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암`은 한국인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암이란 통상 악성종양을 지칭하며 이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발암물질, 바이러스, 환경,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스트레스가 암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막연히는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한다. 미국의 셀리라는 의학자는 정신적인 압박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스트레스(stress)’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한의학에서 이에 상응하는 개념은 ‘칠정’으로 외부 자극인자에 대해 노하고, 기뻐하고, 시름에 잠기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두렵고, 놀라는 등 다양한 감정적 반응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들이 과할 경우에는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장육부까지도 상하게 한다는 사실을 2,000년 전의 의서인 황제내경에 기술하고 있다. 즉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육체적인 질병까지도 초래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심리적 스트레스는 암에 걸릴 가능성을 크게 만들며, 면역계를 억제하고 호르몬 균형상태를 깨뜨려 암세포와 같은 돌연변이세포 증식을 촉진시키게 되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종양학자인 아이언 고울러는 "암환자들의 발병요인은 스트레스가 주요 요인"이라 하였다. 암환자들을 관찰해보면 대부분은 암 증세가 처음 나타나기 전 3개월에서 2년 사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극적인 사건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그 상황으로부터 빠져 나오지 못하는 무능력이 스트레스라는 신체의 화학적 변화를 유발시켜 면역체게를 저하시키고 암 발병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면역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돌연변이세포 발생이 감소되므로 인체는 암세포를 탐지하고 소멸시키는데 적합한 상태가 된다. 이는 암 환자 스스로 받고 있는 치료 효과에 대해 신뢰감을 회복시키고, 몸의 면역기구 저항력에 대한 확신을 높여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심이 대뇌변연계에 기록되면 시상하부가 작동하게 되는데 시상하부에 새로운 마음 상태를 반영하는 메세지가 전달되고 이 정보는 다시 뇌하수체로 전달되어 시상하부는 억제되어 있던 면역조직 활동을 활성하시키고 돌연변이 세포에 저항하는 방위기구를 활동하게 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암억제 유전자가 바로 `p53`이라는 잘 알려진 유전자이다. 한의학에서는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 하여 인체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면 체내 돌연변이 발생에 효율적으로 저항하게 되어 질병이 침범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암 발생뿐만 아니라 성장과 전이, 재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중 코르티코트로핀분비 호르몬(CRH) 등은 면역력을 결핍시켜 암이 커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현대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점점 발달해가고 있는 정보화 사회는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를 방출해내고 있고 결국은 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이 발생하는 환경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의학자가 스트레스와 암의 상관성에 대해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아르후스 대학 역학과학센터 지옹 리 박사는 미국 의학전문지 `암(cancer)` 2002년 11월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 2만 1천 62명과 그렇지 않은 부모 29만 4천명을 대상으로 1980년에서 1996년까지 16년에 걸쳐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암과 스트레스 사이에 커다란 상관성은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자식을 잃은 경험이 있는 부모와 잃은 경험이 없는 부모를 대상으로 비교하여 흡연과 연관된 암 발생에 있어 높은 위험성을 갖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즉 자식을 상실한 감정으로 일상생활을 할 때 습관에 변화를 주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심리적 스트레스가 흡연과 함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이는 암 발생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암과 스트레스 상관관계를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화난 사람 침을 쥐에게 계속해서 투여를 해보니 정상적인 침을 투여한 쥐에 비해 3배나 빨리 죽더라는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결국 과중한 정신적 압박을 해소해버리지 못하면 결국은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지울결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로 인한 질병초래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한의학에는 ‘탈정(奪情)’, ‘실영(失營)’ 이라는 병명이 있다. 이는 많은 돈을 한꺼번에 잃게 되고, 높은 지위에서 좌천되어 생기는 마음의 병이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집착하는 대상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릴 때 그 집착은 울화병이 되는 것이고, 심지어는 암으로 진행되기까지 한다. 한방에서는 암을 적취, 즉 "쌓여서 만들어진 덩어리"라고 표현하였다. 울화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이 떨어지고 몸의 기혈순환이 막혀버려 종국에는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슬 극복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육체적 운동을 통해 마음속의 복잡한 심정들을 극복하는 것이다. 열심히 달리거나 등산을 하면서 탁 트인 자연과 마주하면 마음속에 울체된 기운들이 풀어지면서 인체 기혈순환을 도와 종국에는 암과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둘째는 마음의 평화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모든 일에 "내 탓이오"라는 태도를 가지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집착과 가짐의 존재인 "나"를 버리고 "내 탓이오"라는 태도로 모든 일을 대하면 어느덧 마음의 평화가 생기고 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하루 10분 정도의 명상은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한의학에서는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 즉 이미 병들고 난 다음에 치료할게 아니라 병들기 이전 단계에 치료해야 한다고 하여 예로부터 예방의학을 중시하였다. 최근 미국에서도 정신종양학이라는 분야가 매우 각광을 받으며 암과 스트레스와 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치료에 활용하는 추세이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유스러워지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현대의 불치병인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글:유화승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출처:월간 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