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한의사라면 어느 누구나 한의사 면허 범위 내에 있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의사 A씨는 환자에게 면허 내에 있는 한의학적 의료행위를 하고서도 한의사 면허 내에 해당하지 않는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관계기관으로부터 치료비 환급 행정처분을 받았다.한의사가 면허 범위 내에 있는 한의학적 치료를 하고서도 인정을 못 받는다면 얼마나 억울할 까? 바로 얼마 전 2심 재판이 있었던 혈맥약침술에 대한 이야기다. 한의사 A씨는 치료비 환급 처분을 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한방원리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이므로 한의사 면허 내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씨는 즉각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의 시술원리 등이 약침술과 차이가 없고 한국표준한의의료행위분류 개정안에 따라 약침술의 범위에 포함된다“며 ”보건복지부 고시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에 등재된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해당한다“며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었다.재판이 끝난 후 기자가 만난 한의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결과는 근거 마련을 철저히 한 결과이다. 사실 쉽지 않은 재판이었지만 근거를 충분히 마련했었기 때문에 승소할 수 있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실제로 이번 소송과 관련된 학회는 2006년부터 한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410여 행위 개발과 논문 등 근거마련을 철저히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의계에서 일어나는 법적인 문제들은 항상 근거부족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몇 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천연물신약 문제도, 의료기기 사용 문제도 그래왔다. 한의계는 근거가 있다고 제시를 하지만 반대 입장의 세력을 무력화할 정도로 표준화되거나 명확하지가 않다 보니 이슈를 만들고도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소송과 한의계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의학도 근거중심적인 학문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슷한 사건에서 한의계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면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사건 역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혈맥약침술을 사용한 한의사는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를 하고도 억울하게 당할 수 있었다. 지금 한의학은 근거가 필요하다. 즉 근거중심적인 한의학이 되어야 한다. 근거중심적인 한의학이 되기 위해선 표준화와 과학화가 필수적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의계는 제대로 인정받는 한의학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