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서울시한의사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서울시한의사회는 대한한의사협회의 한 지부이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협회 산하 지부로 치부해버리기엔 한의계에 있어 그 존재감이 너무도 크다. 대한한의사협회 회원의 1/4이 소속된 곳이며 한의협과 대부분의 일을 공통적으로, 때론 분담해서 하는 한의계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지부가 바로 서울시한의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모든 지부가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서울시한의사회장이란 직함은 그 책임감이 그 어느 누구보다 막중하다. 한의계를 이끌어나가고 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침체되어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해 초 치열한 선거를 통해 4월 1일에 제31대 서울시한의사회 수장으로 거듭난 박혁수 회장. 그는 침체된 한의계를 살리고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실손보험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으며 언젠가 다가올 한의학 세계화를 위한 한의학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를 직접 만나 한의계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벌써 취임하신지 3개월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서울시 한의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수장으로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벌써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린다. 아직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낸 것 같다.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회원들이 소위 전의총이라는 양의협 산하단체로부터 계획적인 고발을 당해 대처하느라, 그리고 한방에서는 전혀 혜택이 주어지지 않게 돼버린 실손보험, 그리고, 각종 봉사활동 및 대 내외 활동으로 정신없이 보낸 듯하다.
서울시는 전국 최대 지부이기에 서울시 한의사회의 역사는 곧 대한 한의사협회와도 걸어온 길이 비슷하리라 본다. 한의사라는 배타적 면허에 대한 타 영역으로부터의 침범, 각종 돌팔이 문제, 정치적 논리에서의 자리매김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 그래도 수천년 역사를 지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의학을 지키는 회원들의 최대 소속지부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Q. 박 회장님께서는 한방실손보험의 시행과 한의학 홍보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너무도 어려운 일을 맡은 것 같다. 일을 추진하면 추진할수록 가능성이 너무 낮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손보험에서의 한방예외는 앞으로 첫째, 사보험시장이 공보험시장규모를 넘어서는 단계가 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한의사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는 최악의 문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둘째,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다시말해 실손보험 가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양방의료기관으로의 쏠림현상의 유발은 의료에 있어서의 공정거래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특별위원회인 실손보험 한방의료비 보장 대책위원회에서는 1)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 개선문제 2)각 보험사와의 물밑 접촉, 그리고 3)국회 및 청와대까지 4) 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으로의 장기 로드맵을 잡고 있다. 또한, 아직은 실무접촉단계를 지나고 있지만, 곧 본격적인 본연의 업무로 다양한 특약상품 개발, 내지는 한방만의 상품개발을 시도할 예정이다. 물론, 현재 보험업계에서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에 이전보다는 한의계의 파이가 좀 줄어들겠지만, 실손보험시장에 재 진입한다는데 첫 목표를 두고 있다. 회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국민여러분들의 지지를 기대한다.
한의학에 대한 홍보활동은 크게 두가지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째,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민이 한의원을 찾아오도록 만드는게 일차 목표이기에, 자동차보험에 대한 부분, 한방치료행위의 우수성을 알리는 부분등 여러 경로를 통해 반복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둘째, 근거없는 비난을 막아내고 설명하는 것도 이번 홍보의 큰 기조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만약 감초에서 곰팡이균이 검출되었다 라고 하면, 뉴스에서는 감초에 비중을 두지 않고, 한약에서 곰팡이균이 검출되었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고, 이를 본 국민들은 모든 한약재에 대한 불신으로 광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약재에 먼지나 농약성분이 검출된다 해도 그것은 약재상태일 때의 문제다. 조제 및 탕전후 복용단계에서의 탕약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약재 상태를 검사하여 발표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대관령 황태목장에 가서 겨울내내 매달아 놓은 황태를 검사해봐라. 과연 깨끗할 수 있을까? 그 황태를 그냥 그상태로 먹는 건 아니지 않는가? 한약재도 마찬가지다. 한약재 상태로 복용하는 게 아니다. 탕약을 검사해야한다.
Q. 또한 이런 방법들을 통해 한방병원과 한의원 등 한방의료기관 경영 개선을 목표로 하고 계신데 이런 것들 외에도 실질적인 한방의료기관 경영 개선을 위해서는 당장 천연물신약 문제라든지, IMS 문제라던지 해결해야 될 사안들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와 대응방안을 강구중이시라면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이 문제는 지부장으로서의 의견보다는 대한한의사협회 당연직 부회장으로서 답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일단, 천연물신약 문제, 소위 IMS 문제는 작년에도 큰 내부홍역을 앓은 문제이긴 하나 사실 역대 수년간 방치되었던 문제가 작년에 마치 강둑이 무너지듯 일시적으로 쏟아져 나온 감도 없지 않다. 그만큼 역대 집행부에서 조금씩 미진했던 부분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만큼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리라 본다. 좀 조심스런 말이지만, 천연물신약에 대한 현 집행부의 기조가 작년말 임총에서 의결된 이상 존중하되, 갑작스레 내린 결정이라는 일부 지적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되기에 일단은 천연물신약이 한약이라는 점에서의 관점을 유지하여 더 이상의 천연물신약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급처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소위 IMS 문제는 소위라는 표현을 굳이 붙여 말했듯이 그들만의 단어에 불과하다. 한방의료행위인 침술행위를 이름만 바꾸어 행하는 행위임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며,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 즉, 한의사가 경혈만에 침을 놓기도 하지만 습부나 아시혈 즉, 경혈이 아닌 곳에도 자침 및 자락하는 행위로 볼 때, 한의사가 경혈만을 이용하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도 축소해석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IMS 문제 또한 우리 사활이 걸린 문제라 본다. 일단 법정에서의 결론에서 선점을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 국민 공감대 형성 및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권과 맞물려서 생각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Q. 전 집행부에서는 서울시립한방병원 설립을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나는 등 무척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 이번 집행부에서도 서울시립한방병원 설립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지.
당연히 전임 집행부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전 집행부에서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또한 전임회장님께서 워낙 잘 아시고 계신 분야이기도 하기에 사실 현재도 전임회장님의 지시를 받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이번 집행부에서 추가해야 할 일은 현재 진료실적이 미미함을 계속 지적받고 있는 바, 공공의료에서의 개설 못지않게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함을 느낀다.
Q. 한의계에서는 한의학의 세계화만이 살길이라고 외치고 있는데 박 회장님이 생각하는 한의학 세계화는 어떤 것인가.한의학의 세계화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의사들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인력수출하는 것이 정답이자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의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한의대 정원을 감축해야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사실 정원 감축이란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원 감축보다는 정원외 입학을 줄이는 등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체의학이 대한민국처럼 인정받는 곳이 없다. 이는 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이분화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의학에 대한 신뢰도 꽤 높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런 상황을 살리지 못하고 세계화를 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내부에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 세계화라는 것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늘어나고 있는 실력 좋은 한의사들을 해외 곳곳에 수출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의학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생겨날 것이고 치료효과까지 직접 체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홍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Q. 얼마전 정부와 복지부에선 한의학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때만 되면 한의학을 세계화 시키겠다는 정부의 발언은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한의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면.
현재 한의학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서양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조차도 한의학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는 학문적 배경보다는 임상적 효과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이다.
일차적으로 정부가 정책을 이끌고자 한다면, 한의학을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 상황을 고려하여 세상에 한의학의 임상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의학에 대한 지원도 미미할뿐더러, 양방의 무차별적인 시기질투도 정부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정책이나 예산이 필요한 문제이기에 정부가 한의학을 세계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일차적으로 국내 한의학의 임상을 표준화하는데 앞장서고, 점차적으로 해외에 한의학을 알리는 한방병원을 설립,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