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원(한의사) http://zamione.com
유난히 짧았던 지난해 설 연휴와 비교하면 올해 설 연휴는 주말과 이어져 휴가까지 쓰면 9일까지도 쉴 수 있을 만큼 긴 연휴로 직장인들에겐 그야말로 달콤한 휴가다. 무조건 많이 자고 많이 먹는다고 내 몸에 충분한 휴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음식을 적당량 먹고, 올바른 수면을 취하는 것이 건강한 연휴를 보내는 방법이다.
설 연휴 수면리듬 흔드는 늦잠과 낮잠
이번 설 연휴처럼 긴 연휴나 주말이면 긴 낮잠을 통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방법은 오히려 수면의 리듬을 깨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30분 이상의 긴 낮잠은 생체리듬이 흔들려 야간의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만약 피로감으로 인해 연휴 동안 낮잠을 자게 되더라도 생체시계의 리듬에 맞춰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오후 1~3시 사이에 취하고, 시간은 15~30분으로 제한해 야간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아침시간 늦잠을 자게 되면 우리 몸이 연휴 동안의 늦잠에 익숙해져 연휴가 끝난 평일에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므로 피곤하더라도 기상시간은 평소와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무리한 야간 운전 및 장시간 운전 피해야
명절이 되면 ‘민족 대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기에 교통정체를 피해 비교적 한산한 시간인 밤에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잠을 자지 않고 밤새 운전을 하게 되면 졸음운전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야간 운전은 되도록 하지 않도록 권한다. 야간 운전이 아니더라도 피곤한 상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졸음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차 안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많고 더워지면 뇌 활동이 둔해지고 졸음이 찾아오기 쉬우므로, 춥다고 계속 차 문을 굳게 닫고 히터를 계속 틀기보다는 종종 창문을 열어 차 안에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켜주어야 한다.
잠들기 전 과식, 과음은 금물
설날과 같은 명절에 가장 참기 힘든 유혹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도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게는 맛있는 음식의 유혹이 가장 클 것이다.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왕처럼, 저녁은 걸인처럼 먹어라’ 라는 속담이 있다. 아침에는 든든할 정도로 먹고, 점심에는 배가 부를 정도만 먹고, 저녁에는 간단히 요기만 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피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잠자리에 들기 전이다.우리 몸에서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위장도 밤이 되어 잠 들기 전에는 그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에 밤에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가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느라 우리 몸도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반면 너무 배가 고파도 편안한 잠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명절이라고 과식을 하기보다는 평소와 비슷한 양으로 적당량 먹고 식사 후 최소 2시간 이후 소화가 어느 정도 된 후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또 명절날 가족, 친지들과의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술’도 적당히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고 몸이 이완되지만, 과음으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알코올이 흡수되면 잠이 들었다가도 알코올의 각성작용과 이뇨작용으로 인해 자꾸 잠에서 깨게 되어 숙면을 방해하므로, 술을 마시더라도 적당량만 마시는 것이 좋다.
보통 사람들은 평소에는 잠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한 번 수면리듬이 흔들리고 수면장애를 경험하게 되면 잠이 우리 몸의 건강과 관련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수면리듬은 자칫 잘못하면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건강한 수면을 유지하는 것과 초기 수면장애 단계에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 휴가나 연휴가 되면 사람들은 평소 생활리듬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이럴 경우 밤낮이 바뀌거나 너무 많은 잠을 자거나 혹은 그 반대로 너무 적은 잠을 자 수면리듬을 흔들게 된다.
가족과 함께 즐겁게 연휴를 보내고 다시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수면리듬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 소개: 자미원한의원 원장, 경희대 한의대 한의학박사,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정회원, 대한동의병리학회 정회원, 대한수면연구학회 정회원, 약산 한의학연구회 이사, 약산 약초연구원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