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자사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또한 그 동안 저희 회사에 신뢰를 보내주신 소비자 분들, 고객사, 전 현직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모든 분들의 믿음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사건 발생 5년 만에 공식 사과입장을 밝혔다. 그간 피해자 단체 등의 사과 요구나 언론의 취재 요청 등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옥시 측의 기자회견은 그렇게 갑작스럽고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는 기자회견장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머리를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 피해보상 전문기구를 구성하고 인도적 기금을 50억 원을 더 출연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보상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옥시의 기자회견은 사과의 진정성과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소비자들이 이른바 ‘옥시 불매운동’을 시작할 조짐을 보이지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사과라는 것이다. 실제 기자회견의 내용과 절차 또한 가족을 잃거나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풀어주기에는 너무도 부족했다. 옥시는 이번 사과 기자회견을 마련하며 각각의 언론사에게 기자회견 사실을 알렸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 측은 기자회견 직전 한국 법인 대표의 동선을 미리 짜며 고개를 숙이는 횟수까지 정하는 등 이른바 ‘치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했지만, 그 자리에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피해자를 부르지 않은 것이다. 또한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보상 계획도 허점 투성이었다.피해자 유가족모임 관계자들이 옥시의 기자회견 이후 “옥시의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피해자와 가족들을 찾아가 ‘부모가 아이를 죽인 게 아니라 옥시가 죽인 것’이라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울분을 토한 이유다.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해물질 관리에 실패한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옥시가 판매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는 분명히 정부의 승인을 받고 유통됐다. 몇몇 대형병원 의사들이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바 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해왔다.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심각한 폐질환을 겪고 있는 피해자는 1,528명, 사망자는 239명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 질환이 악화되거나 경미한 호흡기 질환 등을 앓고 있는 잠재적 피해는 추산이 불가능한 수준이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의 미숙한 초기 대응과 후속 대처 실패는 국민들을 위험으로 몰아넣었다. 분명히 정부가 인증하고 승인한 물질로 옥시가 제품을 만들었고, 그 결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궁극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그동안 철저하게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해자들을 외면해왔던 옥시는 그렇게 5년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는 단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보인다. 옥시가 발표한 문제 해결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최종편집: 2025-05-01 22: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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