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을 복용하면 구역질이 나타날 수 있고 졸음이나 변비 등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대부분의 약품 설명서엔 이런 부작용을 경고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는 뜻하지 않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알려줘 환자들이 조심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하지만 제약사가 경고하는 부작용 증상이 70개, 혹은 심지어 200개가 넘는다면 이 약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을까?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디애나 대학 존 듀크 박사팀은 최근 미국 의사협회의 내과 전문지 `아카이브스 오브 인터널 메디신(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의 약품 설명서에 평균 70가지의 부작용이 언급돼 있으며 심지어 200개를 넘는 약품도 있었다고 밝혔다.듀크 박사는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지난 2006년 미 식품의약국(FDA)은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경고문구 지침을 제시하면서 약품과 연관성이 없거나 발생 빈도가 낮은 경미한 증상들을 모두 망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어도 약품설명서에 제시된 부작용의 가짓수는 평균 67개에서 94개로 늘어났다.구역질은 75%의 약품이 설명서에서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가장 흔한 증상이었고 졸림, 현기증 등도 많았으며 심지어 `도박중독증`을 언급한 약품도 있을 정도로 다양했다.듀크 박사는 이처럼 제약사들이 수많은 부작용을 경고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작용 관련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약품을 복용한 환자가 부작용 때문에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설명서에서 이를 미리 경고했기 때문에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FDA와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극히 미미한 부작용을 모조리 설명서에 언급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미 애틀랜타 외곽에 거주하는 짐 머렐(54) 씨는 "설명서에 졸림이 부작용으로 언급돼 있었는데 조금 더 읽어보니 불면증도 함께 언급돼 있었다"면서 "한 약품에 설사와 변비가 부작용으로 같이 언급돼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