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아이의 작은 키를 고민하는 경우는 주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나중에 갑자기 쑥 커서 큰 키가 될 것이다”, “작아도 언젠가 갑자기 클 때가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다. 대다수의 부모님들도 “우리 아이가 지금은 작아도 언젠간 크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경우가 많다.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유명 프로 야구 선수가 한 말 중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하루는 야구를 잘하고 싶던 후배가 어떻게 하면 선배님처럼 잘할 수 있느냐고 그 비결을 물었다. 그 선수가 한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야구는 원래 잘 하는 사람이 잘하는 거야!”운동처럼 키도 노력보다는 타고나는 것이 많아 그냥 숨만 쉬어도 잘 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줄넘기 천 개에 10시에 자고 우유를 1000리터 이상을 마셔도 잘 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말에 공감하는 분들은 꽤 많을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노력을 하라고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막연히 나중에 클 것이라는 기대도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어 위험하다. 운동을 원래 잘 하는 사람이 잘 하듯, 키도 원래부터 컸던 사람이 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매우 늦게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작은 키가 나중에 큰 키가 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의 키는 대부분 50 cm 내외이다. 미숙아가 아닌 이상 처음 키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성장이 다 끝나고 십수 년이 흐르면 최종 키가 20 cm 이상 차이 나게 된다. 처음 시작은 비슷한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걸까?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키는 누적이 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춘기 전 1년에 4cm 겨우 넘게 크는 아이와 7cm 가량 크는 아이가 성장 속도는 모두 정상 범위에 속한다. 그러나 그 해만 보면 2-3 cm 차이에 불과하지만 3년 뒤에는 무려 6-9 cm 차이가 나게 된다. 다음 해에 많이 크면 되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보통 일정해서 일반적으로 잘 안 크는 아이는 항상 적게 자라고 잘 크는 아이는 항상 잘 자라는 경향이 있다. 키 성장에도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이러한 성향은 사춘기 때 더 두드러진다. 사춘기의 급성장기가 시작되면 보통 자기가 크던 것에서 해마다 2-3 cm 정도 더 크기 마련이다. 즉, 4 cm를 겨우 크는 아이는 급성장기가 와도 6-7 cm 정도 크는 반면 7cm씩 크던 아이는 10 cm 또는 이상이 큰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키가 작은 사람일수록 “급성장기라고 할 것이 거의 없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키가 큰 사람일수록 “급성장기 때 자고 일어나면 눈데 띄게 쑥쑥 컸다”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소위 급성장기에는 보통 키가 큰 사람들이 더 많이 크기 때문에 따라잡기가 더 어려워진다. 성장 호르몬과 같은 성장 치료가 사춘기 전에 해야 효과가 좋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춘기 전에 치료를 해야 따라잡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키를 공부에 비유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성적이 하위권인 아이가 갑자기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어렵듯이 키가 작은 아이가 하루아침에 큰 키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탄탄한 기초가 있어야 하듯 남들보다 성장 속도가 늦어 이미 키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면 기초가 약한 것과 같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대부분 빨라서 나중에 클 것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현재 우리 아이 키가 많이 작거나 작은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나중에 크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다가는 오히려 치료 시기만 놓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