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지난 2013년 발의된 독립한의약법이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법은 지난 2013년 3월 김정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현행 법체계가 획일적이어서 한의학의 고유한 특성 발휘와 수준 높은 의료 제공에는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한의학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립적인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샀다. 구체적인 세부규정을 살펴보면 한의사와 한약사의 자격과 의료행위를 구분하고, 처우개선, 업무영역, 권리와 의무 등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는 의료행위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한의사의 현대적 의료기기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해하여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천연물신약에 대해서도 한의사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독립한의약법은 발의되자마자 의료계의 많은 반발을 낳으며 계류됐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약법 제정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의 대규모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현행 의료체계와 의료법 체계를 뒤엎고 다른 의료직역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 발의 당시 법안소위원회 상정을 위한 대한한의사협회의 행보는 적극적이었다. 공동발의자의 소속 정당 균형을 맞추고, 집행부 구성 사상 처음으로 상근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정치적 인사 영입에도 힘썼다.한의계 오랜 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첫 단추를 꿰어준 김정록 의원도 법안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직역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앞장섰다. 한의협은 독립한의약법의 입법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은 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한의계의 숙원사업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임을 다짐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강력한 저지와 압박이 계속되고 법안이 계류되자 한의계는 더 이상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의계가 독립한의약법 통과를 위해 중시했던 것이 바로 ‘상생과 협력’이다. 한의협은 대내외적으로 상생과 협력을 통해서 독립한의약법의 입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직역 간 갈등 앞에 상생과 협력은 사라지고, 도를 넘어선 비방전만 계속됐다. 한의계와 의료계가 주장했던 것은 각각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전문적 교육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이러한 두 단체의 주장은 점차 감정싸움으로 번져 본질을 흐렸다. 한의계는 의사들에게 ‘쌀밥과 김치를 먹지 말고, 한글도 사용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고, 의료계는 한의사들에게 `붓으로 차트 쓰고, 말 타고 청구하러 가라`는 등의 저급한 비난을 이어가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더불어 한의계 내부의 결집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간절하다. 독립한의약법에서 부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일원화에 이르기까지 논란에 대응하는 한의계의 모습은 결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의료계는 독립한의약법 저지를 위해 강력한 투쟁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뒀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관련이 있는 의료일원화 문제에 대해서도 면허를 내놓을 각오로 1월 말 대정부 투쟁을 진행한다.반면 한의계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여러 차례 내홍을 겪으며 민낯을 드러냈고, 독립한의약법 제정을 위해서 맞서 싸워야 할 시기에 그 어떤 투쟁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의료일원화에 대응하는 자세도 별반 다르지 않다.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책임과 희생이 따른다. 한의계가 지금껏 바랐던 것을 눈앞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희생을 치룰 각오가 있어야 한다. 차려진 밥상만 기대하기에는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