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안산 한사랑병원 내과 전문의)
5월초 독일에서 시작된 장출혈성대장균(EHEC)으로 인한 식중독이 불거지면서 유럽 전역이 공포에 떨고 있다. 장출혈성대장균은 식품을 통해 인체에 침투해 장속에 독소를 퍼뜨려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식중독 원인균이다.
유럽 여행객이 많은 우리나라도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따라 식중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6월 등 초여름에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의 증상과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식중독 사고 6월 급증
통상 사람들은 식중독이 7~8월인 한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중독 환자의 경우 한여름보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식중독환자 중 2분기(4~6월) 식중독 환자의 비율은 2008년 35.2%(2천634명), 2009년 54%(3천259명), 2010년 41.6%(3천2명)로 높다.
4~6월에 단체관광 및 야외수련활동 등이 많아지면서 상온에서 음식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관광지 주변의 요식업소에서 식품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또 식품위생에 대한 경각심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8월보다 4~6월에 상대적으로 낮다.
복통 구토 설사 대표적 증상
식중독은 유독 물질이 포함된 음식에 노출된 2명 이상의 사람들이 72시간 이내에 급성 소화기질환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식중독 환자들은 주로 병원성 세균이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물과 음식을 먹고, 짧은 시간 내에 구토,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
우리 몸은 음식물 섭취로 인해 장으로 들어온 해로운 물질들에 대한 방어능력을 유산균, 대장균 등 정상세균과 위산 장운동 등을 통해 갖추고 있지만, 식중독의 유해세균은 방어기전을 넘어서기 때문에 식중독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중독의 원인균으로는 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균 순으로 많다. 이들은 식중독 원인균의 50%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세균들은 보통 40∼60℃에서 증식한다. 그러므로 식품의 저장은 4℃ 이하에서, 조리와 가열은 60℃ 이상에서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식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이라 할 수있다. 세균들은 대부분 열에 약하므로 가능한 음식을 끓여 먹고 채소와 과일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포도상구균은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미 독소가 생성된 음식물은 끓여도 식중독을 일으키게 되므로 미심쩍은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가열 조리가 충분치 않은 식육, 샐러드 등 비가열식품 섭취와 손씻기가 불충분할 경우 사람 간에도 전파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야채류의 생식에 주의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잘 준수해야 한다.
식중독 치료 및 예방법
대부분 식중독에 의한 급성 설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또한 식중독에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금식해서는 안된다.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 1ℓ와 설탕 4 큰 스푼, 소금 1 작은 스푼을 섞어 먹는 것도 좋다. 번거로울 경우 꿀물이나 보리차, 이온음료도 수분과 칼로리 보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고기나 패스트푸드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미음이나 죽을 먹는게 좋다. 일반적으로 식중독균은 실온상태(10~40℃)에서 급속히 증식하므로 냉장, 냉동보관 식품은 반드시 제품에 표기된 적정보관온도를 준수해야 한다.
쇠고기 등을 해동시킬 때도 물에 담가두는 것보다 전자레인지나 냉장실에 넣어 해동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됨에 따라 야외활동을 하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한 식품은 2시간 이내에 섭취해야만 한다.
식중독은 경미할 경우 보통 한두끼 무리한 식사를 자제하고 수분과 칼로리를 보충해 주면 2~3일 정도면 자연 회복된다. 하지만, 심한 구토나 설사, 탈수, 발진의 경우에는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식중독 예방 3대수칙인 ‘손씻기, 익혀먹기, 끓여먹기’만 지켜도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식도나 도마, 행주 등은 주기적으로 삶거나 바짝 말려서 사용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