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지난 1983년 11월 신문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낸시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한국 어린이 2명을 안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무료로 수술을 해준다는 사연이었다.   당시 의사였던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은 크게 감동 받았다. 동시에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국내의 심장병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때 다짐했다.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보다 형편이 못한 국가의 어린이를 데려와 보은해야 겠다’고 말이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2년 4월, 베트남 아가씨 도티늉(24)씨가 길병원에 초청됐다. 한국여자의사회 의료봉사단 일원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이길여 회장이 심장병으로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던 도티늉을 만났고 지체 없이 한국으로 초청했다. 도티늉은 해외에서 초청돼 새새명을 얻은 최초의 저개발국 외국인 환자가 됐다.   도티늉을 계기로 199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했다. 우즈베키스탄 어린이 2명과 네팔 어린이 1명을 초청해 수술했다. 17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8일 드디어 300번째 환자가 수술을 받고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300번째 기적의 주인공은 캄보디아에서 온 스레이 누(11․Ya srey no)양. 스레이양이 생후 12개월 됐을 때 갑작스런 고열로 병원을 찾았지만 감기약을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프놈펜시까지 몇시간을 달려 큰병원에 도착해서야 ‘활롯씨 4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았다. 활롯씨 4증후군은 청색증이 나타나는 병으로 폐동맥 협착, 심실중격결손증, 대동맥 우위, 우심실 비대의 4가지 심기형이 동반되는 중증 질환이다. 청색증이 심해지면 뇌의 산소부족으로 실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딸의 병을 알고도 부모는 형편이 어려워 수술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소작농인 아버지와 아픈 자녀들을 돌보는 어머니는 몸이 아파 학교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딸을 보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러던 중 올해 4월 23~35일 가천대 길병원과 인천시가 공동으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소식을 들은 스레이 양의 부모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의료진을 찾아왔다.   복합성 심장기형을 가진 가난한 소작농의 딸 스레이양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한국예탁결제원 나눔재단, 밀알심장재단,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가 흔쾌히 치료비를 후원하기로 했다.   의료진들은 “캄보디아 시골에 사는 스레이양이 의료진에게 발견돼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꿈을 가져본 적 없던 스레이양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다”고 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17년 동안 300명의 해외 환자를 초청했다. 2007년부터는 인천시와 매해 협약을 맺고 저개발국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주로 인천시와 자매․우호도시 관계에 있는 저개발국을 찾아가 현지 진료하고 그 중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을 선발하고 후원단체와 연계해 초청하고 있다.   몽골대통령은 2009년 감사의 의미로 이길여 회장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도 가천대 길병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현지에 심장검진센터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은 “가슴에 상처가 있어도 ‘이제 뛸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했던 수많은 환자들이 떠오른다. 새생명이 탄생하는 순간마다 ‘아! 내가 이래서 의사가 됐어’라는 감격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종편집: 2025-07-31 05: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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