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병원]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옥스퍼드 대학교는 현존하는 전 세계의 대학 중 2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가졌고, 영어권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38개 대학으로 구성된 공립 종합대로, 타임즈가 최근 발표한 대학교육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옥스퍼드 대학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평가됐다. 교육, 연구, 지식 전달, 세계적 전망 등을 고려한 이 대학에 대한 평가는 학생, 학자, 대학 지도자, 산업, 정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비교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교수와 학생 모두가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옥스퍼드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는 깊이 있는 공부에 집중하고 오로지 영어와 학업 성적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학업성적 이외에 과외활동을 중요시하는 한국이나 미국의 입시와는 조금 다르다. 선발뿐만 아니라 커리큘럼에도 차이가 있는데, 첫 번째로 튜터(tutor) 시스템이다. 캠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교수가 학생을 1:1 또는 1:2로 직접 지도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학생은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되고, 자신의 논리를 정연하게 펼치는 논리력을 갖추게 된다.
두 번째는, 연구와 교육에 균형을 맞춘 교수 평가 시스템이다. 최근 한국의 교수들이 교육보다는 연구에 더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는 한 사람의 예외 없이 모든 교수가 연구와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학생들은 가장 선진화된 연구 활동을 하는 교수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교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기 대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셈이다.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 덕분인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는 마거릿 대처, 토니 블레어 같은 영국 총리,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 베너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 등 다양한 부문의 저명인사들을 배출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옥스퍼드 대학교는 전 세계에 구축한 연구협력센터를 바탕으로 세계 보건 의료분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부총장인 닉 롤린스(Nick Rawlins)는 뉴시스(Newsis)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보건의료 프로그램`을 통해 말라리아, HIV/AIDS, 결핵, 조류독감 등 각종 전염병 치료 대책을 주도하고 있고 옥스퍼드 연구진은 중국의 대학 및 병원 등과 공동으로 당뇨, 심혈관질환, 전염병, 암 등은 물론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 질환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최우선
옥스퍼드 대학병원 소개에 앞서 영국의 의료보험제도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은 1948년부터 전 국민 무상 의료 시스템인 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시행해 치과 치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질병을 국가에서 무료로 치료해 준다.
영국에서 통상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사람이면 의료상의 이유로 따로 돈을 지출할 일이 거의 없다. 모든 영국 거주민은 자신의 지역의원(General Practitioner, 이하 GP)에 등록하게 돼 건강상 어떠한 문제나 걱정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전화로 간단히 예약을 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인 이 GP에서 각종 건강 상담부터 간단한 시술까지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으며 만약 보다 전문적인 검진이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2차 의료 기관인 병원에 의뢰하면 된다. 병원에서는 각종 검사부터 수술까지 모든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며 약제비, 식사까지 거의 모두 무상으로 제공된다. 환자 대기기간이 길고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영국 보건부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반적인 NHS 전략발전방향을 설정해 보건의료서비스의 효과와 효율성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NHS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한 예로 병원 예산을 측정하는 평가에 환자들의 대기시간과 환자들의 병원 이용 후 만족도를 수치화해 적용한 것을 들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병원 이름을 보면 병원 명칭 뒤에 NHS Trust라는 문구가 함께 있음을 알 수 있다. NHS Trust는 공공의료기관으로 병원운영기구를 뜻하며 NHS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인정받은 NHS 트러스트는 재정과 운영에 있어 보다 많은 자율성을 행사하는 NHS 파운데이션 트러스트(Foundation Trust)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병원도 2013년도에 NHS 파운데이션 트러스트로 승격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병원 임상분야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련병원 중 하나다.
옥스퍼드 대학병원은 John Radcliffe 병원, Churchill 병원, Nuffield Orthopaedic 센터, Horton General 병원 등 네 개의 병원으로 이뤄져 있다.
단기 입원병동 운영으로 환자중심 치료서비스 제공
John Radcliffe 병원은 옥스퍼드셔 지역의 가장 큰 종합병원이다. 종합병원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과로 구성돼 있고,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인 만큼 옥스퍼드 의과대학의 대부분 학생들이 이 병원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Churchill 병원은 암 전문 병원이다. 암 치료 이외에도 신장 분야 진료와 이식, 임상 및 종양의학, 피부과, 혈우병, 전염성 질환, 흉부의학 유전학 및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John Radcliffe 병원 인근에 위치한 이 병원은 옥스퍼드 의과대학, 옥스퍼드 브룩스 의료 보건학과 학생들의 수련병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옥스퍼드의 메인 의료 연구 센터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옥스퍼드 대학, NHS, 그리고 3개의 협력사와 함께 세계적 수준의 옥스퍼드 당뇨 및 내분비학 센터(Oxford Centre for Diabetes, Endocrinology and Metabolism:OCDEM)를 개설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고의 의학대학 옥스퍼드 대학교, 국가 소속 기관인 NHS, 그리고 협력기업의 파트너십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교육, 연구, 임상을 함께 진행하고 그 결과를 치료에 적극 반영해 가장 선진화된 의료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Nuffield 정형외과 센터는 이름 그대로 뼈, 관절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8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병원이다. 특히 류머티스학, 재활 쪽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뼈암, 뼈감염, 사지 재건 및 절단이나 신경계 합병증을 가진 환자들의 재활 치료와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물리 치료를 위한 어린이 체육관과 물을 이용한 치료방법인 하이드로테라피(Hydrotherapy)를 위한 수영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Horton 종합병원은 다른 세 병원과 조금 떨어진 밴버리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병원은 옥스퍼드셔의 북부와 그 주변 지역의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밴버리에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만큼 Horton 종합병원의 역할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 병원은 응급종합병원으로 더 유명한데 응급의학과가 중심이 돼 외과수술, 응급내과, 외상 및 정형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관상동맥치료병동(중환자 치료), 암 리소스 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응급종합병원인 만큼 단기입원병동을 따로 운영하고, 응급구조단을 병원 내에 두어 더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또한 입원 없이 하루 동안 치료를 끝내는 원데이캐어유닛은 환자 대기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영국의 의료서비스 제도를 보완하고자 하는 병원의 정책인 듯해 눈길을 끈다.
유럽서 가장 큰 규모의 임상실험 진행
오랜 역사 때문인지 연구 쪽에 치우쳐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컬 리서치 센터(Oxford Biomedical Research Center: OxBRC)를 보면 말끔히 해소 된다. 옥스퍼드 종합병원은 네 개의 병원, 그리고 옥스퍼드 의과대학, NHS가 마치 하나의 의료기관처럼 체계적으로 운영돼 교육, 연구, 임상의 효율적인 연결을 통해 환자에게 수준 높은 최신의 진료를 직접 제공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국 국립건강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arch: NIHR)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컬 리서치 센터이다. 옥스퍼드 대학 병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 센터는 옥스퍼드 대학병원 NHS 트러스트에 기반을 두고, 옥스퍼드 대학과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NIHR의 지원을 받는 5개 센터 중 하나이다.
이 리서치 센터는 5년간 약 한화 100억(5천7백만 파운드) 원의 기금을 받고 있으며, 2012년 4월에는 괄목할 만한 의료 연구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50%의 예산 증가(9천5백만 파운드)와 함께 향후 5년 동안 기금을 더 수여받게 됐다.
이 리서치 센터는 옥스퍼드 의과대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전문교수진과 옥스퍼드 대학병원의 임상 전문 스태프가 협력해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진행된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환자에게 잘 전달되고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향상을 위하여 연구테마를 14개로 나누어 모든 치료 영역을 다루고 있다. 14개의 치료 테마로는 생명정보공학, 혈관, 암, 순환기 치매 및 뇌혈관 질환, 당뇨병, 신경과학 및 이미징 기능, 유전의학, 면역 및 염증, 감염, 예방과 인구 관리, 수술 혁신과 평가, 병진생리학 백신이다.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컬 리서치 센터는 유전자와 분자생물학, 암, 당뇨병,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분야에서 최신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임상 연구 분야의 최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임상실험단게에서 그치지 않고, 영국 내 연구소와 클리닉을 발굴하여 전문화 시키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치료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의사와 환자
옥스퍼드 대학병원은 신사의 나라답게 환자를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국의 의료서비스 중 하나인 환자를 위한 조언 및 연락 담당 서비스(Patient Advice and Liaison Service: PALS)이다. 옥스퍼드 대학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통역지원에서부터 큰 글씨 프린트, 읽기 쉬운 문서나 오디오 가이드 등 필요사항을 병원에 요청할 수 있다. 병원 이용방법, 규칙 등의 디테일부터 공식적으로 불편을 병원에 접수하는 방법까지 읽기 쉽고 자세하게 나타나 이어 환자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주고 배려를 잊지 않는 병원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조기회복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이다.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환자들에게 안전한 진료와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시행되고 있는 ERAS 프로그램은 수술 후 환자들의 회복 향상을 위해 덴마크의 헨릭(Henrik Kehlet) 교수가 대장 수술을 하던 중 개발되었고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EAS는 수술 준비 단계부터 수술 집행, 수술 후 처리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치료의 결정을 내릴 대마다, 의료진은 환자의 의견을 묻고, 그에 따라 다음 단계를 결정하고 준비한다.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허용 가능한 치료의 영역을 명확히 설명하고 환자는 수술 후 치료 관리나 자신이 처한 환경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은 단순히 그 치료시점에 수술이 환자에게 적합한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떠한 치료가 환자에게 더 필요하고, 퇴원 후에도 환자가 스스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또한 의료진에게 어떠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게 되는 적극적인 환자 중심의 치료 방법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은 케이스와 관련된 모든 전문가의 참여가 핵심이며 참여한 의료진은 환자가 수술의 최적 상태에 있도록 지원한다. 그 결과 환자의 입원 기간을 단기화하고, 수술 합병증 감소 및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프로그램이 현 대학병원에서 실천하고 있는 치료 중 가장 적극적이고 친절한 환자 중심의 치료가 아닐까 싶다.
유럽 보완 의학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보드커 박사
옥스퍼드 대학병원은 보완대체의학분야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1차 의료 보건 부서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제라드 보드커 박사는 옥스퍼드 소속의 Global Initiative for Traditional Systems of Health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뉴욕의 콜롬비아 대학교 공중보건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또한 전통 보완 및 대체의학분야 전문가로 커먼웰스(Commonwealth) 그룹의 대체의학분야의 회장을 역임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소속된 말라리아 예방법 관련 대체의학 연구소의 공동 설립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베트남 및 유럽 연구자들과 국내 및 국제시장을 위한 허브 의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World Bank), 지구환경금융(Global Environment Facility) 및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ood & Agriculture Organization) 등의 기관에서 약용식물과 전통의학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보드커 교수는 전통 보완 및 대체의학에 대한 국제 공공정책 연구를 통해 대체의학의 활성화를 꾀하고 개발도상국의 전통 의학 사용의 패턴을 분석해 말라리아와 HIV/AIDS 치료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영국, 유럽에서의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아시아 전역을 다니며 지역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UN, WHO와 같이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대체 보완 의학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서양사회 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대체의학의 지위
2011년에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한의학의 의료 인류학 및 정책학적 탐구에 대한 국제 학술 대회가 열렸다. 옥스퍼드 대학 소속 그린 템플턴 칼리지(Green Templeton College)의 후원 및 옥스퍼드 동아시아 의학 및 종교에 대한 인류학 연구 그룹의 연례 학술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한의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사회 내·외적 동인, 이원화돼 있는 한국의 의료현실 등에 대한 발표와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엘리자베스 슈 교수는 발표에서 "유럽과 미국의 대체의학은 중산층의 기호품으로 전락해 있고, 인도 및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전반적으로 낮은 사회적 경제적 자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의 한의학이 높은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자본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아주 독특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슈 교수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주관한 나선삼 한의사(현재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는 한국 한의학에 대한 사회학·인류학적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고자 컨퍼런스를 주최하게 됐고, 학술대회에 참여한 참서작들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AKOM news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학술대회는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한의학의 사례를 사회적, 인류학적, 정책학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해 서양사회 내에서의 대체의학의 지위를 높이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