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현금 10만 원을 들여서 건강을 위해 뭔가를 한다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제균 치료를 하면 발병 빈도가 높은 궤양이나 위십이지장암을 예방할 수 있어서다. 최근 몇 년 동안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패널 검사를 하며 든 생각은 이 검사야말로 가성비 좋은 검사라는 생각이 든다. 내 몸속 위험한 녀석인 돌연변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검사다.돌연변이는 생물체에서 어버이의 계통에 없던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 유전하는 현상을 말하며, 생식세포 변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유전자변이인데, 유전성 유방암 가계도나 마르판증후군 가계도를 떠올리면 된다. 요즘은 질환 원인이 변이로 밝혀지면, ‘병원성변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유전자변이인데, 몇십 년 지나 병의 원인이 됐다는 뜻이다. 사실 돌연변이는 부모를 포함한 가족에는 없는 것이 나한테 새롭게 생긴 것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환경 변화에 따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할 수 있으니 내가 엄마 배 속에서 수정되고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변이가 새롭게, 돌연히 생긴 변이이다. 병을 일으키는 선천적 돌연변이 중 상당수는 부모님 중 한쪽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많고 나 때부터 새롭게 생긴 것은 비교적 적다.‘미국아재’라는 유튜버(주한미군 사병, 군무원으로 근무함)의 영상을 보면 한국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받고자 고군분투한다. 미국에서는 증상이 있어야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그것도 예약 후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NGS 패널 검사와 같은 비싼 장비와 시약으로 몇 주간 시간이 걸리는 분자유전학적 검사를 우리나라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결과지를 받아 볼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NGS 패널 검사의 적응증에 해당되는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 있는 사람만 급여 검사로 받을 수 있다.최근에는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아도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해 채혈 한 번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내가 원하면 손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내 안의 위험한 녀석을 만나려면 몇 가지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한다. 내 몸에 생식세포 돌연변이가 존재함을 알게 되는 것은 스스로 낙인(stigma)을 찍는 행위로 느껴지며, ‘나 외에 다른 가족이나 직장에서 이 결과를 알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스트레스도 있다. 의사가 된 뒤로 변이 판독과 보고가 주 업무인 필자도 생식세포 돌연변이와 관련된 검사는 아직 받지 못했는데, 낙인을 피하고 싶고 증상 발생 전까지는 모르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건강한 사람이 유전자 검사를 받으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질환을 조기 발견해 나를 위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내 자녀와 형제자매까지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예방책을 받는다는 생각이다.병원성변이라는 게 검출됐다고 100% 병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투과도(평생 위험률)가 높은 유전자는 변이 보유자 100명 중 절반 이상이, 투과도가 낮은 유전자는 25% 정도에서 실제 병이 생긴다. 이는 친척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알려온 것과 비슷한데, ‘나도 좀 더 자주 검진받고 예방적 치료도 고려해야겠다’로 받아들이면 좋겠다.점차 대중화될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검사심장 돌연사는 암 발생 평균 연령보다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20~30대 남자들 중에는 EKG(심전도 검사)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평소 건강하던 청장년이 심장 돌연사로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은 언론이나 주위에서 들어봤을 것이다. 모든 청장년 남자가 EKG 검진을 받기도 어렵지만 EKG로 걸러지지 않는 심장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이 있다. 말단비대증(마르판증후군)도 FBN1 유전자변이가 검출되는 질환으로, 손발이 커지고 얼굴이 변형되는 증상이 20대부터 서서히 나타난다. 우리나라에 NGS 패널 검사가 도입된 후로, 혈관상태에 나쁜 영향을 주는 유전성 고콜레스테롤혈증 LDLR 유전자변이가 발견되는 환자도 점점 많아지는 상황이다. 다만, 전체 암 환자보다는 심혈관질환 절대 환자수가 적고 남성이 흔하다는 점에서 유전질환으로서 덜 알려져 있다.심장과 혈관에 증상이 발생하며 돌연사까지 올 수 있는 유전성질환들도 나에게서 발견된 병원성변이가 자녀에게 전달될 가능성은 50%이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내 자녀가 동일한 병원성변이를 보유하고 있는지 가족 검사가 권유된다. 부모님에게는 없고 나에게만 새로 발생한 변이일 확률(드노보 변이), 부모님 중 한 명이 나와 동일한 변이를 가지고 있을 확률등은 특정 건강검진센터나 상급병원의 유전상담 클리닉에서 알 수 있는 정보들이다. 유전학적으로 질환에 접근하고 해석해 설명하려면 전문의를 포함해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 기관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점차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글 이경훈 한국건강관리협회 중앙검사본부 진료과장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2년 11월호 발췌
최종편집: 2025-07-02 09: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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