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이은미여성한의원 원장)  1년 넘게 환자와 동고동락(同苦同樂)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기폐경 환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넘기는 지루한 싸움이다. 그러나 그 결과만 좋다면 나는 그 지루한 싸움을 얼마든지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최근에도 나는 오랜 기다림 끝에 행복한 결과를 얻었다.   한 달에 두 번씩 대구에서 찾아오는 K씨는 서른 살의 미혼녀다. 초경 때부터 생리가 거의 없던 K씨는 호르몬 치료의 도움을 받아 생리를 했다. 그런데 25세가 되었을 무렵에는 호르몬제의 도움으로도 생리가 비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제서야 걱정이 된 K씨는 산부인과를 찾았다. 몇 차례 호르몬제를 투여했고, 끝내 조기폐경 진단을 받았다. 대학병원에서도 K씨는 조기폐경이라는 진단을 받아들고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고 자연임신은 어려워 난자를 공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호르몬제와 칼슘제를 처방받으면서 몇 년째 치료에 매달렸지만 차도가 없었다고 한다. K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08년 2월 동생과 함께 필자의 한의원에 내원했다. 환자의 치료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필자도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회복해줄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동원했고, 한약과 보정환을 처방했다. 운동처방과 아울러 여성호르몬을 도와주는 건강식품도 장복하게 했다. 혈색도 좋아지고 건강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1년이 다되도록 생리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했던 여성들은 이미 몇 명이나 생리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졸업(?)한 상태라서 약간은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 어느날 마침내 K씨에게도 생리가 시작됐다는 연락이 왔다. 전날 저녁 빨간 생리혈이 분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K씨는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가서 자신의 선홍색 피를 확인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동네 마트의 생리대 진열대 앞에서 어떤 생리대를 쓸까 고민하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는 K씨는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저도 생리를 해요. 정말 꿈만 같아요.”라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행복이 전화선을 타고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고, 덩달아 내게도 커다란 기쁨이 되었다. 또 그녀는 오랜 기간 동안 마음 고생했던 자신의 사연을 장문의 감사 메일에 담아 홈페이지에 올려주었고 그동안 격려해준 한의원 식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조기폐경 환자를 치료할 때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란 심정으로 자궁과 난소의 기능회복을 위주로 치료에 임하곤 한다. 그동안 K씨에게도 여러 차례 생리주기와 흡사한 변화가 있었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생리가 있기 약 2주 전부터 가슴이 아프고, 아랫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서 괴롭다는 호소를 했다. 생리전증후군 증상이었지만 낙관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낭보가 날아든 것이다.   K씨는 생리를 시작하고 진료실을 다시 찾은 날 “저도 사람인지라 좌절도 하고 지방에서 서울을 오가며 한의원을 다니는 게 버겁기도 하고, 열심히 치료해도 오랫동안 생리가 없어서 걱정도 되고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조기폐경 치료는 여간한 의지로는 어렵다. 양방에서는 조기폐경 환자에게 어지간해서는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만큼 치료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치료하면 언젠가는 자연생리로 보답한다는 것이 조기폐경을 치료하며 얻은 오랜 교훈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월례행사인, 생리! 임신과 출산 등 여성으로서의 삶을 영위해나가는데 필수적인 이 생리 현상을 우리는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나가야 한다.  
최종편집: 2025-05-02 03: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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