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통해 폭발물이나 마약 탐지, 실종자 수색, 시각장애자 인도 등 다양한 능력을 갖게 된 개들은 분명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지만 항상 곁에 지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 오번대학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개에게 위험한 일을 맡길 수 있는 원격 조종 스텔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ABC 뉴스가 22일 보도했다.
과거에도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조종이나 체내 장치 삽입 등 기술이 시도된 적이 있긴 하지만 연구진이 새로 개발한 것은 훈련된 개들의 몸 바깥에 부착하는 리얼타임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GPS와 센서, 이들 장치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프로세서와 무선 모뎀이 맞춤형 몸띠에 들어있는 이 장치는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가벼운 진동을 일으켜 개에게 각기 다른 어조로 방향을 지시한다.
로봇과 달리 개들은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 있는데 연구의 핵심은 이런 자연적인 성향을 고려해 정확하게 목적지로 개를 인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연구진은 훈련된 래브라도종 개를 대상으로 이 장치를 시험해 본 결과 수백미터 간격을 둔 목적 지점까지 지시대로 도착하는 성공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퍼스널 유비쿼터스 컴퓨팅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시험에서 이 개는 80%의 정확도로 지시에 따랐으며 컴퓨터의 지시는 99%의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개에게 더 복잡한 임무를 부여하고 더 먼 거리를 가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이 연구는 군사, 안보, 법집행 작전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마약을 수색할 때 마약조직에 수사요원의 존재를 들킬 염려도 없으며 전장에서 부상한 병사에게 의약품을 전달할 수도 있고 공항 등지에서 한 사람이 여러 마리의 개에게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기술이 개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인하면서도 “개는 어떤 위험한 상황이든 피하고, 원상회복하고, 무엇보다 위험에서 물러서는 능력이 사람보다 뛰어나다”면서 “때때로 사람이 개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