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액검사를 통해 개인의 남은 수명을 알려준다는 검사법이 상업화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검사가 생물학적 수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혈액으로 남은 수명을 계산하는 원리는 바로 텔로미어(telomeres)의 길이를 측정하는 것이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말단의 핵단백질을 의미하는데 마치 구두끈 끝이 풀어지지 않도록 플라스틱으로 싸맨 것처럼 염색체의 말단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텔로미어는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통해 개인의 생물학적 나이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백혈구의 텔로미어가 짧을수록 암, 심장병 등의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어, 최근 개인의 남은 수명과 미래의 건강상태를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텔로미어 검사의 상업화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텔로미어라는 단일 요소로 인간의 수명을 측정할 수도 없거니와 이것의 길이가 잔여 수명과 관련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분자생물학자인 캐럴 그리더 교수는 소수의 경우 짧은 텔로미어를 지닌 사람들에게서 특정 질병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견됐음을 인정하면서도 텔로미어 길이가 남은 수명에 대해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더 교수는 “내게 DNA 표본을 보내도 나는 그것을 보고 그 사람의 연령을 알 수 없다”며 텔로미어의 길이에는 엄청난 가변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NYT는 또 텔로미어 검사가 본격적으로 상업화되면 보험회사들이 고객들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보험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수명 정보를 이용하는 등의 윤리적인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 캘리포니아주(州) 소재 기업 ‘텔롬 헬스’의 연구부문 최고책임자인 캘빈 B. 할리는 텔로미어 검사를 자동차 계기판의 경고등에 비유, 콜레스테롤 검사보다도 더 다양한 종류의 질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