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한방에서 보면 나물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각종 의서에 나와 있듯이 나물은 훌륭한 약재로써 인정받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고사리는 한방에서 위와 장에 머물고 있는 열독을 풀어주고, 신장을 보강하는 효능이 있어 정력증가에 좋은 약재로 쓰인다. 나물들은 각각 어떤 쓰임과 효능을 갖고 있을까. 나물의 똑똑한 변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등을 통틀어 나물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나물을 삶거나 볶기도 하고 혹은 각종 양념을 해서 먹는다. 유독 봄에 먹는 나물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겨우내 잠자고 있던 근육들을 깨우고, 봄에 적응하느라 부족해진 영양분을 나물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물들 중에는 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어서 주의를 해야 하는데 함부로 먹었다가는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독이 들어있는 나물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상식 없이는 함부로 들과 산으로 나물을 캐러가지 않는 것이 좋다.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지천에 널려있던 나물들을 경험을 통해 먹어도 되는 것과 아닌 것들을 구별하는 지혜가 있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먹는 나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선조들이 먹어왔던 맛있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과거에 나물은 뒷마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서민의 음식이었고, 고기는 부유한 사람만이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자연그대로의 식품일수록 값어치가 더 높아졌다. 요즘은 나물이 역시 식생활에 빠져서는 안 되는 웰빙 음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물은 각각에 따라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먹기도 하지만 약재로도 쓰여 왔다. 사계절 먹을 수 있는 콩나물 역시 한방에서는 채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잘 말려 부종과 근육통을 다스리고 위 속의 열을 없애주는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저혈압과 풍토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봄나물의 여왕인 냉이도 한방에서는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제채(齊寀)라 해서 약재로 쓰고 있다. 꽃이 필 때 채취해 햇볕에 잘 말려서 잘게 썰어 이용하거나 생풀로 쓰기도 한다. 냉이는 비장을 실하게 하며 이뇨, 지혈, 해독 등의 효능이 있어 비위허약 ·당뇨병 ·소변불리 ·토혈 ·코피 ·월경과다 ·산후출혈 ·안질 등에 처방한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먹는 나물들 일부는 약재로써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식품 그대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거의 없을뿐더러 믿고 먹을 수 있는 약이 되는 것이다. 이밖에 다소 생소한 나물인 쇠비름, 꿀풀, 짚신나물, 질경이도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나물 겸 약재들이다. 질경이 질경이는 우리 산하에 너무 흔하게 나는 풀이라서 그 진가를 잊고 살아간다. 식용으로 먹을 땐 쌈으로 먹거나 데쳐서 된장 등 각종 양념에 무쳐 먹는다. 좀 질기다 싶으면 삶아서 잘 말려뒀다가 나중에 먹을 때 물에 불려서 사용하면 질긴 맛이 줄어든다. 보통의 나물처럼 질경이도 무침이나, 볶음, 조림, 밥을 지을 때 넣어서 먹는다. 특히 질경이로 김치를 담그거나 장아찌류를 만들어도 맛이 좋다.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국수 반죽할 때 넣으면 잘 끊어지지 않는 질긴 국수가 된다. 한방에서는 질경이를 차전초(車前草)라고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예전의 수레)나 사람의 발에 짓밟히면서도 질긴 생명을 유지하는 풀이다. 열매는 차전자(車前子)라 해서 한방의 오자(五子) 중의 하나로 치는데 간염, 부종, 염증, 신장염, 고혈압에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열매는 기력을 높여 줘 천연 비아그라로 불린다. 또한 뛰어난 항암효과가 있으며 위와 십이지장 궤양, 피부궤양 및 피부 곰팡이에 효과가 있다. 씨앗도 버릴 것이 없는데 8월에 여무는 질경이 씨앗은 지방성분이 많아 변비에 좋다. 몇 주 동안 꾸준히 섭취하면 변비가 해소되며 숙변까지 제거된다. 특히 비만치료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에 간혹 가다 차전초 씨앗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숙변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주로 6~7월에 나는 잎과 줄기를 잘 말려 차로 끓여먹는 방법이 흔하다. 아니면 녹즙기에 생즙을 내서 먹기도 한다. 주의할 것은 질경이가 사방 지천에 있는 흔한 풀이지만 농약에 취약하며 중금속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도로변이나 논 밭 등에 있는 것은 캐지 않는 것이 좋다. 쇠비름 쇠비름은 약간의 신맛이 나는 풀이다. 오행초(五行草)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가 뿌리는 흰색, 줄기는 붉은색, 잎은 푸른색, 꽃은 노란색, 씨앗은 검은색으로 총 다섯 가지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은 도랑 등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라 쑥이나 달래, 고들빼기 등과 같이 잡초와 나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식물이다. 쇠비름은 잘 손질해 고추장이나 된장을 찍어 생으로 먹기도 하고 볶음이나 무침은 물론이고 크기가 큰 것은 조림으로도 해 먹을 수 있다. 쇠비름을 높은 온도에 가열하면 끈적거리는데 콩기름을 사용해 데치거나 조리하면 끈적거림을 줄일 수 있다. 혹은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쇠비름을 마치현이라고 한다. 여드름에 좋은 유기산이 많이 들어있어 예로부터 피부미용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왔다. 독성이 없는 약재이기 때문에 항암기능이나, 위염증상 등 많은 분야에 사용된다. ‘동의학사전’에 따르면 쇠비름은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어혈을 없애고 벌레를 죽이며 오줌을 잘 누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강심작용, 혈압을 높이는 작용, 억균작용,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 피를 멎게 하는 작용 등이 밝혀졌다. 또 대장염의 예방 치료에 주로 쓴다고 전해 오고 있다. 특히 피부와 관련이 있는 장기인 장 속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쇠비름을 진하게 달인 후 무좀이 있는 부위에 수시로 발라주면 무좀에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낡고 묵은 것을 내려 보내는 성질이 있어서 이질을 치료하는데도 좋다. 장수에도 좋다고 해서 장명채라고도 불리는데 뇌 활동을 원활하게 해 치매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쉽게 지치는 당뇨병 환자에게 즙을 내거나 차로 마시면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꿀풀 꿀풀은 말 그대로 꽃에 당분이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벌과 나비 등 곤충들이 좋아하는 풀이다. 가지골나물이라고도 불리는데 식용보다는 약초로 잘 알려졌다 식용으로 먹을 땐 봄에 나기 시작한 어린잎을 따서 그 부분만 나물, 샐러드 등의 요리를 해 먹는다. 이때를 넘기면 줄기가 자라서 꽃이 달릴 때까지를 기다렸다가 잎과 줄기, 꽃봉오리를 말려 술에 담가놓고 약술로 먹기도 한다. 다 큰 꿀풀은 약 30cm 정도 되는데 잎은 길이가 2~5cm의 긴 달걀 모양으로 마주난다. 꽃은 입술 모양의 보라색으로 50~60년대 태어난 사람들은 아마 어린시절 이 꽃을 따서 빨아 먹었던 추억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방에서는 하고초(夏枯草)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꽃 이삭을 말린 것으로 임질, 결핵, 종기, 전신수종, 연주창에 약으로 쓰고 소염제·이뇨제로도 쓴다. 또한 급성황달형 간염에 복용하면 황달이 없어지고 간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또 안과질환에도 이용되고 두통과 유방염 등에도 좋다. 구내염이나 편도선염이 있을 경우 갈색이 된 꽃 이삭을 채취해 잘 말려 다려먹으면 효과가 있다. 특히 MBC에서 방영한 다큐 ‘약초전쟁’에서는 하고초의 75% 이상이 암세포 억제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검증돼 항암약초라고도 많이 알려졌다. 혈압을 떨어뜨리는데도 효과가 있어 고혈압과 당뇨 치료에 사용된다. 짚신나물 짚신나물은 낭아초, 선학초, 과향초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30cm에서 100cm 정도 자란다. 전체적으로 털이 있지만 안쪽에는 갈고리 같은 흰털이 있어서 옷깃에 잘 붙는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옛날에 짚신이나 버선 등에 잘 달라붙는다고 해서 짚신나물이라고 불렸다. 가지 끝에 노란색의 작은 꽃이 모여 피는데 식용으로 사용할 땐 짚신나물의 어린잎만 채취한다. 어린잎으로 무침이나 볶음, 튀김 등을 만들어 먹는데 시고 쓴맛이 특징이다. 특히 여름철에 짚신나물을 꾸준히 먹으면 설사나 배탈을 예방해준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용아초(龍芽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예로부터 종기를 다스리는 약초로 이용됐다. 아그리모닌, 아그리모노리드, 타닌 등의 약효성분이 있으며 지혈제로써의 효능이 뛰어나 소변이나 자궁출혈, 각혈, 변혈 등 각종 출혈 증상에 사용한다. 타박상 등에도 효과가 좋다. 또한 몸 안의 내장을 풀어주며 신장, 간장, 비장 등의 질환에 평판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B형 간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데, 이는 이미 10여 년 전 국내 바이오벤처가 짚신나물에서 B형 간염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내면서 입증됐다. 중국의 ‘암류방치연구’라는 문헌에 따르면 자궁암치료에 집중적으로 첨가해 신빙성이 있는 임상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