, 가벼운 목감기나 코감기는 평소의 운동으로 악화되기보다는 오히려 호전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둘째, 겨울철의 달리기 복장은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다.
우리 몸 가까이 여러 층에 걸쳐 따뜻한 공기를 많이 잡아 둘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절연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모직은 습기를 함유하여 오한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수분 배출이 좋고 방풍과 방수 효과가 있는 기능성 섬유로 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1.몸에 접촉되는 안쪽에는 피부로부터 땀을 재빨리 밖으로 배출시켜 피부를 마른 상태로 유지시켜줄 수 있는 딱 붙고 가벼운 기능성 의복을 입는다. 셔츠는 소매가 길고, 쓸려서 피부가 벗겨지지 않도록 몸에 딱 붙는 것이 좋고 모직제품을 입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바깥에는 수분 배출 능력이 있는 조금 헐렁한 기능성 섬유로 된 의복을 입는다. 체온 조절을 위해 목에 지퍼가 달린 것이 편리하다. 바지는 홑 겹의 라이크라 섬유로 된 타이츠나 여러겹의 양모로 짠 옷을 입으면 충분하다.
3. 아주 춥거나 너무 바람이 셀 때는, 수분을 배출하고 공기를 호흡하는 방풍 방수 기능이 있는 섬유로 된 옷을 가장 바깥에 입어야 한다. 상의는 역시 목에 지퍼가 달려 체온 조절이 가능한 것이 좋다.
4. 겨울에는 운동 중에 소실되는 체온의 70% 이상이 머리피부를 통해서 사라지기 때문에, 모자로 머리를 감싸는 것이 체온 조절에 아주 중요하다. 수분을 배출시키는 기능성 소재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꼭 원한다면 모직류도 괜찮다. 수분 배출 기능이 있으면서 얼굴만 노출되고 머리와 목까지 감쌀 수 있는 모자가 가장 좋다.
5. 장갑은 값싼 면장갑으로 충분하지만, 수분배출기능이 있는 재질이 손을 더 따뜻하고 마른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6.양말도 역시 수분배출기능이 있는 기능성 재질이 면양말보다 더 가볍고 발을 마른 상태로 유지하여 무좀 등의 발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발이 젖지만 않는다면 면양말이 보온에는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면 겨울철에는 옷을 얼마나 많이 껴입어야할 것인가? 체온유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첫째가 기온, 둘째가 바람의 세기, 셋째가 구름, 눈 등의 날씨의 영향이다. 이런 외부의 환경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체온을 유지하는 일차적인 수단이 운동 시에 입는 의복이지만, 달리기의 경우 가능하면 간편하게 입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체온증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많은 옷을 입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다. 전적으로 개인의 기호나 추위 적응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억지로 답을 만든다면 `자신이 편안할 정도로 입는다` 정도가 될 것같다.
겨울철 의복에 대한 대강의 기준을 제시해본다.(1)섭씨 10도 이하 기능성 긴소매 셔츠 위에 민소매 셔츠(바람이 세면 민소매 셔츠 대신에 조끼), 마라톤 팬츠나 하프 타이츠, 여름용 모자(2)섭씨 7도 이하 기능성 신소매 셔츠 위에 민소매 셔츠나 조끼, 롱타이츠 위에 마라톤팬츠, 여름용 모자(3)섭씨 3도 이하홑겹의 나일론 윈드재킷을 더 걸치고, 모자는 홑겹의 빵모자, 면장갑(4)섭씨 영하 5도 이하반팔 기능성 셔츠를 덧입고, 하의는 홑겹의 나일론 윈드브레이커 바지를 덧입는다.(5)섭씨 영하 7도 이하몸에 딱 붙는 기능성 긴팔셔츠를 두 벌 겹쳐 입고, 바람이 센 경우에는 조끼를 덧입는다. 그 위에 홑겹의 나일론 윈드브레이커를 입는다. 하의는 롱타이츠 위에 홑겹의 방풍용 바지를 겹쳐 입는데, 바람이 셀 경우 겹으로 된 트레이닝 바지를 겹쳐입는다. 빵모자와 겹으로 된 장갑을 착용한다.
이 대강의 기준을 이용하여 자기의 적당한 의복의 기준을 세우기를 권한다. 특히나 운동을 끝내거나 멈춘 후 15분 이내의 적절한 보온대책이 저체온증을 예방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셋째, 날씨가 추워지면 얼음이 얼기 때문에 달릴 때 항상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얼음조각이나 눈이 덮인 언 포장도로는 잘못 밟으면 그대로 넘어지거나 나자빠질 수도 있으며, 특히 얼음이 언 포장도로는 미끄럽고 제동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차도에서 달릴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발자국이 없는 노견이나 풀 위를 딛는 것이 안전하다.
처음 출발할 때는 힘이 있기 때문에 바람을 안고 갔다가 돌아올 때 바람을 등지고 달릴 수 있도록 방향을 잡도록 하는 것이 힘이 덜 든다. 뿐만 아니라 반환점까지는 운동으로 땀이 나지만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그것을 말려줄 것이다. 그리고 밖에 오래 있어야 한다면 달리기를 천천히 끝내야 한기가 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 다음 집에 오자마자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뜨거운 샤워로 다시 체온을 높히고 혈액순환을 증가시킨다.
넷째, 추운 날씨에도 물은 충분히 마셔야 한다.
추위 자체가 열을 뺏어 가므로 아무 증상 없이 탈수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km 이상을 달릴 경우 5km 마다 물과 이온음료를 300~500cc씩 교대로 마시는 것이 좋다.
다섯째,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에서의 활동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친구나 가족들과 병원균의 공유 기회가 그 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외에서 주로 달리는 사람들은 독감예방 접종을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매일의 식단에 면역 체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식품들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은 겨울나기 한 방법이 되겠다. 예를 들면, 마늘이나 아몬드(비타민 E), 바나나(비타민 B6), 호두(비타민 A), 오렌지(비타민 C), 굴(아연), 참치(저지방 단백질), 요구르트(감마 인터페론 생산에 도움), 맥주와 초콜릿(구리) 등을 기억하고 자주 먹는 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여섯째, 준비운동은 실내에서 하자.
실내에서 수 분간 준비운동을 한 후에 밖으로 나가 추위가 충분히 가실 정도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길로 나가자. 중요한 것은 땀이 나기 전에 완전히 길로 나서야 된다. 몸이 따뜻해 지면 지퍼를 열거나 맨 겉옷을 벗어 허리에 묶으면 된다. 달리는 중에 땀이 너무 많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운동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겨울철 즐거운 달리기의 전략이 되겠다.
영하 34도의 추위 속에서도 바람이 불지 않고 마스크 하나만 있다면 폐가 손상될 염려는 없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손, 머리, 귀 등 노출된 부위만 잘 보호한다면 아무리 추운 겨울 날에도 달리기는 즐거울 수 있다.
*필자 소개: 이동윤 외과의원 원장, 대한 외과 개원의 협의회 보험부회장,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마라톤 대회장, 카톨릭 의대-성균관의대 외래교수, 소아암 환우돕기 분홍빛 꿈 후원회 대표.
저서로 `달리기 SOS` `죽지않고 달리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