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원(한의사) http://zamione.com
얼마 전부터 쉽게 잠을 못 이루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는 등 극심한 수면장애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박영희(35세.가명)씨. 잠을 못 자다 보니 낮 동안의 일상생활에서 무기력하고 늘 피곤하다. 성격도 예민해져 가족들에게 짜증이 늘고 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처음엔 무조건 ‘잠은 자야겠다’는 생각에 한 두 번씩 복용했던 수면제가 이제는 없으면 아예 잠을 못 이룰 뿐 아니라, 가끔은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고 건망증이 생긴 것처럼 기억력이 저하됨을 자주 느낀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면제 중독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수면제 복용, 효과 빠르지만 부작용은 커
사람은 본능적으로 강하고 빠르면서 눈 앞에 드러나는 결과가 명확한 것일수록 더 끌린다. 과일의 단맛보다 설탕의 단 맛에 더 끌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불면증으로 인해 지금 당장 잠을 못 잔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강하고 빠르게 지금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로 잠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수면제를 찾게 된다. 하지만 수면제의 강함에 대한 이유 없는 끌림은 결국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수면제의 가장 잘 알려진 부작용은 기억력 저하이다. 낮 시간의 기억력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심하면 수면제 복용 후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전혀 기억조차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수면제 복용이 늘면 늘수록,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의존성과 내성이 생겨 자꾸만 더 자주, 많이 수면제를 찾게 된다.
이렇게 수면제를 장기복용 하다 보면, 사람의 감정을 변하게 만들어 우울감과 불안감을 더욱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심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죽고 싶다’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져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면제의 강력한 작용에 의해 평소에는 억눌려 있던 몸과 마음이 반발적으로 강하게 표출되기 시작하면서 자살 충동 혹은 식욕의 폭발, 폭력성, 성격 및 감정의 변화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치료의 ‘사법(瀉法)’과 치유의 ‘보법(補法)’
한의학적으로 볼 때 수면제는 몸의 그릇된 기운을 깎아 증상을 완화시키기만 하는 대증요법 개념의‘사법(瀉法)’에 속한다. 한의학적 치료법에는 사법의 개념도 있지만, 몸의 이로운 기운을 보호하고 채워 넣어 질환을 낫게 하는 ‘치유’ 개념의 ‘보법(補法)’이 치료의 기본이 된다.
불면증은 스트레스, 노화, 완벽주의로 인한 강박증, 갱년기, 신체적 질병 등의 원인으로 인해 내 몸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나고 환자 개인의 체질과 불면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가 많은 불면증이기에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등의 강력한 ‘반짝효과’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신 한의학적으로 보법을 통해 불면증을 치유하는 것은 지친 몸과 마음을 챙겨 주고 깨진 전신의 균형을 되찾아 건강한 몸을 만들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잠이 찾아오도록 돕는 것이기에, 장기적으로 내성과 의존성 없이 건강하게 불면증을 치료한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한약을 통한 불면증 치료는 불면증을 일으키는 장부(臟腑)의 허실(虛實), 한열(寒熱)의 불균형을 정상적인 상태로 맞춰줘서 치료하기 때문에 가장 자연스럽게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환자 개인의 현재 상태와 체질에 맞게 맞춤식 처방이 이루어지므로 부작용이 적으며,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숙면을 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기에 치료가 끝난 뒤에 수면뿐만 아니라 본인의 건강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것도 한약치료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필자 소개: 자미원한의원 원장, 경희대 한의대 한의학박사,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정회원, 대한동의병리학회 정회원, 대한수면연구학회 정회원, 약산 한의학연구회 이사, 약산 약초연구원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