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우울증, 자신에 대한 ‘배려’ 필요해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성훈 교수 40세 여성 A씨는 소프트웨어 관련 개발자로 활약하고 있다.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면서도 휴일 출근과 야근까지 해냈던 그녀는 2개월 전부터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항상 몸이 무겁고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피곤한 일이라고 느껴지게 되고 집안일도 최소한의 상태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남편과 아이에게도 짜증이 늘고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을 내기 일쑤였다. 이런 아내를 걱정한 남편에 이끌려 내원한 A씨의 인상은 우울감 이외에도 무기력한 모습, 자책감, 나약한 모습을 계속 보일 것이란 불안감으로 매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우울증의 정도가 심하여 당분간 휴직을 권유한 뒤 외래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한의학에서의 우울증 치료는 심신의 울체한 기를 풀고 소통을 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한약 치료와 침구치료를 통해 손상 받은 장부, 기와 혈을 회복시키고 심신을 안정시켜 치료한다. 더불어 지속적인 면담(지언고론요법)과 심신요법을 적용한다. 심신요법은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호흡법, 이완요법, 기공요법, 암시요법 들의 장점을 모아 적용하는 방법으로써 우울증을 치료에 효과적이다. A씨는 치료를 통해 비교적 빨리 가슴이 답답했던 증상과 집중력 저하가 개선됐다. 그러나 A씨는 좀 더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복직에 대한 조바심을 가지고 빨리 치료가 되어야 한다고 재촉하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아직은 복직 시기가 아니라고 설득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일진일퇴 상황이 한동안 계속되었고, 결국 치료 3개월 만에 직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A씨는 3개월간 휴직을 한 것으로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해 여유 있고 너그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며 휴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일에 빠져드는 경향이 강한 A씨의 특성 상 외래진료에 나와 정기적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며 직장과 가정에서 업무량을 조정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등 자신에 대한 배려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직장과 가사에 시달려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외에도 산후 우울증, 노인성 우울증 등 우울증의 발병시기와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최근 우울증을 앓던 30대 주부가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처럼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무서운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 얼마 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인원은 2009년 55만 6,000명에서 2013년 66만 5,000명으로 5년간 10만 9,000명(19.6%)이 늘었다. 40대 이상 여성이 전체 진료인원의 절반 이상인 53.5%를 차지했고 이와 함께 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는 폐경이나 각종 질병 등 신체적인 변화 및 직업 불안정성, 퇴직 등에 따른 수입 감소와 고립감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WHO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심혈관계 질환에 이어 우울증이 주요 질환 2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괜히 상대방이 미워지며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 나아가 내가 잘못했다는 죄책감, 벌을 받아야 한다는 자기 파괴적인 생각까지 들게 한다. 사람이 사랑과 인정을 받으면 자존감이 생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사랑과 인정보다 권력, 돈, 재산, 학벌, 지위, 명예 등을 사랑하고 그것에 삶의 지향점을 둔다. 이들에게서 그것이 상실되면 자존감을 잃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지위나 재산이 자존심의 근거, 삶의 근거였기 때문이다. 한의학 문헌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탈영’과 ‘실정’이라고 표현한다. ‘탈영증’이라는 것은 지위가 높았다가 낮아지면서 생기고 ‘실정증’이라는 것은 부자였다가 가난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이 경우 살이 빠지고 기력이 쇠하며 깜짝깜짝 놀라고 입맛도 없어지며 정신까지 흐릿해지는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소위 상실감에서 오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증상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방지하려면 스스로의 지향점을 바르게 설정하고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해 너그럽게 바라보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