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오비맥주가 맥주 제조과정에서 ‘양잿물’로 불리는 가성소다의 혼입을 알고 난 후에도 열흘 동안 생산을 멈추지 않고 양잿물 맥주를 출고한 것은 오비맥주 스스로 기업의 도덕성을 내팽겨쳤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다. 특히 먹거리를 갖고 장난을 쳤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성소다 혼입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6월 8일로, 당시 해당 공장장이 사고 발생을 알고도 이를 본사 측에 제때 보고하지 않아 열흘 동안 생산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오비맥주의 장인수 대표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이에 오비맥주 측은 지난 7월 12일, 6월 26일부터 7월 9일 사이에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OB 골든라거’의 생산 과정에서 밸브조작 실수로 극미량의 식품용 가성소다 희석액이 탱크의 맥주에 혼입돼 출고된 사실이 파악됐다며 자진 회수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오비맥주의 자체 조사 결과만을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 측은 “문제가 된 제품의 PH농도나 가성소다 잔류량이 정상제품과 차이가 없어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업체 측에서도 인체에 무해하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자발적 회수를 실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희석된 수산화나트륨으로, 흔히 ‘양잿물’로 불리는 가성소다는 구토나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다량 섭취 시 쇼크, 혈압강하, 경련 등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분명히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맥주에 혼입 되었는데,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가 이를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식약처의 자체 조사도 ‘형식적인 조사’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가성소다가 혼입된 맥주 중 캔과 병 제품은 대부분 회수됐지만 캔이나 병 제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다소 짧은 생맥주 제품의 일부는 이미 국민의 뱃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식약처 측은 사고가 발생한 광주공장에 수차례 방문했으며 오비맥주 측이 회수한 제품에 대한 확인을 마쳤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미 국민의 뱃속으로 들어간 ‘양잿물 맥주’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해물질 혼입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이유로 업체 측에 어떠한 징계 등의 조치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청’에서 ‘처’로 승격됐다. 이는 ‘불량식품 척결’을 강조해 온 박근혜 정부의 계획이 담겼으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식약처 정승 처장도 취임 당시 “불량식품 근절에 전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소비자 참여를 확대하여 식의약 안전강국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는 먹을거리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식약처의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라는 지적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