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33세 남자 김OO 님. 6개월전부터 예전보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사무실에서 일 할 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회의 때 갑자기 단어가 생각이 안 나고 다른 동료가 얘기할 때 다른 생각을 하는 증상으로 뇌신경센터로 내원하였다.
통상적으로 이런 증상이 있더라도 남자분들은 병원에 잘 내원하지 않는다. 갑자기 병원에 왜 내원하였는지 궁금해 여쭤봤더니 최근 직장동료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본인도 걱정되어서 치매가 아닌가 뇌졸중이 아닌가 해서 내원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은 내가 요즘 많이 피곤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좀 쉬거나 몸에 좋은 것을 챙겨먹으려 하는 것이 수순이다.
이 환자분도 쉬기도 해봤고 영양제도 챙겨 먹어도 호전되지 않아 내원한 상태였다. 술은 얼마나 드시냐고 했더니 동료들 먹는 만큼 먹는다고 했다. 그 정도는 대한민국에서 성인 남자라면 다들 먹는 정도라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고 강력이 주장하셨다. 일주일에 2-3번 술 모임을 갖는다고 했다. 이 환자분의 경우 뇌 MRI는 이상소견을 찾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상소견이 없다고 안심시켜드리려고 검사한 경우이다. 하지만 뜻밖에 동일한 연령대와 비교할 때 뇌의 위축이 너무 심한 것에 본인도 놀랐다. 체중도 정상,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뇌졸중에 관한 가족력도 없는데 뇌만 노화가 왜이리 빠른 것인가?
적정 음주도 장기간 지속되면 현저한 뇌 위축을 유발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나이가 들면 키가 줄듯이 뇌의 용량도 줄어든다. 하지만 30대부터 발생한 뇌의 위축은 나이가 들어서 생긴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술은 뇌의 글루탄산염 수용체를 억제해 기억력과 인지기능 장애를 초래하는데, 만성 음주로 지속적으로 수용체가 억제되면 민감성은 높아지고 글루탄산염의 분비는 증가돼 뇌세포 사멸이 촉진된다. 술을 많이 섭취하면 알코올성 치매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의 한국인이 생각하는 적정 음주(주 3회 미만 1일 성인 남성의 경우 알코올 2단위, 여성은 1단위)를 지속적으로 하더라도 사람들의 뇌는 줄어들 수 있다. 뇌가 줄어든다고 반드시 치매등의 뇌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나 이전보다는 뇌의 기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은 맞다. 다행인 것은 금주를 하면 줄어들었던 뇌도 다시 원상태로 복귀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이리 설명하면 사회생활을 포기하라는 거냐고 나한테 반문한다.
지금의 한국에서의 직장인들은 내 건강만을 챙기면서 살기에는 술을 권하는 사회인듯하다. 그럼 술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최대한 적게 먹는 것이다. 한 주에 최대한 6잔 이하를 먹고 2-3일 간격을 두고 먹으며 공복에는 술을 먹지 않는다. 또한 폭탄주등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안마시는 것보다 좋을 수는 없다. 이전에는 아무리 술을 마셔도 괜찮았는데 최근에 술을 조금 마셔도 필름이 끊긴다면 당장 술을 끊는 것이 좋다. 이것은 술로 인해 뇌세포 손상이 진행된 상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