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모(수원 강남여성병원 원장)
주부 채미선 씨(56)는 최근 갱년기 증상을 슬기롭게 넘기고 있다. 그리고 전보다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갱년기 초반에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안면홍조, 불안감, 기억력 감소 등의 증상 때문에 왠지 여자로서 인생이 끝나버린 것 같아 우울했다. 그러나 주위에 비슷한 연령대의 주부들과 친목모임을 만들어 함께 등산이나 산책 등을 하다 보니,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우울감은 서서히 사라지고 삶의 활기를 되찾게 됐다.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성징을 나타내는 필수적인 호르몬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돼 배란과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중단되기 때문에 40~60세에 폐경을 경험한다. 폐경시기는 대개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생리가 줄어드는 40대 중-후반부터 생리가 완전히 없어지는 폐경 1년후까지 평균 7년 정도의 기간을 우리는 ‘갱년기’라 부른다.
갱년기 동안 여성은 사회-문화적 여건, 개인차, 환경적 요소 등에 의해 다양하게 변화를 보인다. 이들 중 50% 정도는 안면홍조, 발한 등의 급성 여성호르몬 결핍증상을 경험하고, 그 중 약 20%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좀 더 심한 감정적 변화가 나타난다. 여성호르몬은 뇌의 발달과 신경회로의 형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난소 호르몬의 생성이 줄어들면 `세로토닌`이라는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감소시켜 피로감, 불안감,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평균수명은 연장속도가 세계 최고수준에 달하면서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올 정도다. 폐경 이후에도 아직 3분의 1의 소중한 인생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제 갱년기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육체가 노화된다고 해서 소극적인 자세로 인생에 임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주위를 둘러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몰두한다면 갱년기장애 증상은 사라지고 어느덧 새로운 인생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정신적 변화들은 대부분 정상범위 내에서 발생하지만, 병적으로 심한 우울증 등을 앓는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주위사람들은 심한 갱년기 증상을 겪는 여성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