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우리가 먹는 음식은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먹는 것"이라는 스님들의 말처럼 불교적인 입장에서 음식을 바라보면 ‘단순히 식욕을 채우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공양을 통해 모든 존재가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채식으로만 꾸며졌지만 육미를 갖춘 사찰음식을 음미해보자.<편집자 주> 자연을 버무린 사찰음식 잊을만하면 나오는 연구결과들 중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자들과 성적이 낮은 청소년들 중에는 식품첨가물이 남용된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초콜릿처럼 당분이 과도하게 들어간 음식들도 아이들의 난폭한 성격을 키우는데 한 몫 한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어렸을 때부터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습관이야 말로 몸과 마음을 망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한다.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 가공식품 역시 간편하게 먹을 수는 있지만 자주 먹다보면 건강을 해친다. 패스트푸드에는 다량의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이 들어있는 대신에 단백질이나 비타민, 무기질 등은 부족하다.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먹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피를 탁하게 만든다. 영양도 불균형하기 때문에 비만과 직결되며 혈액 속 노폐물이 쌓이게 돼 동맥경화 등을 유발하거나 관련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임신 중 섭취하는 패스트푸드는 산모가 흡연을 하는 것과 비슷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요즘에는 자연을 찾아 떠나고, 자연을 찾아 먹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 과거에는 자연식품 보다 고기가 귀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유기농 제품들의 가치가 치솟기 시작했다. 같은 과일이라도 유기농 과일이라고 하면 값이 몇 배가 뛰기도 한다. 여기에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수천 년간의 지혜가 집약된 사찰음식은 종교적인 가르침을 넘어 현대인들의 건강 음식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더욱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채식주의자, 혹은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사찰음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가정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사찰에서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찰음식의 기본은 오신채라고 하여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넣지 않고 조리를 한다. 최소한의 양념만으로 자연이 주는 것 그대로를 해치지 않고 조리하려고 애쓴다. 사찰음식에는 불교의 기본정신이 깔려 있는데 불교 초기 모든 승려들이 특별한 거처 없이 산속 등에 살면서 탁발을 하여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경전에 바탕을 둔 음식철학승려를 일컫는 비구(比丘)는 팔리어 `비쿠(bhikkhu)`의 음역으로, 음식을 빌어먹는 걸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초기 불교의 승려들은 한마디로 집도 절도 없이 탁발로 연명했기 때문에 이 집 저 집에서 주는 음식을 먹으며 지냈다. 때문에 가리는 음식 없이 거의 모든 것들을 먹었다. 일부러 육식을 피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찰음식에는 고기를 제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승려들의 식습관이 소식으로 바뀌었고 대승불교가 흥성하면서 그때부터 오신채를 음식에 넣지 않게 됐다. 오신채를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성내는 마음이 더해지며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사찰음식은 고기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지역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산나물이나, 나무 열매, 해초류나 곡류 등을 이용하고, 인공조미료 대신 다시마, 버섯, 들깨 등의 천연조미료와 산약초를 넣는다. 조리를 할 때에는 제철에 맞는 식재료를 이용해 자극적이지 않게 풍미를 살린다. 반찬 수는 적더라도 그 안에 갖은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돼 있다. 몸의 기를 채우는 사찰음식의 마법 사찰음식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자연 그대로를 살려 조리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최대한 자연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선을 맛을 내려는 노력이 현재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과거 사찰음식은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 먹었지만 요즘은 현대인의 입맛을 고려해 간단하게 만들면서도 맛은 살리고, 건강도 지키는 ‘퓨전사찰음식’이 많이 개발됐다. 서울 근교에 나가보면 드물긴 하지만 사찰음식을 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자극적인 맛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고, 간을 심심하게 한다. 화학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는 상태에서 사찰음식을 먹어보면 맛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찰음식 다운 음식이 몸의 기운을 넘치게 하는 음식이다. 사찰음식은 고기를 제외한 채식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러한 식재료에는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해 평소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준다. 보통 고기를 먹을 때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채식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고기는 먹는 순간 입이 즐겁지만 뒤끝이 무거운 음식인 반면 채식은 과식을 했다하더라도 몸이 가볍다. 이것이 바로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몸이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몸의 기를 보충해 주는 보기(補氣) 식품에는 인삼, 마, 잣, 감자, 고구마, 생강, 유자, 앵두, 매실, 포도, 개암, 수수, 찹쌀, 꿀 등이 있으며 보혈(補血) 식품에는 연근, 가지, 시금치, 대추, 오미자, 복숭아, 토마토, 다시마, 미역, 국화, 당귀 등이 있다. 양기(陽氣)가 모자라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면서 아프거나 힘이 없을 때 마늘, 부추, 미나리, 쑥, 산딸기, 호두, 팥, 조, 콩나물, 등을 먹으면 좋다. 음이 부족해 손과 발바닥, 가슴 속이 달아오르면서 계속 몸에 열이 나거나 마르는 사람, 식은땀이 나면서 입과 목이 마르고 맥은 약할 때 보음(補陰) 식품을 먹으면 좋다. 보음 식품에는 당근, 더덕, 무, 우엉, 토란, 상추, 질경이, 수박, 모과, 오이, 호박, 땅콩, 밤, 콩, 율무, 메밀, 옥수수, 참깨, 들깨, 두부, 버섯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사찰음식에서 주로 쓰는 식재료이므로 잘 활용한다면 건강도 지키고 입맛도 지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