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외과 전문의) http://isineclinic.com
“올해 어떻게 되시지요?”“예, 5학년 8반입니다.”“와아, 저는 50도 안된 줄 알았습니다. 저보다 더 젊어 보이시네요.”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일주일에 3~4회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더 오래 살고, 신체 장애가 나타나는 시기도 16년 정도 늦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일반적으로 체력이란 신체적 일이나 훈련, 운동과 여러 활동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외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생활 스트레스를 조절하여 급격한 스트레스 요인들과의 한판 승부로부터 간단히 회복되게 하는 개인의 신체적 가능성 및 마음자세를 말하며, 통상 스태미나라고 표현한다.
나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젊고 능력 있을 때 보험에 들고 저축하는 것처럼 하루라도 빨리 달리기나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습관화해야 하는 것도 지금 당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을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한 보험에 드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이 때에 따라 몸에 일시적으로 무리를 줄 수도 있지만, 가볍거나 격렬하거나 모든 운동은 우리의 건강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한 질주를 멈출 수 없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 있는 존재들의 공통된 숙명이다. 그래서 노화와 죽음은 인간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노화를 지연시키면 그만큼 죽음 또한 늦출 수 있으며, 노화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방법에 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화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방사선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화학물질, 또는 산화제에 의한 DNA 손상의 축적이다. 모든 동물 세포 안에는 다수의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하는데,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은 ‘자가 발전소’이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산할 때 활성산소라는 유해한 부산물이 같이 만들어져서 DNA와 세포 안의 다른 구성성분을 손상시키게 된다. 이런 손상을 예방하거나 치료 하기위해 비타민 C와 E 등 미세 영양소들의 항산화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텔로메어’라는 말단소립자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스스로 일정한 양을 희생해서 염색체를 보호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텔로메어’를 재생하는 재생효소가 감소되어 더 이상 세포분열이 안 되고 멈추면서 노화가 오게 된다. 이 때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폐경 후 생산이 안되는 여성호르몬이나 남성 갱년기 후의 성장호르몬 보충 같은 방법들이 동원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면서도 값싸며 과학적으로 증명된 항 노화 방법이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은 우리 몸을 활기차게 만들면서, 내부적으로는 나이에 따라 부족해지기 쉬운 호르몬의 증강 효과와 항산화 효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달리기가 피로를 예방하고 고난도의 작업이나 일에 필요한 지구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동시에,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와 조직내 연장자에게 필요한 스태미나의 소실을 지연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말이다.
남자나 여자 모두 30세부터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이 아주 조금씩 떨어져서 65세가 되면 30~40%가 낮아진다. 그러나 운동습관을 가진 어른들은 나이에 비해 훨씬 많은 근력과 근지구력, 그리고 스태미나를 유지하고 있으며, 운동의 강도와 규칙성에 따라 스태미나의 상실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될 수도 있다.
운동하는 60대가, 앉아만 있는 30대보다 훨씬 높은 유산소 능력을 가지는데, 이는 늙은 사람이 훨씬 더 젊고 건강하다는 의미이다. 즉 65세의 비활동적인 사람이 달리기 같은 지구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20세나 젊은 45세 때의 심폐 건강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규칙적인 운동은 사람의 나이에 수명을 더해주기도 하며, 수명에 나이를 더해줄 수도 있다.
*필자 소개: 이동윤 외과의원 원장, 대한 외과 개원의 협의회 보험부회장,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마라톤 대회장, 카톨릭 의대-성균관의대 외래교수, 소아암 환우돕기 분홍빛 꿈 후원회 대표. 저서로 `달리기 SOS` `죽지않고 달리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