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복시는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잘 낫지 않는 증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임상에서 그리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필자가 치료한 복시 환자 중에서 특이한 사례를 발표하며 혹시 다른 한의사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복시(diplopia; double vision)는 이중시라고도 하며 고정되어 있는 하나의 물체가 둘로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안근마비로 안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반적인 사시에서는 오히려 복시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며,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필자가 임상에서 경험한 복시환자 중에서 사례를 들어보도록 한다. 첫 번째 사례는 1986년 38세의 남성 환자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필자가 왕진을 가서 진료하였다. 생활보호대상자로 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영양상태나 기타 생활조건이 대단히 열악한 상태였다. 필자가 처음 왕진했을 때의 상태는 하반신이 완전한 마비는 아니었고 발가락이나 다리를 약간은 움직일 수 있었으나 몸을 일으키거나 엉덩이를 드는 것은 불가능하여 팔을 이용하여 방바닥을 기는 정도의 거동이 가능한 상태였다. 병의 경과를 들어보니 약 2년 전에 허리를 삐고 나서 요통은 있었고 우측 다리의 통증과 함께 마비감이 나타났지만 일상적인 생활은 가능했다가 차츰 증상이 악화되고 양쪽 다리가 마비되어서 걷기가 어려워지면서 복시가 나타났다고 한다. 치료를 전적으로 받지는 못했으며 가끔 물리치료나 침치료를 받았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어느 무술사범에게서 척추를 교정하면 낫는다고 하여 척추교정치료를 받고 나서 약간 나아지는 듯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약 1년 전부터는 완전히 방바닥을 기어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소화, 대소변 등에는 이상이 없었고 요통도 거의 없었으며 허리 이하의 하체에 전혀 힘을 쓸 수 없을 뿐이었고 그 외에는 복시가 가장 큰 증상이었다. 식욕은 정상이고 야간의 두통이 가끔 나타났으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을 쉬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리 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심계가 가끔 나타났으며 얼굴이 약간 붓기도 하였다. 맥은 현맥으로 약간 數(촉)한 편이었다. 이 환자의 치료는 당시에는 삼극침법이나 삼극처방이 확립된 시기가 아니었으므로 이상 경락에 대한 치료를 중심으로 침치료를 하였으며 처방은 五芩散(오금산)을 중심으로 하였다. 침치료는 처음 시작한 쪽이 우측 다리이므로 우측을 환측으로 좌측을 건측으로 삼고 치료를 하였다. 병이 심하고 완고하다고 판단하여 건측의 外關과 臨泣을 중심으로 한침을 이용하여 靑襄침법에서 사용하는 六補三瀉(육보삼사)의 수기법으로 72보사를 하는 방식으로 치료하였다. 六補三瀉의 수기법은 한침을 자입한 후에 시계방향으로 엄지를 최대한 뒤에서 앞으로 밀면서 침의 회전수를 최대한으로 학 빠르게 6회 염전한 후에 다시 반대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엄지를 앞에서 뒤로 최대한 당기면서 빠르게 3회 염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6회 염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1회 염전시에 침은 3,4회 회전하게 되므로 6회전을 시키면 침은 20바퀴 이상 회전하게 되며 六補三瀉면 30바퀴 이상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30바퀴 돌리는 것을 1세트로 하며 36보사나 72보사를 하면 침의 회전수는 거의 1,000회에서 2,000회에 달하게 되므로 침의 자극은 대단히 강력해서 요즘의 일반인에게는 시행하기 어려우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고 또 자주 치료할 수 없는 실정이며 또 과거에 이러한 침법으로 대단히 우수한 치료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으므로 환자의 동의 하에 이 침법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처음 2일간 침 치료를 하고나서 허리에 통증이 심하게 오고 복시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호소하여서 약간은 고민을 했지만 반응현상으로 판단하고 계속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하였다. 반응현상으로 판단한 이유는 가슴이 답답하고 가끔 두통이 있었는데 침 치료 후에 이들 증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주일 간 치료를 하고 나니 허리의 통증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복시가 차츰 좋아졌다. 여전히 물체가 2개로 보이기는 하는데 진상과 가상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그 이후로는 두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침 치료 1주일 이후에는 가미오금산을 병행하여 복용하도록 하였다. 허리의 통증은 점차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았다. 허리부분을 자세히 진찰해보니 우측 지실부위에 압통이 심하게 나타났으며, 아울러 경결이 좌측에 비하여 대단히 커서 작은 감자만한 크기로 만져졌다. 압통점의 반대편 건측에 자침하여 강자극을 하고 환측의 압통점에는 미립대로 직접구를 하였다. 그리고 기해혈에도 압통과 경결이 심하므로 동맥을 피하여 자침하여 염전과 작탁을 병행하여 강자극을 주었다. 기해혈에 자극을 주니 침향이 환측의 지실부위 쪽으로 찌르륵하고 간다고 하였다. 이런 식으로 3일간 치료하자 복시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요통도 거의 없어졌다. 또 약 1달간의 치료로 복시는 완전히 치료되었고, 다리의 힘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환자가 스스로 발끝으로 몸을 받치고 몸의 반동을 이용하여 엉덩이를 바닥에서 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완전히 설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무릎에 손을 짚고 엉거주춤 설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필자의 사정상 계속적인 왕진 치료를 해주지는 못하였고, 환자역시 경제적인 여건상 충분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필자는 환자가 직접 운동하는 법과 뜸뜨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자가 치료를 하도록 하였다. 수개월 후 에 환자를 만나보니 상당히 많이 회복이 되어서 집안에서는 혼자서 걸어서 화장실에 갈 정도가 되었다. 그 이후 확인해보지는 못했으나 아마도 완전히 회복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만약 최근에 이와 비슷한 환자를 치료했다면 위기해울전을 복용시키고 침치료는 건측의 외관,지구, 중저, 四瀆, 양릉천, 臨泣, 太衝 등을 처방하였을 것이다.<글 : 감로한의원 오수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