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안내서 시리즈인 프랑스의 미슐랭가이드가 한국편을 출간하면서 한국인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여행정보를 다룬 `그린 시리즈`만 나왔고, 맛집을 다룬 `레드 시리즈`에는 아직 한국편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식당에 별점을 주는 `레드 시리즈`는 아시아 국가로는 현재 일본, 싱가포르, 태국편이 나와있다. 드라마, 영화, 팝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韓流)가 휩쓸고 있는데, 한국 음식은 아직 세계인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교수(63)를 만나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 한식의 세계적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 중국 음식 등에 비해 뒤지고 있나요,
"아직 세계인이 한식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지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도 2008년 한식세계화 선포식 이래 ‘한식세계화’와 관련한 국가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미슐랭 그린가이드를 시작으로 전세계에 한국의 많은 식당이 소개되길 기대합니다. -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메뉴판, 식당위생 및 서비스, 상차림의 구성 등을 꼽을 수 있어요. 미슐랭이 한국의 식당을 찾아온다면, 한국의 맛을 살리면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곳에 별 5개를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국인들이 와서 쉽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영어로 된 메뉴판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해줘 한식문화를 함께 알리는 식당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윤 교수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떡카페 ‘질시루’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적힌 메뉴판이 있다. 또한 종업원들이 한복을 입고 있어 한국 전통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서울 도심 종로에 위치한 이 카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꼭 들리는 관광코스로도 유명하다. - 한식의 특징 중 한상에 가득 차려놓고 먹는 ‘공간전개형 상차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의 경우, 한 접시에 순서대로 나오던 음식을 먹다가 한 상 가득 차려진 식탁을 보면 어떤 음식을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어리둥절해 합니다. 한가지 음식에 1~2가지 반찬을 곁들여 제공하는 단품상차림을 개발하여 코스형 상차림으로 변형해 제공할 필요가 있어요.”
- 해외 한식당에서 조리, 판매되고 있는 한국 요리를 먹어보면 어떻습니까.
“해외 한식당의 음식을 먹어보니, 이름은 한식인데 맛은 어느 나라 맛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어깨 너머, 주먹구구식으로 한식을 배운 이들이 음식을 조리해요. 제대로 된 한식을 먹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니 한국의 맛을 나타낼 수 없지요. 한식의 맛을 제대로 내려면 ‘한식전문조리사’가 파견되어야 합니다.
또한 해외 한식당의 조리사가 한국으로 찾아와 한식을 배우고 한식 메뉴와 맛을 현지 식당에 적용해야 해요. 현재 해외에서 유명 한식당을 운영하다가 우리 연구소에 와서 단기코스로 음식을 배우고, 현장에서 직접 적용하면서 성공적으로 이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윤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한식을 배워 전통을 이어가길 원한다. 현재 그는 1년에 4천여 명의 학생을 배출하고 있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궁중음식과 떡, 한과, 전통음식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함평북도 개성의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어머니를 둔 윤교수는 어릴 적부터 엿을 고으고 떡을 만드는 등 음식냄새 가득한 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한국음식을 전공했고 전통조리과 교수를 역임했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우리 전통음식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옛 문헌인 ‘고조리서’ 기록을 찾아내 전통음식을 발굴하고 있다. 한식연구를 하면서`적당히, 약간, 한소끔’ 등 애매한 한국음식의 레시피에 답답함을 느낀 윤교수는 레시피 표준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중 그는 2006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진행한 한국음식조리법 표준화 연구 사업의 주관자로 선정돼 3년간 작업했다. 이때 나온 한식의 표준레시피가 담긴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은 영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체코어 등 8개국어로 번역됐고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요리책 경연대회 ‘Gourmand cookbook awward’(구흐망드 쿡북 어워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또한 그는 전통음식과 가공기술을 접목하여 ‘실온에서 6개월간 보존할 수 있는 레토르트 떡’을 개발해 2006년 여성발명가상을 받았다.
- 전통음식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오시고 있는데, 지금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전통주예요.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가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 하는데 일등공신 이었듯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한국 전통주의 개발이 꼭 필요합니다.
오미자와 각종 한약재가 들어가 맛,향,색의 오감을 즐길 수 있는 ‘오감주’는 와인의 황제 로버트 파커가 연구소에 들려 테스트 최고점을 줬을 정도로 와인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