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지난달 29일, 모처럼 한의계에 희망찬 소식이 들려왔다. 보건복지부의 주도 아래 한의학 전반에 걸쳐 핵심적 역할을 할 한약진흥재단이 출범한 것이다.복지부에 따르면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약육성법 제13조에 따라 설립되는 특수법인으로서 고득영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 등 14인의 발기인이 주축이 됐으며 과거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책실장과 한방정책관을 역임했던 고경석 한서대 교수를 초대 이사장으로, 신흥묵 (재)한국한방산업진흥원 원장을 초대 원장으로 선출해 유망한 한의약 기술 개발과 한의약 산업 부흥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약기술 과학화 및 정보화, ▲우수한약재의 재배 및 한약의 제조 유통지원, ▲한약시장의 발전 지원 및 한약재 연구, ▲한의약 육성·발전에 관한 사업으로 복지부 장관 등이 위탁한 사업 등을 진행하게 된다.사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한의학 세계화와 과학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 지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이라도 한의계에 체감어린 정책 변화나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한의계 현장에서 느끼는 그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직접 나서 한의학 과학화와 산업화를 위해 직접 재단을 설립하고 목표를 정했다는 점은 한의학 저변확대와 더 나아가 세계화 및 과학화, 산업화의 기틀에 긍정적인 신호탄을 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재단 임원진에 전현직 한의계 인사들이 포함된 사실은 이번에야 말로 한의학 발전에 전기가 마련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 우선 한약진흥재단이 밝힌 사업들을 보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이다. 한약진흥재단의 핵심 추진 사업인 한의약 과학화 사업과 한의약 육성발전 사업 등은 이미 한국한방산업진흥원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차별성을 느끼기가 힘든 부분이다.아울러 관련 사업이 진행돼도 정부의 법규 또는 제도적인 변화 없이는 한의학 과학화와 사업화, 세계화는 어렵다. 일례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천연물신약에 대해 한의계에서는 한의학 과학화와 산업화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에 정부마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의약 전반을 아우르는 곳이라면서 재단 이름이 굳이 한약진흥재단인 이유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약진흥재단’이라는 이름은 한의학의 모든 것을 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한약진흥재단 설립위원회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한의약의 전반적인 분야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게 되지만, 한약진흥재단이란 명칭으로 인해 한약과 관련된 사업만 추진하는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재단 설립을 이끌고 임원진을 전현진 한의계 인사들로 구성한 것은 정부가 진지한 태도로 한의학 발전을 위한 재단을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한의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실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서 보건복지부와의 연결고리가 약하고 한국한방산업진흥원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인 반면 한약진흥재단은 보건복지부 내 유일무이한 한의약 공공기관으로서 보건복지부와 한결 매끄러운 호흡이 가능해지게 됐다. 또한 한약진흥재단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중복투자 혹은 중복사업 각종 한의약 사업에 대해 한의약 산업 기관의 통합적 관리를 통해 중복 투자와 사업을 막고 다양한 한의약 상품개발을 하게 된다. 또한 한의계의 숙원 사업인 한약제제 제형현대화 사업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천연물신약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 한다.이와 관련 한약진흥재단 신흥묵 초대 원장은 “한약진흥재단이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설립되면 한의약 산업은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며 “한의약 표준화 및 과학화는 물론 세계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밝혔다.이어 “한약진흥재단이 출범하면 한방신약과 화장품, 기능성 식품 등의 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의약 산업 현안문제와 천연물신약 사용 문제 등의 해법 제시와 법적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한의약 산업의 허브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한약진흥재단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이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그동안 암울하기만 했던 한의계에 희망의 동앗줄이 내려온 셈이다. 정부는 한의계와 우리나라 전체 보건의료산업을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실망의 공수표가 아닌 희망의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