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63세의 오모씨(여)는 최근에 갑자기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종합병원 응급실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에 간호사와 얘기도 나누었다는데, 본인은 기억이 없고 상황을 인식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 3-4시간 후였다는 것이다. 몇 개월 전에도 이런 증상이 생겼는데, 그 당시에는 병원에 오면서 곧바로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각종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대로 있으려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 한의원 진맥을 받으려고 내원한 것이다. 맥진기를 통해 진맥을 해보니 머리 속의 혈류 흐름이 약하고 심맥의 스트레스가 심하게 보인다. 적절한 예방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매의 가능성이 높은 맥이다. 자세히 물어보니 2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여러 가지 사연들과 함께 생전에 할아버지에게 못 해줬던 일들이 머리 속을 맴돌면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몸의 상태를 설명하고 치료를 시작하였다. 인체의 어느 곳이든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대이다. 머리 속도 마찬가지다. CT, MRI로 촘촘히 볼 수 있으며 PET, SPECT로 뇌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충분히 하는지, 못하는지도 알 수 있는 시대이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치매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도 머리 속의 상태를 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즘은 한의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위의 현대 의학적 진단을 받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현대 의료기기에 의한 진단법과 함께 한의학적 관점에서 맥을 보는 일이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치매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진맥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고 할 것이다. 한의학에서 머리 속을 볼 수 있는 주된 맥은 비맥(脾脈)이다. 비맥은 고전에 근거하여 생각과 고민, 정신활동을 나타내는 사려지관(思慮之官)으로 현대적 해석을 하자면 뇌의 지적 활동과 의식 기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머리 속을 보는 맥이 된다. 이 머리맥에서 삽맥, 활맥 등이 나오거나 심맥, 심포맥에서 삽맥, 촉맥이 나오는 경우에는 치매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므로 예방에 신경을 쓰야 한다. 머리 속의 혈류 흐름이 약하고 산소나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 그 시간이 길어지면 뇌 위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측면에서 진맥이 중요한 이유는 간맥의 단맥, 세맥이 보일 경우에 생기는 우울증(가성 치매라고도 함)과의 감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각종 치매 선별 검사나 질문지 등으로 구별되기도 하지만, 실제적인 인체에서의 경과 상태를 알 수 있는 진맥은 아주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수험생들의 머리 속을 진맥할 수도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머리를 얼마나 쓰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머리의 혈류량을 높여주면 성적이 더 좋아질 아이인지, 공부보다는 다른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는게 더 나은 아이인지를 알 수 있다. 맥이 머리 속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글:한상협 신통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