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지난 달 내원한 초등학교 4학년 윤수(가명)는 전날 초경을 시작, 깜짝 놀란 엄마의 손에 이끌려병원을 찾았다. 현재 윤수의 키는 평균보다 많이 큰 편이지만 검사 결과 뼈 나이가 2년 이상 빨라 최종 키가 160 cm가 안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윤수 엄마는 초경을 중학교 1학년 때 했고 아빠 또한 사춘기가 빠르지 않았다. 윤수 같은 성조숙의 경우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 성인 키에 도달하여 이후에는 거의 크지 않는 성장패턴을 보인다. 어릴 때는 남들보다 크나 일찍 성장판이 닫혀 최종 키가 결국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윤수는 체중은 정상범위였지만 근육이 부족하고 체지방이 많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비만이나 심한 과체중은 아니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체형이다. 윤수의 형제 관계를 물어보니 초등학교 2학년 여동생이 한 명 있다고 했다. 동생도 성조숙 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동일한 검사를 한 결과 동생도 골연령이 2년 정도 빨라 사춘기가 시작 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를 설명하니 엄마는 동생이 많이 마른 편이어서 성조숙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생은 체지방이 적어 골연령에 비해 가슴 발달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윤수는 첫째여서 치료시기를 놓친 반면 동생은 언니 때문에 미리 발견하여 치료를 제때 할 수 있었다.흔히 성조숙은 유전이라고 생각을 한다. 성조숙이었던 부모 아래서 태어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에 비해 성조숙이 발생할 확률은 당연히 매우 높다. 그러나 전체 성조숙 환자 중에서 보면 부모가 성조숙이 아니었던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진료하다 보면 형제자매가 같이 성조숙인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위 사례처럼 위의 형제가 성조숙이어서 동생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고, 성조숙으로 진단 받은 동생을 진료하다 언니나 누나 또는 형이나 오빠도 사춘기가 빨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부모보다는 형제들이 생활이나 환경적으로 더 가깝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부모와 자식간에는 보통 30년 정도의 시간 터울이 있어 30년 전의 부모 세대 때와 지금 세대는 환경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즉, 30년의 갭이 있는 것이다. 반면, 형제는 비슷한 연령대에 있고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집에서 자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환경과 생활 습관을 갖고 있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니 서로 비슷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따라서 형제 중에 성조숙이나 사춘기가 빠른 아이가 있다면 다른 형제들도 유심히 관찰해 미리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오빠와 여동생일 때는 원래 여자가 남자보다 사춘기가 2년이 빨라 사춘기가 겹치게 되므로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사춘기 시작과 끝이 비슷하게 진행되므로 치료시기가 겹치게 되는 수가 있다. 반면 누나와 남동생인 경우엔 둘이 겹치는 일이 거의 없다. 임상에 있으면 형제 모두 치료 시기를 놓친 안타까운 경우를 보게 된다. 적어도 첫째에 이어 동생까지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