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전 세계 시각장애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가 있다. 국내에서 해오던 봉사활동을 계기로 이제는 전 세계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그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치료해 왔다.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서 매년 20주 이상의 해외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편집자 주>   Q.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의료봉사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또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봉사라는 것은 대학교 다닐 때부터 시작해서 졸업하고 난 후 계속 이어져 왔다. 공중보건의 시절 3년 동안 충북 음성에 위치한 꽃동네에서 많은 이들을 돌봤고, 그 후 실로암안과병원에 있으면서 의료소외 지역에 나가 버스진료를 하면서 봉사활동이 하나의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왔다. 때문에 봉사활동을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 한 번 시작해온 후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던 중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2002년 비전케어를 만들면서부터이다. 비전케어를 통해 본격적으로 해외 안과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빛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명을 하는 이들의 80%가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실명에 이르는 것이 안타깝다.   Q. 의료봉사단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전케어는 어떤 성격의 단체인가?   비전케어는 사단법인으로서 WHO산하 IAPB(세계실명예방기구)와 함께 국적, 인종, 종교를 초월한 인류애로 전 세계 시각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이 다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국제실명구호단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실명 원인의 50%가 백내장을 차지하는 만큼 관련 수술을 통해 ‘피할 수 있는 실명’을 찾아 치료함으로써 실명으로 가는 이행을 막아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안과 관련 봉사단체 중에서 비전케어가 가장 오래됐으며 봉사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인원수도 상당하다. 우리나라의 안과 전문의가 3000여명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무려 5%에 해당하는 인원인 150여명이 비전케어를 통해 뜻 깊은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굴절력장애환자는 수술 없이 안경착용만으로도 충분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경제적 형편상 안경조차 구할 수 없는 이들에게 안경과 돋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봉사활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한국의 선진의료기술과 시스템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 봉사를 나갈 때 교육도 함께 진행하면서 현지 의료인들의 기술이 전보다 더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이렇게 교육을 받은 현지 의료인을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한다.   Q. 의료소외 지역 등에서 봉사를 펼치면 애로 사항도 많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보통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서는 몇 개월 전부터 해당 지역에 허가를 받는 등의 철저한 준비를 해야만 가능하다. 5~6년 전에 라오스나 파키스탄에 봉사활동을 가게 된 적이 있다.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지에 도착하자 돌연 허가가 취소되는 등의 문제로 쫓겨난 경우가 있었다. 그때 당시 아무 것도 못하고 봉사를 위해 가져갔던 물건들을 뺏기기도 했다. 지금은 이러한 일들이 별로 없지만 그 당시에는 행정적인 절차가 봉사활동을 하는데 못 받쳐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봉사라는 것이 등 떠밀려서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애로 사항들을 겪었다고 해서 좌절하지는 않았다. 이후 더욱더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독려하며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Q. 의료봉사를 하면 환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봉사를 베푸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의료봉사활동이 주는 의미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의사의 목적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함으로서 많은 돈을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봉사활동을 한 번 해보면 그 속에서 위안을 얻으면서 직업의식을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다 된다. 해외봉사에 참여하는 선생님들 대부분이 자비를 들여서 오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없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절실한 사람들이 전 세계 곳곳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빡빡한 일정으로 봉사하는 순간 체력적으로 힘들진 몰라도 그분들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특히 봉사활동에서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던 경험들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활력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고, 의사로써의 마음가짐을 다지게 되는 동기부여도 된다. 도와주러 간 곳에서 오히려 그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고 돌아오는 것이다. 사실 속사정을 알고 보면 병원을 운영하는 것에 지치고 찌든 의사들이 많은데 이러한 봉사활동은 의사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나가는데 숨 쉴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Q. 의료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개인적인 시간에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가족들이 섭섭해 할 것 같다. 어떤가?   2002년 처음 비전케어의 문을 열었을 때는 지금보다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 정신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의 시간, 혹은 개인적인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50여명이라는 든든한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에 해외 봉사활동을 할 때 지역을 나눠 분담하고 있어서 과거보다는 부담이 적어졌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 아직 부모님들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둔 선생님들은 가족들과 함께 봉사를 다닌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이 바쁘다는 것을 이해 못할 수 있다. 그럴 때 함께 아이들과 봉사를 다니면 아이들은 눈앞에서 자신의 부모님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러한 경험들이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을 갖게 해줘서 교육면에서도 좋다.   Q. 의료 봉사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   파키스탄, 몽골, 우간다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지만 그 중에서 에티오피아가 가장 애착이가며 장기사업을 가장 크게 하는 곳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장기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바로 6.25 참전용사들 때문이다. 그 곳에 봉사활동을 하던 중 6.25 때 도움을 줬던 80~90세를 바라보는 참전 용사들과 만나게 됐다. 그 중 한 분의 눈을 수술한 적이 있는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음날 훈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병원을 찾아와 “60년이 지난 후 한국 사람들에게 수술을 받게 될 줄 몰랐다”며 재차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지금이라도 한국에 전쟁이 나면 반드시 참전하겠다”고 말하더라. 80~90세가 다 되가는 백발의 그 노인의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60년이 지나도록 이 곳 사람들을 보살피지 못했는지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에티오피아에 더 애착이 가게 됐고, 다른 지역보다 더 크게 사업을 하게 됐다.   Q. 미래 의료인이나 의료인들이 정기적으로 봉사를 펼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하는 봉사는 쉬운 것이 아닌데 이들에게 힘을 주거나 조언의 말을 해준다면?   수십 년 봉사활동을 해보면 많은 이들을 치료한다. 이 말은 그만큼 많은 선생님들과도 함께 한다는 말이다. 처음보고 그 뒤로는 못 보는 선생님들도 있고, 꾸준히 정기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봉사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봉사활동을 하라고 강요를 하지 않는다. 다만 봉사를 하는 이들이 함께 협력해서 꾸준히 하길 바라는 바람은 있다. 봉사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못 하는 일이다. 혼자하려고 하지 말고 다함께 꾸준히 하다보면 우리도, 그들도 모두 조금씩 좋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는 그들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을 때가 오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마음껏 도와줘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봉사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봉사라는 것을 내 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계속 할 것이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의미 있는 사업을 하자는 비전케어의 목표가 곧 나의 목표이고 전 세계 현지에 병원을 짓는 것 또한 목표로 삼고 있다. 현지에 병원들이 생겨서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비전케어가 처음 생겼었던 당시인 2002년보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의 현지 사정들이 아주 많이 발전했다.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일 때 마다 보람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꾸준히 가야한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몇 십 년 몇 백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 묵묵히 달릴 뿐이다.약력현 명동성모안과 원장전 실로암안과병원 과장의료민간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수상내역2011년 보건복지부 ‘이달의 나눔인’아시아-태평양 안과학회 ‘실명예방 특별상’KBS 휴먼대상 ‘휴먼네트워크상’2013년 WHO-IAPB 2013 차세대글로벌리더 선정제25회 아산상 의료봉사상         
최종편집: 2025-05-01 18: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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