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봉수 (코모코 한의원 평촌점 원장)
올 여름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원인 김은진(27)씨도 무더운 여름이 두렵기는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해마다 그녀를 찾아오는 여름 감기다.
그녀는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 외에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비교적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사무직이지만, 문제는 이 시원한 사무실 환경이다. 사무실의 냉방기 위치가 그녀의 자리 인근이다 보니 한 여름에도 사무실에서는 긴 팔 옷을 입고 있어야 할 정도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직원들도 생각해야 하니 냉방기 온도를 무작정 올리거나 끌 수도 없는 노릇에 여름에도 감기를 달고 산다.
찬 음식과 건조한 환경이 만든 여름감기
여름철에는 감기 환자가 드물 것 같지만, 병원을 가보면 사정은 다르다. 과도한 냉방기 사용으로 감기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에어컨의 사용량은 크게 증가한다. 바깥은 무덥고 실내로 들어오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가운 냉방기 사용으로 인해 우리 신체는 급격한 환경과 온도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급격한 온도변화 외에도 건조한 환경도 여름 감기의 원인으로 한 몫 한다. 에어컨은 실내공기를 차가워지게 하면서 건조하게도 만든다.
이처럼 에어컨의 과도한 사용으로 습도가 30~40%까지 떨어지면 호흡기의 점막이 마르고 저항력이 약해져 이물질 및 세균 제거 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쉽게 여름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또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수를 자주 섭취하게 되면 체내 열손실이 일어나게 되고 반복되는 열손실은 몸의 방어능력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면역균형 맞추고 체온조절 능력 길러야
한의학에서는 감기의 원인을 신체 면역기능의 불균형과 체온조절 기능의 저하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약해진 면역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체온조절 기능을 되돌리면 감기를 비롯한 여러 질환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는 감기에 걸렸을 때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한약으로 감기를 치료하면 몸의 정기를 보충해주어 효과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체력 소모가 큰 데 이때 감기에 걸리게 되면 체력이 더욱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감기 비염 등은 동병하치(冬病夏治)로 예방치료
일반적인 편견 중의 하나가 ‘여름철에 복용하는 보약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방에서는 오히려 여름에 한약을 복용할 것을 권한다. 바로 ‘감기나 비염, 기관지염 등 가을과 겨울철의 대표적인 질환을 여름에 예방, 치료한다’는 ‘동병하치(冬病夏治)’에 따른 것이다. 특히 잦은 감기와 비염처럼 면역기능이 저하되거나 예민해져서 생기는 만성질환은 인내심을 갖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폐의 정기를 북돋고 호흡기를 강화하는 치료를 통해 여름철을 건강하게 나는 것은 물론 겨울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으며, 몸의 면역력과 근본원인을 다스리는 한방치료가 효과적이다.
면역체계가 덜 발달된 아이들의 경우 에어컨과 찬 음식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은 물론 배탈, 설사 등의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만일 아이가 야외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난 뒤에 직접적으로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수를 바로 섭취하려 한다면 적절하게 조절해주는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 겉은 덥고 속은 너무 차가워지는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냉방은 외부온도와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게 관리하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통해 허해지기 쉬운 양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