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근(편집장)   담배와의 첫 만남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의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몰래 꺼내 피워본 것이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폼을 멋있게 잡고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이려 했다가 웬걸, 목이 아파서 혼났다. 두 번째 만남은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들의 권유 반, 협박 반으로 술을 마시고 담배를 반 갑 가까이 피웠다. 머리가 어지럽고 자꾸 구토를 하면서 역시 괴로웠다. 그 후 담배를 꼭 피우고 싶은 생각도 없고, 또 아르바이트 대학생 주제에 담배를 사 피울 용돈도 없고 해서 거의 피우지 않았다.   그러다가 재학중 입대하면서 담배와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군에서 필터 없는 ‘화랑’ 담배를 이틀에 1갑씩 배급받아 피우기 시작한 것이 결국 하루 1갑의 스모커가 돼버렸다. 대학 졸업 후 기자가 되면서, 담배는 더욱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됐다. 형사와 홍보 관계자 등 취재원과 만나면 서로 담배 권하는 것이 예의였고, 술집은 항상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기사가 잘 써지면 기분 좋아 피우고, 잘 써지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아 더 피웠다.   결국 체중은 불고, 목엔 가래가 끓고, 아침마다 머리는 아프고.. 건강이 점점 나빠지면서 ‘7일간 단식’을 시도했고, 이를 계기로 ‘20년 친구’와 이별을 단행했다. 벌써 20년전 일이다. 20여년간 몸 속에 쌓인 니코틴 등 유해물질의 해독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몸에 나쁜 담배를 왜 그렇게 오랫동안 피웠나, 참 한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담배는 독극물이다. 나프틸아민, 벤젠, 비닐클로라이드, 니켈, 크롬, 카드뮴, 비소, 페놀 등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69종, 대마초보다 더 강한 마약 성분, 자동차 배출가스에 들어있는 독성물질 일산화탄소, 살충제에 사용하는 DDT 등이 들어있다.  한강 수원지에서 취수한 원수(原水)에서 위와 같은 독성 물질들이 검출되었다면, 이 원수를 정수한 수도물을 마셔도 될까, 마시면 안될까. 모든 사람들이 “수도물을 믿을 수 없다”며 일언지하에 노!라고 대답할 것이다. 할인마트의 생수가 동이 날 것이다.   만약 벤젠과 페놀 같은 발암물질을 함유한 생수나 식품을 상점에서 ‘경고: 이 식품을 섭취할 경우 암 등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이고 팔 경우, 이같은 판매 행위를 허용할 수 있겠는가? 모두 벌떼같이 달려들어 정부에 항의하고, 해당 식품점을 폐쇄하고 주인을 사형에 처하라고 들고 일어날 것이다.   똑같은 유독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도, 식품은 판매가 불허되지만 담배는 슈퍼, 편의점, 할인마트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면,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6.5초마다 1명씩 발생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천문학적 규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폐암 등 관련 질병으로 조기사망하면서 생기는 소득손실액 3조5천214억원, 진료비 1조4천252억원, 간병비 1천896억원 등을 포함해 총 5조6천396억원의 손실이 초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꾸준한 금연 캠페인 덕분에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마구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보기 힘들게 됐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술집에서, 커피숍에서  ‘금연’ 표지에 아랑곳없이 버젓이 담배를 입에 무는 강심장의 사나이들이 아직 보인다. 한국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42.6%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28.4% 보다 훨씬 높다.   서울시는 간접흡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오는 3월부터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도록 하는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시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담배의 해악은, 값 인상이나 흡연구역 제한, 판매 규제 등으로 풀 일이 아니다.  정부는 언제까지 담배를 기호식품으로 규정하고 판매를 허용할 것인가.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담배 제조와 판매의 전면 금지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      
최종편집: 2025-05-02 02: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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