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UN 2016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58위로 이는 지난해에 비해 11계단 하락한 순위다. ‘7포세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젊은층이 늘고, 심한 경우 우울증·불안장애 등을 겪기도 한다. 가끔은 이런 우울이 분노로 표출돼 끔찍한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설명할 때 개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의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개인들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정신건강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각한 수준의 정신질환도 처음에는 자존감 상실이나 우울·불안과 같이 개인의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시작되고 이렇게 앓게 된 정신질환은 다른 질병에 비해 병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며 그로 인한 개인 및 가정경제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질 수 있다. 하규섭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이해는 낮은 수준이다 보니 여전히 정신건강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특히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소한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하면 질환 자체로 겪는 정신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사회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삶의 질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개인의 정신건강 문제, ‘질병 부담 기간, 경제 악화, 사회활동 제약’ 등 문제 야기정신건강 문제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폐해는 크게 3가지로 나타난다. 가장 먼저 질병 부담 기간을 들 수 있다. 2010년 건강 부담 상위 5개 질병군(‘심장 및 혈관성 질환’, ‘설사 및 감염’, ‘신생아 장애’, ‘암’, ‘정신질환’) 중 정신건강 문제는 전체 질병 보유 기간(YLDs), 즉 질병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기간이 인생의 22.9%로 단일 질환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신질환에 의해 손실된 장애보정손실년수(DALYs), 즉 수명에서 손해를 보는 기간은 전체 삶의 7.4%로 암(7.6%)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곧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질병에 시달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고 수명 또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오랜 질병 부담 기간은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 미국, 호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일반인과 소득수준을 비교했을 때 중증 정신질환자는 약 78%, 경증 정신질환자는 약 91%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해외의 사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소득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낮은 소득 수준은 곧 개인 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성인의 복합질환 현황과 이환 패턴 분석 연구에 따르면 단일 정신질환 환자의 진료비는 695만 9315원으로 세 번째로 높았고, 정신질환과 만성 간 질환이 동반된 복합질환의 진료비는 975만 2991원으로 가장 높았다. 즉 소득수준은 낮은데 비해 의료비 부담은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가족경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일상적인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 보니 사소한 질환이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볼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치료받기 보다는 감추는 경우가 많다. 또 본인이 겪는 우울이나 불안감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치부하거나 아예 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치료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포기할 경우 사소했던 증상은 더 심각해지고 가족이나 주변인과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스스로도 점점 더 위축돼 결국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져정신건강 때문에 생기는 이런 개개인의 문제는 결국 국가사회적으로는 생산성 손실, 사회 경제적 비용 증가 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정신건강문제의 사회경제적 영향분석 및 관리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자살 사회경제적 비용은 10조 3826억으로 5년간 4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결국 개인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들 또한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증상이 사소하더라도 전문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가령 각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같이 이미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신보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하규섭 단장은 “정신건강에 대해 안일하고 소홀히 여길 경우 개인의 삶에 여러 폐해를 끼치고 이는 결국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따라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정신건강 문제부터 개인과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