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병원을 가다]일 년 중 절반 이상이 겨울인 나라 스웨덴. 그곳에서 1901년부터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 포럼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내에 위치해 있다.
지적 업적에 수여되는 상들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노벨상은 스웨덴의 발명가이자 공학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증여한 기금에서 출발했다. 그는 1895년 자신이 헌납하는 재산으로 5개 부문의 상을 정해 `지난해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매년 수여하라는 내용을 유언장에 남겼으며, 그의 유언에 따라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의학상, 문학상, 평화상이 제정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벨상 100년의 역사가 숨 쉬는 곳..노벨포럼최초의 노벨상 수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지 5년째인 1901년 12월 10일에 행해졌다. 일반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으로 알려져 있는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리크스방크에 의해 제정돼 그 이듬해인 1969년부터 수여되기 시작했다. 이 중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을 수여하며 문학상은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평화상은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서 수여한다. 노벨 재단은 기금의 법적인 소유주이자 관리자로서 상을 주는 기관들의 공동집행기관으로서의 기능은 수행하지만, 앞서 말한 4개 기관에서 전담하는 수상자 선정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100년이 넘게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는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약 200년 전 스톡홀름에 설립됐다. 이곳은 생화학 및 의학 분야 연구에서 큰 성과를 이루며 스웨덴 최고 명문 의과대학 및 연구소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의 수련병원인 왕립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은 이러한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업적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1937년도에 설립돼 현재 스톡홀름의 교외 솔나(Solna)와 후딩게(Huddinge) 두 곳에 위치한 병원은 매년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학생들의 약 75%와 5,000명이 넘는 간호사, 의사, 교수들이 임상수련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아이들이 미래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소아과(Astrid Lindgren Children`s Hospital)에서는 매년 10,000명의 아기가 태어나고, 130만 명의 병원 외래 환자 중 15만 명이, 그리고 스톡홀름의 75%의 소아과 환자가 치료를 받는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이 다른 과보다 소아과에 더욱 애정을 쏟는 것은 평생의 진료를 약속하는 이 병원의 모토를 특히 잘 반영하고 있다. `Astrid Lindgren Children`s Hospital`에만 30개 이상의 부서가 있고, 15세 이하의 소아과 환자만을 위한 응급수술실이 있다. 이는 스톡홀름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또한 최근에 미숙아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집중 치료 프로젝트(EPICE: Effective Prenatal Intensive Care in Europe)에 참여해 이미 발병된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한 삶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일생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스웨덴 왕위 승계 1순위인 빅토리아 공주가 이곳에서 출산을 했다. 이 사실만으로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소아과는 최고의 시설, 의료진, 서비스를 직접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실험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최초의 병원으로 유럽의 가장 큰 수렵 병원 중 하나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에서는 매년 1조 7천억 원(SEK 1천3억)의 예산이 집행되며, 2,400명의 의료진, 2,100명의 연구진과 더불어 14,500명의 직원이 매년 130만 명의 환자를 보살핀다. 수술실에서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시간당 7건의 수술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최대 규모의 응급실, 외상 전문 센터,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 통합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병원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북유럽 최대 규모로서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구비한 실험실이다.
완벽한 시설의 실험실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공동연구가 가능한 연구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하며, 철저한 연구와 실험이 바탕이 된 결과가 임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과 함께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의 위상을 높여주는 핵심 요인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 병원의 슬로건 중 하나는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공존이다. 그 예로 대체 및 보완 의학 분야(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AM)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오셔 센터(Osher Center)의 소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 센터는 오셔 재단의 기부로 설립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카롤린스카, 캘리포니아 대학, 하버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대학병원 그리고 오셔 센터는 대체 및 보완 의학 분야의 연구와 실질적 임상 적용 증진을 위해 포럼을 개최하고, 센터에서 논의되는 연구가 실제로 환자들의 치료에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임상기관을 별도로 두지 않고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의 임상 사례를 리서치 프로젝트 및 포럼의 주제로 직접 다룬다. 학문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치료를 위한 연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공동연구의 기회가 열려있는 병원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선정하는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전통과 현대 의학의 융합을 추구하며 질병 치료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건강한 삶을 응원하는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이곳에서 1975년부터 현재까지 37년 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이 있다. 바로 토마스 룬드버그(Dr. Thomas Lundeberg) 박사다. 룬드버그 박사는 1975년부터 생리학 박사뿐만 아니라 10개의 Ph.D.를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수료했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에서 통증과 대체의학(Pain and Integrative), 물리 의학(Physical medicine), 재활의학(Rehabilitation medicine), 통증 치료(Pain treatment), 신경성 동통(Neuropathic pain) 등 여러 분야에서 교수와 자문 위원 등으로 지내며 현재까지도 활발히 연구를 진행 중이다.
룬드버그 박사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공동연구의 기화가 많은 것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대학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특혜"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호주, 체코,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수많은 연구진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시드니 대학교의 Im Quah Smith 박사와 `우울증에 특화된 침술 및 경도의 레이저 치료에 따른 뇌의 변화를 fMRI로 측정하고 평가(The assessment of fMRI changes in the brain following acupuncture and low level laser with special reference to depression)`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대학병원에서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낸 룬드버그 박사는 지금까지의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2005년도에 198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타 레비몬탈치니(Rita Levi Montalcini)와 Luigi Aloe와 진행했던 신경 면역(Neuro-immunology) 연구를 꼽았다.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의 재원으로 누릴 수 있는 특혜라 할 수 있다.
연구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곳
룬드버그 박사는 이렇게 많은 연구를 통해서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관심은 나아가 예술로 이어졌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사드로 보티첼리가 상상과 의식을 공부하며 작품 활동을 했듯, 룬드버그 박사도 최근 로르샤하 기법(The Rorschach inkblot test)에 매료돼 이를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로르샤하 기법이란 로르샤하가 제작한 것으로, 종이 위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린 다음 종이를 반으로 접어 생긴 모양 10매를 피험자에게 보여주고 연상시키는 방법으로 개인의 성격에 잠재한 지적·정서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밝혀내기 위한 임상적 검사인데, 룬드버그 박사는 잉크 대신 실제 이미지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룬드버그 박사의 학문적 깊이와 관심이 작품에 반영돼 있는 것이다.[글:대한약침학회 국제학술팀 김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