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알려진 ‘화병’은 분통터지는 일을 참거나 스트레스, 울분 등을 제때 해소하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화병 났다’고 쓰이는 화병은 미국정신의학회의 DSM(정신과질환 통계분류 목록)에 ‘화병(Hwabyung)’으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정식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화병은 중년 이상의 여성층에서 발생된다고 알려져 왔다. 지고지순한 현모양처가 최고의 미덕이라 여겨지던 시대의 여성들은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심지어 자식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마음속으로 삼키면서 잊어버리라고 배웠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이것이 쌓여 화병이 발생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병에 걸리는 이들의 연령대가 낮아졌다. 중년층이 아닌 20대에서도 화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화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 중 20대 젊은층 환자들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대에서 화병이 증가하는 이유는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3년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구직자 9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명 중 4명이 ‘취업이 안 돼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답했다. 자신을 무능력하게 볼 것 같은 주위의 시선(27.5%), 미취업 상태가 길어지면서 겪게 되는 경제적인 어려움(27.0%), 취업이 된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좌절감(21.1%), 영원히 취업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17.9%), 가족들의 압력(5.4%) 등이 취업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들이었다.공감대 느끼며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 필요해화병은 흔히 울화가 치밀고 가슴이 답답한 마음이 드는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단순히 기분이나 감정의 문제가 아닌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화병으로 시작했다가 무기력증으로 악화되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다른 신체적 질환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아울러 무기력감이 우울증으로 악화되면 극단적인 경우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거나 자살충동을 느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문제는 20대의 화병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업을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눈치 보느라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쉽게 스트레스를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칠 대로 지친 취업준비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함께 공감대를 느끼며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즉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